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0 19:44

섹슈얼리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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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디자인 어워드 특집 연재 ]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성에 관한 콘텐츠나 디자인은 사회 음지 속 가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다중 미디어의 환경 속에서도 지극히 제한적인 공간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적인 콘텐츠와 비즈니스라고 하면 제일 먼저 저급한 음담패설과 불법 성매매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을 다루는 디자인과 비즈니스는 불법으로 성을 매매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층위에서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는 성에 관련한 포괄적인 서비스와 재화를 의미한다. 이는 시장의 뒤 편을 들추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일차적인 쾌락을 위한 상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출산과 질병 관리에 관련한 의료 용품과 피임 기구, 여성 용품과 남성 전용 상품, 성교육을 위한 교제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이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성이라는 것이 개인의 건강한 일상 영위를 위한 의료적 차원에서도 필수적이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웰빙(Well being)이라는 관점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영역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 발견되는 성에 관련한 상품의 다양성 부족과 저열한 디자인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성폭력을 방지하고 성적 불평등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다각적인 정책 모색 역시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우리 사회에 적절한 형태의 성교육 부재로 인과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과 단체에서 일어나는 성적 불평등과 편견, 갈등을 방치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는 분명 개인의 행복을 위한 심신 건강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디자인이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다이어트와 피트니스 등 수많은 외적 건강에 관련한 디자인과 콘텐츠가 폭넓게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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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크게 쟁점이 되었던 조직 내의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에 대항한 미 투(Me too) 운동과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한 사회 운동, 정부 조직, 기업의 고용 할당제, 육아와 출산에 관한 다양한 복지 정책은 분명 단편적이나마 제도적으로 과거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와 성적 엄숙주의를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시민 사회 개인의 사적인 영역의 문제와 공공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들은 이러한 일괄적 정책만으로 접근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이해와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문제 해결에 적절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만큼 시장 역시 각양각색의 개인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일률적인 시장 논리로 충족시키는 데 급급하다. 특히 모든 것을 취향의 문제로 간편하게 치환 시키는 시장주의의 경향은,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프로세스 검증을 거친 디자인의 결과물 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는데 몰려있다.

 

