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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정원교입니다. 잡지의 칼럼이나 책의 표지 혹은 내지에 들어가는 삽화를 그리고 있고 광고에 들어가는 그림도 주문, 제작합니다. 클라이언트 잡 이외에는 주로 전시를 통해 개인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정기적인 활동은 ‘아이구’라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모임으로 1년에 한 번씩 기획전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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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작업에 대한 모티브나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의 동기는 프로젝트마다 달라서 구체적인 예를 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최근 작업했던 리어왕의 포스터 이야기입니다. 클라이언트였던 스튜디오 에프엔티는 2015년 명동 예술극장 연극 포스터 시리즈의 테마를 '문제적 인간의 얼굴들'로 잡았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전면에 사용될 계획인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리어왕’ 이었고요. <아이구-쓸데없이>에서 전시했던 <‘??:??:??/??:??:??’>의 표현 방식으로 리어왕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의뢰하셨습니다. 그림이 큼지막하게 인쇄될 생각을 하니 신이 낫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전 작품의 표현 방식과 함께 내용적 맥락도 연결하게 할 수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는 포르노에서 백인 남자들의 오르가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정하는 장면의 얼굴을 캡처해서 그린 것이었거든요. 포르노는 저에게 매우 흥미로운 매체에요. 너무나 많은 현대적 증상들과 얽혀있지요. 이 작품을 위해 찾아본 것은 동성애자 노인 포르노였는데 제가 캐스팅할 고통과 환희에 찬 얼굴들을 아주 많이 찾을 수 있었지요. 다만 이것에서는 ‘표정’ 즉, 일그러진 근육과 피부의 주름만을 따왔어요. 인물의 분장 즉 ‘리어왕’ 스럽게 꾸며줄 수염과 머리카락 부분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란’의 주인공에서 따왔습니다. ‘란’은 ‘리어왕’을 각색한 또 하나의 고전인데 광인 분장이 역대 리어왕 중 가장 강렬하더라고요.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효과적일 것 같기도 했고요. 이런 몇 가지의 맥락들(혹은 동기들)이 만나서 연극 ‘리어왕’ 포스터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제작되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작업을 의뢰받고 리서치하고 제작을 하는 과정마다 고유의 영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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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하신 일러스트들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일러스트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업하는 입장에서의 매력은 예상하지 못한 배움이 있다는 것이죠. 현재 빅히스토리 시리즈의 삽화 일과 성경 그림 일을 진행 중인데요. 빅히스토리 시리즈 일을 하면서  과학, 역사 일러스트레이션의 가능성과 한계를 연구하고 있고, 성경 그림 일을 하면서는 근대 이전의 서구 미술과 기독교, 천주교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제 그림이 다른 상황들에 개입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제 그림에는 저의 정서적, 지적인 특성들이 반영되어 있어요.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이 책과 잡지라는 무대에 올라가게 되죠. 내가 어떤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극 전체의 색이 바뀔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워요. 일러스트레이션은 분명 시각문화 안에서도 작은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만, 저는 제 영역 안에서 늘 작은 균열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블랙 코미디를 구사하는 괴팍하고 날카로운 조연 배우. 하여튼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제 천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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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했던 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애착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네요. 그냥 최근에 제일 재미있게 작업한 것 얘기를 해볼게요. 2014년 ‘일러스트레이션 페스타’라는 전시가 있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50명가량이 작품을 출품한 연감 같은 느낌의 전시였어요. 그때 두개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각각 제목이 ‘일러스트레이션1’과 ‘일러스트레이션2’였어요. 작품을 보지 않고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우실 테니 이미지를 보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1’ 앞에는 스텐딩 램프가 세워져 있고 그것이 그림을 비추듯이 설치해두었어요. 빛이 비칠 것이라 예상되는 방향에 흰 원이 그려져 있었지요. ‘일러스트레이션2’에는 정육면체의 입체 공간이 투시법에 의해 그려져 있습니다. 한데 그 입체 공간은 여러 개의 흰 원들에 의해서 드러나고 있어요. 만약 흰 원들이 없다면 액자 밖의 관객들은 그저 검은 사각형만을 보게 되겠지요. ‘일러스트레이션1’은 전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실제 스텐딩 램프의 빛을 재현합니다. 동시에 액자 안의 공간이 2차원이라는 것을 드러내게 되지요. ‘일러스트레이션2’에서 흰 원들은 빛을 재현하는 것일 수도 그저 입체 공간의 벽에 도배된 벽지일 수도 있습니다. 가상의 입체 공간에 함께 걸려있는 ‘일러스트레이션1’을 재현한 듯 보이는 이미지로 인해 다른 원들이 빛인지 아닌지는 더 모호해지지요. 어쨌든 ‘일러스트레이션2’의 흰색 요소들은 액자 안에 텅 빈 가상의 정육면체 공간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에요. 이 작품은 이미지를 일러스트레이션이 되도록 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 자체입니다. 혹은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정의되는 어떤 것이 전시장에서 어떤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구요. 솔직히 일러스트레이터들 혹은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허무할 수도 있는 작품이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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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의 저는 제작 단계를 소홀히 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물이 조형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았었어요. 아이디어를 중시한다는 생각에 경도되었던 것이죠. 내용과 형식이 맞물려 작동해야만 좋은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떤 일관된 스타일과 조형 실험을 지속해야겠다고 확신한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보다는 표현방법의 가지 수를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지요. 자기 고유의 조형을 가지고 유희하는 것 즉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변주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작업이 좁게는 해당 분야 안에서, 넓게는 자기가 속한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변화해가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일적 자기 복제는 늘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죠. 모순된 말 갖지만,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좋은 작업을 해간다는 말일 것입니다. 저 역시 어느 과정 중에 있고 너무나 불완전하지만 조금씩 보완하면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답변이 다소 모호하게 흘러가 버렸는데요. 정리해보자면, 현재의 저는 고유의 조형 방법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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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레이터 정원교님의 꿈꾸는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멀리 보는 비전은 없습니다. 현재의 저는 예술 분야 전반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시야가 트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기준이 잡혀가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해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요. 딱히 비전을 말하자면 이런 흐름을 이 분야에 종사하는 한 유지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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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으로 정원교님에게 일러스트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저의 직업입니다. 직업인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이기도 하구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라는 영화를 보세요. 그가 수십 년째 ‘스시’를 만드는 것처럼 저의 하루하루는 아마도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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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디자인소리 미디어 콘텐츠팀 지연서

문의_070-7740-4445, info@desig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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