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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현실이 되어감에 따라 농업계에도 일종의 위기가 오고 있다. 인류가 거주하는 지구 환경의 변화는 단순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온도 차 만이 전부가 아니라, 식량으로 이용되는 농작물 재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지구 환경 변화에 차근하게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미래 인류는 식량자원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미 일부 남미 지역과 서인도 쪽에서만 재배되는 것으로 알려진 바닐라의 가격은 은의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기 시작했으며,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는 십 년 내에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섞긴 예측이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급감이 우려되는 농작물 수확량에 대비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여러 단계의 대비책들을 세우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도심형 농장과 로봇 벌이다. 생태계에서 식물의 열매 번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 개체의 급격한 감소 현상은 이미 여러 차례 생태 전문가들에 대해 연구된 바가 있다. 네트워크의 발전에 와이파이 같은 전자기 신호들이 벌들의 생체 신호를 교란하고 방해한다는 이론도 있었고, 지구의 자연적 자기장의 변화에 벌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도 등장했었다. 아직 무엇이 원인인지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어찌 됐든 벌 개체 수의 감소 현상에 대한 대비로 인공 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로봇 벌의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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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후와 환경 변화에 따른 다각적인 대응책의 일환으로 아예 자연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농장을 새롭게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도심의 버려진 공간 혹은 비어있는 빌딩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이 새로운 방식의 농작물 재배는 이름하여 ‘푸드 컴퓨팅’(Food Computing)이라 불리고 있다. 이 첨단 농업 방식은 사실 이미 독일이나 네덜란드, 미국 같은 일부 선진국들에서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연구되는 프로젝트이다. 빌딩형 농경 재배라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이 강화되고, 지구의 기후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IT 기술을 접목해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종의 4차 산업혁명식 플랫폼 개발의 일종으로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이 기존 공산업, 소비재 시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계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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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고층 빌딩에 적용될 이 수직적 구조의 농장(Vertical urban farming)은 협소한 대지에서도 다층적 구조물을 통해 여느 논밭에서 기르는 채소들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농작물들을 기르는 것이 가능한데, 겉으로는 일반적인 도시의 여느 건물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작물의 효율적인 성장을 위한 LED 조광 장치와 이산화탄소(Co2) 농도 조절 장치, 자동 수분 조절장치, 토양 화학성분 배합 장치 등 다양한 최첨단의 기술들이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제어된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이 첨단 기기들은 채소와 식물들이 심어진 박스들을 크기별로 나눠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로 되어 있고, 별도로 일일이 관리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물들의 성장을 관찰하고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당연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박스 안에 심어진 농작물들의 성장 속도와 맛, 심지어 영양분까지도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작물을 위한 대기와 토양 속 화학물질, 그리고 그렇게 재배되는 수확물의 특정한 영양 성분과 맛 역시 조절 가능하다는 이 도시의 농장이 놀라운 또 다른 점은, 바로 도심 속에서 바로 재배되고 수확되어 소비자에게 공급되니 보다 여타의 유통 과정이 생략된다는 경제적, 환경적 특성에 있다. 신선한 작물을 실시간으로 직접 수요자들에게 바로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발생하는 공급 과정, 운송 과정의 생략되는 막대한 매연은 대기 가스 배출의 감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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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90년대 초반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농업계는 유전학적으로 일부 변이된 품종들(GMO)을 개발하고 또한 실제 시장에서도 지속해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 농업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재배, 경작, 수확의 개념은 지극히 자연 의존적이며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기후 영향력 또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해 가격 변동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동시에, 여전히 일부 유전자 변이 작물에 대한 안전의 문제가 불명확하지 않다는 지적과,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가 극심해 짐에 따라 생물학적 유전 기술에 의한 농업의 발전에 한계가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첨단의 제어 기술로 인간을 대신해 작물들을 돌보고 완벽한 농업 상품을 저렴하게 안정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푸드 컴퓨팅 기술은 주목을 받을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식량 공급에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농업계가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지속하거나 혹은 소폭 증가하게 될 것이라 예상 중인 지구의 인구수에 맞춰 얼마나 적절한 양의 자원을 생산할 것인지의 문제는 지속 가능한 구조의 사회를 바라보는 현재라는 시점에서 여러모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일단 과거의 대량 생산 체재에서 낭비되었던 수많은 자원의 문제 해결에 일말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점차 증가하는 도시 생활 인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웰빙의 시점에서도 여러모로 되짚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우리가 시장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자원에 대한 명확한 출처나 생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민 단체나 소비자 연합 등이 식자원에 대한 기업 활동의 감시와 생산 과정상의 비윤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들은 식량 생산자와의 물리적인 틈새에 의해 그들이 소비하는 상품이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과정을 통해 식탁에 오르는지 자세히 알기 어렵다. 특히 이전의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막대한 수자원과 축산물의 사료로 소비되는 작물 생산과 오존 가스 배출에 기여하고 있는 육류의 낭비적 소비 증가와 일부 단종 내지는 멸종이 예상되는 농작물들에 대한 단편적 관심은 패키지의 간략한 영양 정보와 성분 분석으로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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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소비자들은 양이 아닌, 더 나은 질적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이점도 이들의 중요한 고려 대상임에 분명하지만, 적은 비용을 사용하더라도 조금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 지금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의식이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소비자들의 웰빙에의 관심과 실제 지구 환경에의 영향, 그리고 낭비되는 자원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디자인의 사례들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은 푸드컴퓨팅과 같은 미래 기술들의 연구와 투자로서 기대되는 것들이다. 이미 MIT 같은 미국의 대학과 유럽의 개발 단체에서는 이에 관련한 연구에 기업과 정부가 발 벗고 나서는 입장이며, 그들이 진행 중인도심형 농장의 연구에 대한 데이트를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반도라는 지역적 특성과 인구의 7~80%가 도심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특성을 고려해 보아도 분명히 이도심형 농장의 가능성은 여러모로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작물 재배의 영향도 분명 예상도 있으며, 중국 등 타국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출처가 불분명한 식품, 식자재에 대한 불안감 역시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 서울 도심에서 신선한 채소와 야채를 사기 위해 고층 빌딩으로 장을 보러 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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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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