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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자이너이자 작가, 기획자 및 문화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애프터컬쳐 대표 김광혁입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눈디자인 회사에 있으면서 아모레퍼시픽의 미장센, 헤라, 일리와 같은 화장품 관련 패키지 및 그래픽작업을 주로 하며 갤러리 도록도 만들어 왔습니다. 이후에 우연한 계기로 아모레퍼시픽 60주년 사사를 하게 되면서, 문화재청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중 문화재청 <우리나라 전통 무늬> 시리즈 2권 도자기와 3권 나전·화각 편을 맡아서 진행했는데 기존에 발굴되지 않았던 다양한 전통무늬들로 패턴을 만드는 일이었죠. 저는 대학교 때부터 한국적인 디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작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디자인 소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03 아모레퍼시픽 - 60주년 기념 사사 '미의 여정 샘 내 강 바다'.png

이때의 작업이 계기가 되어 문화재청 산하의 전무 무형문화원의 디자인 자문을 맡게 되었고 한국의 문화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융합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후, 저는 디자인을 포기하고 2년 정도 방황하다가 다시 업계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복귀의 계기가 된 것이 글쓰기입니다. 디자인을 더 쉬운 언어로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길 바랬고 이전에 다양하게 관심 가졌던 각 분야의 글을 통해 많은 분께 관심을 받게 됐어요. 그 이후엔 디자인도 더 좋아지고 좀 더 다각도로 생각한 결과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06 국립문화재연구소 - 우리나라 전통 무늬 3권 - '나전·화각' 편.png

 

 

Q. 애프터컬쳐는 어떤 회사인가요?

애프터컬쳐는 디자인만 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디자이너로서 쌓아둔 다양한 경험들과 글을 쓰며 쌓게 된 다양한 논리들이 결합된 회사입니다. 기존에는 디자인하기 위해 온 삶을 디자인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의뢰된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만 의뢰의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단 한 줄의 카피, 진정성을 담은 스토리텔링이 디자인보다 더 필요할 때를 많이 느낍니다. 단순히 홈페이지나 홍보물을 의뢰하셔도 당장 또는 나중에 더 필요한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애프터컬쳐는 말 그대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문화를 짐작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회사입니다. 또한 디자인해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를 준 회사가 더 성장하고 수익을 내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캡처2.PNG

 

 

 

Q.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첫 회사인 눈디자인에 나와 합류했던 선배의 회사에서 굉장히 열심히 일했습니다. 월급도 매달 100~200만 원 정도로 경력 대접도 못 받으면서 일을 했는데 결국 쫓겨났어요. 너무 열심히 일해서 클라이언트들이 제가 대표인 줄 알았고, 대표였던 선배가 그걸 싫어해서 저는 일자리를 잃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독립해 만든 회사가 현재 애프터컬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R2D2 visual입니다. 정말 잘 됐었고 어떤 비딩이든지 들어가면 무조건 일을 따오는 무적회사로 업계에 소문이 났습니다.

 

하지만 딱 3년 정도 운영하고 매너리즘이 왔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기꾼들의 꼬임에 넘어가 쫄딱 망했습니다. 제 과욕이 심했고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랐었어요. 빚이 3억을 넘기고 얼마 안 지나 4억 가까이 되었고 덕분에 노숙부터 대리운전, 좌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10만 원에 명함, 30만 원에 로고 작업도 닥치는 대로 했었어요.

R2D2-logo.png

 

빚을 모두 갚는 데 3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온몸에 골병이 들었고 몸져누워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영화 보고 책보고 글 쓰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악착같이 빚을 갚다 보니 악다구니밖에 남지 않아서 주변에서 절 멀리하게 되었어요. 그전까지 오지랖을 부리느라 학교 후배들 챙기고 선배들 챙기고 참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제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디자이너인데 클라이언트가 없고 선후배는 더는 절 찾지 않고 직업으로써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이 조금 괜찮아졌을 때 일어나 글 쓰고 덕질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짬 날 때마다 영화 리뷰와 디자인 칼럼을 쓰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디자인계 내부고발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다들 미쳤냐고 말렸지만, 그때 난 끝났으니 후배들이라도 억울한 것 풀어주자는 마음이었죠. 그런 글들이 모여서 기사가 나가고 잡지 칼럼을 쓰는 계기가 됩니다. 잠시 디자인을 접고 대학원도 가게 되었고요. 다시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참 신기하게도 디자인이 좋아지게 되어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알투디투 비주얼 사무실 1.jpg

 

 

Q. 면접 및 동료, 복지 등 애프터컬쳐의 기업문화를 들려주세요.

애프터컬쳐는 1인 기업이고 프로젝트마다 각 분야의 프로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면접은 없고 제가 같이 일하고 싶은 분을 찾아서 같이 일을 합니다. 1인 회사다 보니 저의 삶이 기업문화겠지요.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경험하고 기존과 다른 결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신형 핸드폰 제공, 핸드폰 및 유류비 모두 회사에서 내주고 일 년에 4번 보너스, 매달 문화비 30만 원 정도를 지급했습니다.

 

 

Q. 디자이너로서 일 잘하는 법, 디자인 인재상!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그 프로젝트에 관련된 정보는 끊임없이 파고듭니다. 책을 디자인하는 것이면 그 내용을 작가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이라면 그 회사의 기존 역사부터 대표님, 직원들의 취향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결과를 내며 무언가 그래픽을 넣어야 한다면 그냥 멋진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먼저 덕질해야 됩니다. 문화에 관계된 글을 쓴다면 관련된 글을 논문부터 해외기사까지 모두 독파하고 진행합니다. 또한 현재 유행하는 밈, 앞으로 트랜드까지 짐작하며 디자인하죠. 덕질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 디자인은 하지 않습니다.

 

 

눌와출판사-동아시아의 부엌(2015).jpg

 

 

Q. 취업을 앞두거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 경험하세요. 현재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하고 나에게 득이 되지 않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일정 수위에 다다르면 모두 창조력을 자극하는 경험치가 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를 목표로 시작했다고 해서 디자이너로 끝나리란 생각을 하지 마세요. 저는 노숙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고 좌판에서 하루에도 수백 번씩 고개 숙이고 인사하는 것으로부터 대중이 뭘 원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다 커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만화를 보고 허튼 시간을 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누구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됬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쫓는다면 인생에 실패는 없어요. 또한 그런 주눅 들지 않는 불굴의 노력만이 계속 발전하는 사람이 되는 그릇을 만들게 될 겁니다. 과거에는 우습게 생각했던 것들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굴레에 갇히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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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끝까지 살아남는 것, 남들 다 포기할 때까지 글 쓰고 디자인하는 것, 지금 하는 일로 더 행복한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리고 좋은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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