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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배상필 입니다. 69년생이고 14살부터 뉴욕에서 살았습니다. 지금은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 귀향하여 2012년에 세 번째 고향을 찾은 셈이지요. 어머니를 닮아 한시도 앉아있지 못합니다. 아버님은 학자타입이셔서 끊임없는 호기심을 저에게 물려주셨습니다. 두 가지에 성격을 타고나서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끊임없이 추진하는 성격입니다. 한국에서 2007년도에 Chimera Watts를 시작하고 첫딸이 6살 되는 해에 아내와 프랑스에 이주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왔지만 더 넓은 유럽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제 공장도 차리고 제법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파리 조명시장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쉽지는 않지만 제가 직접 만든 조명들이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들 작품 사이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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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배우였다고 들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조명은 수집한 지 10년이 넘었고 어느덧 수집에 조그마한 내공을 쌓았을 때 와인 바를 차린 적이 있습니다. 인테리어를 제가 했었고요. 그때 조명이라는 실물 가치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한 시간에 400달러를 내며 조명 디자이너라는 사람을 섭외했을 때 그 사람이 저보다 조명에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였습니다. 그 사람은 다른 와인바에서 많이 보고 느끼던 획일적인 디자인을 했었고 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디자인을 원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벼룩시장에서 샀던 빈티지 조명들은 바이어가 직접 수리를 해야 하는 물건들이 많다 보니 하나씩 배워갔던 것이죠. 그리고 수리한 조명들을 하나씩 살던 아파트에 설치하다 보니 쌓아진 노하우겠죠. 2005년도 9개월의 공사가 끝나고 개업했을 때 많은 매체에서 인테리어와 조명을 찬사받은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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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등이라는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도 아직 모릅니다. 한 가지 분명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조명에 매료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8살 때 차를 타고 가는데 중앙선 바닥에 매립되어있던 깜빡이 조명이 가지고 싶어 차에서 내려 큰 사고가 날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어떤 예술품이 다른 기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능성 그 자체에 예술이 있다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실용성 있는 예술에 끌린 것 같습니다. 조명이란 단순히 밝히는 용도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물이고 건축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템이 1900년도 미국 가로등입니다. 좋은 재질과 내구성 그리고 미적으로 자극을 주는 디자인이고 조명이라는 실용성을 더 했으니까요.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조명은 건축이나 인테리어의 가장 큰 마감재라는 사실 입니다. 재래시장을 멋진 마트보다 더 세련되게 보일 수 있고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두 사람을 영화 한 장면처럼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는 힘을 조명이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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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주는 특별한 장소나 물건이 있나요?
특별하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접힌 손수건을 보고 디자인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단지 보통 장소나 보통 물건을 떠나 다른 관점으로 보통이란 것을 한 번 더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여름에 매일 볼 수 있는 하루살이도 이른 백악기 시대에는 45cm 까지 자랐던 곤충이라고 생각해볼 때 하찮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기능성과 적응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관점을 달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성 예술이겠지요.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또 두 개의 "보통"을 조합해보면 특별한 물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명은 아니지만, 조형물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길거리에서 버려진 미싱을 집으로 끌고 온 적이 있습니다. 저라면 뭘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요. 한 달 이상을 쳐다보며 고민 후에 만든 것은 미싱머리를 절단하여 따로 준비한 산양 뿔을 두 개 박고 벽에 박제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박제를 싫어합니다. 예술은 객관성과 주관성을 동시 파괴할 때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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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래도 조명등 시장은 오스람, 플로스 등 대형 회사가 독점하고 있어서 힘드실 것 같아요.
힘이 들지 않으면 그만큼 보람도 없겠죠. 그러나 독립적인 철학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스람과 플로스는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네요. 저는 체계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두 회사 만큼 커질 염려도 없고요. 그리고 제가 만드는 조명은 타산이 맞지 않아 큰 회사들이 만들 수 있는 조명이 아닙니다. 특히 Reconstruction은 오래된 오브제들을 조합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갈 길은 멀고 험하나 제가 사랑하는 일에 도덕성과 독립심을 갖고 도전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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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엉뚱한 상상을 하는 일입니다. 엉뚱한 상상을 하다 보면 웃음이 나올 때마다 행복을 느끼고요. 그리고 심혈을 기울인 디자인이 너무 이상하게 나오고 아무렇지 않게 만든 물건이 너무 만족스러울 때가 재미있습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제 쇼룸에 어떤 분이 방문하시고 무슨 과를 나왔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정치과를 나왔다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만약에 제가 디자인을 전공했다면 이런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을 거란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조금 애매한 말씀이라고 말했더니 쓱 웃으시고 경의에 말이라며 좋은 디자인을 보고 간다고 감사해 하셨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홍대 디자인과 교수였습니다. 발터 그로피우스가 남긴 명언 "전문가란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초보자처럼 항상 질문하며 일을 하라는 말이죠. 평생 엉뚱한 상상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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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으로 배상필 디자이너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유럽 조명 시장에 인더스트리얼 모던이란 모티브로 도전장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집하는 100년 된 조명만큼 100년 후에도 쓸 수 있는 조명을 계속 디자인하고 제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공급자 중심 조명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아파트를 살 때 전체 조명보다는 소비자가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일도 추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10년 안에 한국에 조명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습니다. 건축학과와 인테리어학과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노하우를 젊은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겁니다.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 선반으로 쇠를 깎고 용접할 수 있는 워크숍 개념의 조명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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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디자인소리 미디어 콘텐츠팀 지연서

문의_070-7740-4445, info@desig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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