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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차별화된 경험 가치를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것이 실제이든 아니든, 아무튼 우리의 일상이 신기술과 무형의 인프라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특히 온라인 네트워크와 개인용 컴퓨터 기기의 경우 정보화 시대에 맞춰 발전한 플랫폼들로서 더 이상 우리의 일상과 떼어 생각하기조차 힘들 정도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90년대 초부터 대중화된 퍼스널 컴퓨터는 개인이 하나의 통합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문서를 만들고 그것을 출력하거나 이메일로 보내는 일을 가능케하며 기존의 사무의 영역과 공간에 막대한 혁신을 가능케 했다. 스마트폰 역시 독자적이며 사용자 중심적인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으로 개인 일상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혁신을 불러왔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당시를 돌이켜보면, 흥미롭게도 런던과 뉴욕 등 대도시에선 자신이 들고 있는 휴대폰이 아니라, 거리에 늘어나는 CCTV 숫자로 인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고 있었고,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동네 사진관에서 사진을 인화해 일일이 앨범을 만드는 일 역시 크게 번거롭게 느끼지 못했다. 기술 발전에 대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임과 동시에 사회 인프라와 플랫폼들의 진화에 따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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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바일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발달은 기업의 시야를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까지 자연스럽게 침투하게 하였다. 모든 개인의 취향과 소비, 사적 영역도 더 이상 사회와 분리해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개인의 영역을 내어주는 대가로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의 질을 제공할 수 있다 변명거리를 내어놓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사용자의 개인의 정보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어떻게, 누구에게 이용되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한 지대에 남아있다. 최근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져크버그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서드파티에 누출시킨 일로 미 의원 청문회에서 해명을 해야 했듯, 특정 조직이나 집단이 불특정 다수의 개인 정보를 획득해 소기의 목적을 추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을 이루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모바일 네크워크의 취약한 보안성은 급변하는 IT 시장과 우리의 일상에 미처 법적 장치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전형적인 현대 산업계의 풍광을 보여준다. 심지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기업이 고객의 정보를 미연방 안보국(NSA)에 제공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일은 최근 드루킹 같은 댓글, 여론 조작을 체감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놀라운 뉴스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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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업들이 더 나은 서비스와 상품성을 위해 개인의 개인 정보를 거래하는 일은 그렇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전통적 가내 수공업이나 공예 생산이 중심이 되었던 중세 시대에도 주문자 개인의 맞춤 정보와 신체, 취향, 가족 내력, 주소지 등 다양한 정보는 생산자와의 거래에 이용되었다. 특히 초상화같이 가문과 개인의 위세를 위해 화가가 직접 주문을 받아 오랜 기간 긴밀하게 작업이 진행되었던 사례의 경우, 계층적 구분이 명확했던 시대, 사회 고위층의 지극히 사적인 정보가 누출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사회적인 파급력과 정보 전달의 속도 면에서 지금의 광속 시대와는 분명 다른 것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IoT, 모바일 네트워크의 시대에 개인 정보 공개가 필수적인 과정이 되어가자 오히려 이용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시장의 발견으로도 연결되었다. 수동적 입장에 머물고 있던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기업에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그 피드백을 전달하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이미 90년대 말 이른바 컨슈머 리드(consumer lead)라 불리는 능동적인 소비주의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반적인 기업의 소비재 디자인에서부터 온라인 상거래와 리콜 같은 행정적 조치 등 이는 현대 시장의 성격 전반을 변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레 등장한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 같은 조직 역시 고객들이 시장의 상품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나름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며, 기업을 감시하는 역할마저 하고 있다. 개인의 의사와 선호도, 취향이 시장에서 세분화된 만큼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더욱 주도적일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문화적 흐름이나 대중적 유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흔히 일컫는 인플루언서, 파워 블로거 같은 개인의 존재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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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같은 개인의 사진을 공유하는 온라인의 이미지 공유 플랫폼들은 어느새 독자적인 기업 마케팅 시장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이는 다르게 보자면, 공유형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개인들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자산으로써 교환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뜻한다. 