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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디자인 어워드 특집 연재 ]


 

1972년 아폴로 17호가 우주에서 보내온 푸른 빛의 지구가 최초로 그 모습을 공개하였을 때, 이를 지켜본 이들 사이에는 ‘지구를 지키자’(Save the Earth)는 환경주의적 여론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당시 미국에서는 빅터 파파넥의 저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real world)이 출판되었는데, 이를 둘러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냉전주의 시대였던 만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던 미국 내 다수의 여론은 디자인의 공적 가치를 역설하고 산업계에 종속된 자본주의적 디자인을 비판하던 파파넥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기도 하였지만, 또 반면에 그의 책을 최초로 출판했던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과 미국 내 일부의 디자이너들은 환경의 중요성과 디자인의 가진 사회적 책임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논란은 분분했지만 어찌 됐든 파파넥의 포스트모던적 철학과 정신은 이제 막 사회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나 지속 가능 디자인(Sustainable Design)에 영향을 미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계의 매우 중요한 자양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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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간 인류의 유일한 거주지였던 지구의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를 우려하는 디자이너들이 나름의 역할을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 막심한 문제들의 원인 격인 대량생산과 자원 소모의 최전선에 디자인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상품 생산을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재활용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어떠한 영리적 활동 이전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자원들, 예를 들면 깨끗한 공기와 물, 식량을 재배하기 위한 토양과 같은 원초적 자원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자연적인 권리이다. 그리고 그 권리는 어떠한 물질적 가치보다 우선 되는 것임을 우린 알고 있다. 그래서 파파넥은 디자인이라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는 이 지구와 자원을 후대에서 잠시 빌려온 것일 뿐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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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인류는 지구의 자원이 지극히 한정적이며, 한번 파괴된 환경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업혁명이 사회 변혁과 의식 계몽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분명했지만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은 인류 스스로의 생사를 걱정케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제기되었던 이 문제들이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분적인 시도들이 있었지만 소비가 모든 가치를 초월하는 우리의 시장주의 사회 체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수정하는 일에 상당한 경제적 논리가 뒷받침이 되어야만 하는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기업 활동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관계의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자원의 착취, 기후 변화에 따라 위기를 맞은 농업계 식량 생산 문제들은 어느새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디자인계에서도 국지적으로나마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이해관계에 의한 자원 갈등문제와 시장의 불공정, 불평등한 소득 분배와 에너지 부족, 쓰레기양의 증가 같은 문제들은 도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원하다. 당연히 이것이 산업계의 단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화, 환경 등 복합적인 문제라는 사실이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디자인계의 기여가 그동안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의 반증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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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우주에서 보낸 지구의 사진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면, 최근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는 우주여행에 관련한 뉴스들은 지금껏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새로운 세계로의 약속을 다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또 다른 미국인 앨런 머스크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화성 탐사와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관련 설비 투자에 쏟아붓고 있을 뿐 아니라, 나사(NASA)와 특허분쟁을 벌일 정도로 가장 진보된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화성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수직 이착륙 로켓과 재사용이 가능한 추진체의 개발, 화성 정착민 모집과 같은 이벤트 등은 그가 얼마만큼 우주 시대의 개막에 열정적인가 확인시켜주는 대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화성 개척 시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실제 구상된 계획들을 현실화하는 작업에서 많은 개발 단체와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함은 물론이고, 한정된 로켓을 통해 시설물과 여행자들을 실어 보내야 하니 극도의 효율적인 해결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디자인의 문제 해결 능력과 엔지니어링의 결합은 중요한 해결점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 제2의 지구 개척을 위한 디자인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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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작년 나사에서는 거대한 태양열판을 발사체 안에 조그맣게 접어 넣었다가 우주 공간에서 다시 펼치는 디자인을 위해 종이접기 전문가를 개발자로 초빙하기도 했었다. 다양한 활용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3D프린터 역시 화성 정착 계획의 일부로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는데, 아직은 개발 단계이지만 화성에서 필요한 도구와 시설물들을 화성의 3D프린터에서 즉석으로 뽑아 사용할 수 있다면 일일이 모든 기구를 지구에서 실어 보낼 필요가 없어진다. 뿐만 아니다. 화성에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한정된 거주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가구나, 물, 공기와 같은 필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분명 지구를 위한 디자인을 경험한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을 보인다. 물론, 지구의 환경과 화성의 환경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화성의 중력이나 대기는 지구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일 뿐 아니라, 물이 극소하고 작물을 키울 수 없는 척박한 토양과 기후는 지구의 어느 오지 와도 비교 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드론 한 기를 띄우고, 풀 한 포기 심거나, 집을 한 채 짓더라도 지구에서 와는 다른 분석 작업과 조정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제한적인 환경이기에,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더욱 필수적인 것이 된다. 특히 초기에는 화성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만큼 디자인 프로세스를 활용한 시나리오 기법이나 3차원의 시뮬레이션 작업도 필수적인 과정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화성 거주민들이 겪게 될 물리적, 신체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공황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한 대비와 대응 매뉴얼의 개발 역시도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만 유의해야 하는 것은 화성 탐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구체적인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기 시작하고 이를 근거로 한 다양한 인프라 작업들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때, 현재의 지구가 겪고 있는 비 지속 가능한 구조와 비효율적인 자원 소모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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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것이 이 땅에서 의식되고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의 모든 역량은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행해졌다. 하지만 이제 지구를 벗어나 화성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디자이너의 역량은 필수적인 것이 되어갈 것이다. 어떤 의미로 디자이너의 능력은 탈 지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화성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작과 다름없기에 각양 각층에서의 도출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 문화를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서 융합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아직까지 화성을 위한 디자인은 지극히 극소수를 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관련한 정보를 얻거나 교육, 실험을 시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일단 실제 경험자나 전문가를 만나는 일 자체가 어렵다 보니 아이디어의 구현을 위한 조언을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여느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지원과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디자이너들 역시 보다 열린 사고와 다양한 관련 분야와의 정보 교류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디자인이 지구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화성이라는 새로운 인류의 거주지 개척에는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화성에 거주민들이 정착게 되었다고 해서 더 이상 지구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우주 시대를 위한 다양한 발전 단계에서 ‘필요에 의한 디자인’을 창작해보고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일은 분명 디자인이 근대 이후 다시금 사회적인 규모로 활용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이것은 또 다른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임에도 분명하다. 그러니 도전해보자, 지구를 위한 디자인을 넘어 화성을 위한 디자인을.

   

 

[ 본 기고는 K-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획연재입니다. 기술, 환경, 문화를 3가지 대주제로 한주씩 관련된 소식이나, 전문적인 담론을 쉽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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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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