이는 낙후 되어있는 섹슈얼리티 디자인이 희소 질병에 대한 독점적 의료 서비스 디자인의 사례와 같이, 혁신이나 지속적인 발전 없이 일부의 왜곡되고 일시적인 수요를 충족 시키는 일에만 편중되는 결과를 불러왔고, 당연히 시장 공급이 증가해도 질적인 성장과 인과 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을 위한 시장에 주로 등장하는 섹슈얼리티 디자인과 미디어에 등장하는 콘텐츠들은 안타깝게도 성이라는 것이 내포하는 문화 다층적 영향과 개별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그저 단순한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물과 그저 말초적인 콘텐츠 생산에 제한되어 있다. 물론, 성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의 선택과 도덕, 판단의 문제일 수 있으며, 개인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논의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충치 치료를 미루면 이후에 치료에 더 큰 고통이 기다리듯, 시기적절한 플랫폼 개발과 공유를 통해 누구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세세한 개인적 문제들에 대해 복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의 음성화 되어있고, 비과학적인 정보가 공유되는 섹슈얼리티 디자인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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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성에 대한 타인의 권리 침해, 폭력의 문제는 이러한 개별적 솔루션 제공만으로는 온전히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동시에 법적 처벌만이 명확한 실효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일 수밖에 없다 타인 과의 관계에서 유발되는 모든 개인의 문제를 획일적인 논리와 공리성을 근거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논리 역시 적절치 못한 것이기도 하며, 특히 성 관련 범죄자들은 실형을 선고 받거나, 관련한 재활과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발적인 정책이나 획일적인 시장 접근뿐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성에 대한 이해와 성적 소수자들을 포함한 타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수용, 타협의 자세를 기르는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프라이버시와 권리를 인정하는 만큼 자신의 권리와 취향도 지켜진다는 사실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성숙하고 건강한 문화 형성에 이바지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개인과 사회, 시장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그에 관련한 복합적인 구조를 마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환경의 전환점을 만드는 데 이바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SNS 등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급속 화 되어가고 있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와 이에 관련한 성폭력, 개인 프라이버시의 누출 등의 논란은 당장 디자이너들이 문제 해결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며 경제적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국내외 유명인들의 사적인 사진이 해킹되고 누출되었던 일은 물론 기술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안이 윤리관과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기업이 기술 발전과 서비스 개선이라는 핑계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생활을 서드 파티에 제공하고 그것을 다시 광고에 활용하는 일도 분명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취약하게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당연히 이 사생활의 영역 안에는 성적인 것이 포함된다. 아무튼, 기업이 내리는 경제적 판단 안에 이윤추구가 윤리적 판단보다 우선시 되는 현 시장 구조의 문제는 곧 기업 윤리관의 문제와 동위선 상에 있는 것이며, 기술 혁신만큼이나기업 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도 필요하다. 기업이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일 만큼 고객 개인의 정보를 소중히 하고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일은 분명 사회적 윤리 의식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성숙한 시장 문화를 형성하는 일에도 일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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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전 사진을 공유하는 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는 섹슈얼리티에 관해  큰 논란이 있었다. 당시 개인적인 이미지와 화상을 올리는 앱 서비스 내에서 아트로 구분되지 않는 이미지의 성적 표현 정도에 대한 허용 여부로 논쟁이었다. 사실 예술적 표현에서는 신체 노출이나 성적인 상징, 혹은 대상이 반드시 성적인 것으로 의미 되지 않을뿐더러, 신체의 미에 대한 표현은 예술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소재이기도 하다. 이 논란은 과거 갤러리라는 외부 세계와 의도적으로 단절되었던 공간에서 이루어지던 예술이 일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침투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현재는 이 서비스 업체에서는 나름의 기준이 제시하고 있지만, 어떠한 성적 표현을 어디까지 예술로 볼 것인가라는 케케묵은 심의 검열의 논란은 여전히 크고 작은 분쟁들을 유발하고 있다. 반대로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시작했었던 대담한 성적 이미지를 마케팅과 홍보에 사용한 일은 패션계에서는 이미  오래된 관행으로 이들 광고물의 경우는 대게 여성과 남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며 시각 이미지 안에 상당한 성적 왜곡과 폭력성을 조장하고 미화하는 것으로 크게 비판을 받아 역시 어디까지 창작물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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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술계처럼 전통적으로 인체의 아름다움과 그것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 그리고 의도적으로 성적인 것을 표현하는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은 중요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성적인 표현을 어떠한 맥락에서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문화적 층위에서 여러모로 논의 되어야 할 내용이며, 지속해서 문화를 매개하는 미디어들이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물론 자의적이고 개별적으로 이해되는 성적 표현과 의미 해석, 문제의식 공유는 막연한 표현과 발상의 제한을 의미하는 검열과는 다른 것으로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와 담론의 성장에 기여함은 물론 현재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각물에 의한 폭력이나 조장, 성적 편견과 오해, 무지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성찰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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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종종 논란이 되는 성교육 개선의 문제와 타인의 권리, 취향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단기간에 합의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제껏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던 의무교육 과정상의 형식적인 성교육과 부적절한 교재, 관련 프로그램 개발 부족의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성교육이 얼마나 비일관적이고 일시적인 것이었는지 깨닫게 해준다. 앞으로는 성교육에 대한 연구도 여성학 등 편향된 분야만이 아닌 사회학과 심리학, 문화 연구, 기업 정책 등 포괄적인 학문적 연구와 교류를 통해 접근해야 할 것이며, 특히 성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은 개인과 사회적 성에 대한 주제의 과학적인 논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효과적인 디자인 방법론으로 귀결될 수 있어야 한다. 성교육에 관련한 교재와 프로그램의 디자인은 일반적인 교양서나 정보 전달이 목적인 일방적 강의 방식보다 좀 더 학제적이고 열린 소통의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는 성교육이라는 특수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성년자만이 아닌 성인도 지속해서 성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단편적 정보 전달과 서술에서 벗어나, 열람자의 나이와 환경, 직업, 성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루 적용해 단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당연히 이에 걸맞은 콘텐츠의 업데이트도 가능한 개방성이 필수적이다. 흔히 말하는 성진국(?)이라 부르는 일부 서구 사회에서는 예술과 디자인이 뮤지엄 이나 박물관이라는 형태로 성에 대한 나름의 문화적 충격의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실례로 미국 뉴욕에 있는 성 박물관(Museum of sex)은 세계의 성에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판매함은 물론 성에 관련한 다양한 작가들의 해석과 작품들을 공개적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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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시민들에게 자연스레 성에 대한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존중을 깨닫게 하며, 동시에 대중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지속해서 발산하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분위기는 건강한 성(sexuality)에 대한 이해를 유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이라는 것이 애초에 인간의 본성과 일상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 만큼, 실제 그것에 대해 대화와 열려있는 사고를 유발하는 이러한 문화적 완충지대는 음지에서 왜곡된 성문화가 생성되고 그것이 또다시 변질되는 방향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성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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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자면, 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잘못된 성 의식, 그리고 그에 관련되어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결국 문화적 소통의 부재가 크게 작용한다. 일상과 매우 근접해있는 이 주제는 분명 더 나은 삶의 영위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며, 또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성 관련 시장을 무의식적으로 배척하고, 단순한 시장 논리에 맞기는 일 역시 개인과 공적인 삶의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지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실효성 있는 정책 만들기뿐 아니라 건전한 기업 문화와 개인 간의 상호 존중, 공론화에 의한 문화적 절충과 더 나은 교육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이며, 그 실마리는 디자이너의 기민한 문화 생산력과 영민한 시장 논리의 이해, 반응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고는 K-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획연재입니다. 기술, 환경, 문화를 3가지 대주제로 한주씩 관련된 소식이나, 전문적인 담론을 쉽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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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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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 카림라시드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