즉 플랫폼 내부의 정보 수집과 검색 만으로도 가상의 파편적 경험들에서 실제적인 교환 가치를 유발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흔히들 애플리케이션이라 부르는 이러한 다양한 모바일 네트워크 플랫폼의 대중화는 우리 일상의 편의뿐 아니라 기업이 통합적으로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일 마저 가능케하며, 우리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들이 디지털화되는 것을 가능케하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공유경제와 같은 새로운 경제적 개념들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행이나 휴가 같은 레저의 영역은 특히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라는 대대적인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어느샌가부터 여행지가 결정된 후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에어비엔비에서 숙박 후기들을 훑어보고, 현지에서 우버 서비스는 제공되는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화 행사나 이벤트는 어떤 모습인지 미리 확인해보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이나 특정한 목적을 위한 비즈니스 트립이라면 이런 최신의 공유 플랫폼들은 크게 의미가 없지만, 단출한 자유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공유의 플랫폼들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막대한 장점을 제공한다. 당연히 비용 절약이 가장 큰 이점이겠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여행지의 분위기나 환경, 현지의 느낌을 다른 이들이 공유한 후기나 사진, 동영상 등을 해시태그를 통해 확인해보는 일은 분명 여행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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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기업들이 약속했듯 개인의 정보와 경험을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공유하게 되면서부터,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구별되지 않던 콘텐츠 시장 역시 변화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공유 채널에서도 사적인 특성과 선호도를 추가한 이른바 취향 저격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일도 효율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색 서비스 역시 능동적으로 사용자의 필요를 감지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형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검색으로 해결책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위치정보에 따른 편의 사항과 주변 정보 역시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편의와 시간 절약 같은 일차적 효율의 문제를 떠나서도, 같은 양에 콘텐츠를 소비해도 이런 능동형 플랫폼들은 개인적 취향에 부합하는 콘텐츠 소비라는 애초의 목적에 가장 적절한 형태임에 분명하다. 물론 이렇게 확인되는 정보의 확실성이나 신뢰도 등의 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마르크스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의 차원의 독보적인 경험 가치는 결코 교환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체계 속에서 수량화, 가치화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벤담과 같은 현실주의적 공리 주의자들의 지배하는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심지어 도덕이나 인간 존엄과 같은 절대적 주관의 영역 역시 시장주의라는 나름의 가치 평가 체계에서 어떻게든 수치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옳고 그른가의 판단에 대한 철학적 평가와 판단을 떠나 소비를 통해 모두가 동등해질 수 있다는 이념적 평등의 시대를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의식하는 문화와 시장, 삶의 방식이라는 것에는 계층성이 존재하고 기업은 다시 그것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허상 경험 가치 선전에 이골이 난 대중은 스스로 다시금 구조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불평등과 부의 재분배, 가치의 재분배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공유 경제의 시대를 설명하는 또 다른 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는 분명 마르크스의 또 다른 예언인 사유 자산의 실종이 아닌 기존의 소비주의적 가치 체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지극히 자유시장주의적인 경제 현상으로 읽힌다. 왜냐하면 공유 경제는 대량생산 체제에서 남겨진 잉여 자원들, 즉 사용되지 않고 낭비되는 자원들을 재활용하는 것이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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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러모로 상당한 시사점이 있는 것으로, 만약 구조적 모순에 의해 낭비되는 자원이나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적재적소의 재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지금의 불균형적이고 불평등한 사회 시장 구조는 전면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간단한 예로 마트의 공산품이나 유통 기간이 짧은 식자재나 식료품을 공유 플랫폼을 통해 국가적 단위로 실시간 재분배를 할 수 있다면, 단순히 자원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뿐만 아니라, 물류 이동과 저장, 소매 등의 다양한 산업과 시장의 단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보다 지속 가능한 형태 진화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던 그렇지 않던 이미 네트워크 기술은 우리의 일상과 개인 정보를 기업 간 혹은 제삼자 간에 어떠한 형태로든 공유하고 그것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중요해진 것은 그 정보의 관리와 보완이다.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의미의 고객중심 경험 가치를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수 있음을 기업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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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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