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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디자인 어워드 특집 연재 ]

 


우리에게도 광고로 친숙해진 세계적인 쉐프인 고든 램지가 늘 강한 어조로 조롱해오던 채식주의에 대해 최근 '시도해 볼 만하다'는 소견을 밝힌 이후로 세계적으로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미 채식주의는 북미와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 매우 대중적인 취향과 기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일부 이념화 경향을 띠는 극렬한 육식 반대주의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회적으로도 웰빙의 한 형식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채식주의는 식품 제조 업계에 구체적인 내용물을 표시하도록 하고, 식료품 생산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 오염의 감시와 소비자의 건강한 소비라는 트렌드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본질은 역시 육식을 금하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에 따라 생선이나 달걀, 유가공품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채식주의 기본은 역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곧 이런 채식주의자들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고기 메뉴가 등장할 예정이다. 다만 농장에서 길러져 도축된 고기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자란 고기로 요리된 음식이다.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이들의 제한적 식문화를 설명하는 대체적인 근거는 대게 가축들이 받는 고통과 희생에 대해 정당성과 사육의 과정에서 행해지는 비윤리성이다. 분명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식자재 관리와 비인간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육의 방법은 미디에서도 여러 차례 회자 될 정도로 잔인하고 비친환경적인 것이었다. 특히 닭과 소, 돼지, 양 등 가축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강제로 사료를 주입 당하고 움직임을 제한시켜 몸을 비대하게 성장시키는 사육법은 이를 섭취하고 소모하는 인간에게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단계적이나마 점진적인 사육 환경에의 변화가 요구되고 프리 레인지(free range) 제품과 같은 다양한 노력과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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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식적인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의 변화와는 별도로, 인류가 수천 년을 지속해온 육식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는 간단하지 않다. 특히 냉장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의 육류와 식자재의 보관, 이동이 장기간에 걸쳐 가능해지며 전 세계적으로 육류의 생산과 소비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크기의 경제는 생산량의 증가만큼 가격을 낮추고 수요를 촉진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즐겨 찾는 대다수의 프랜차이즈와 외식용 식자재는 대부분 이러한 경제의 논리로 완성된 것들이다. 물론 더욱 양심적이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가축들을 사육하고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관리와 도축 과정에서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 등 나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들이 등장했지만, 이는 최종적으로 시장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한때 크게 주목받았던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라는 일종의 소비문화 운동은 국제 경제 불황기와 겹치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물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최근 화두에 올랐다. 앞서 언급했던, 실험실에서 키우는 배양육(cultured meat)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마치 화분에서 식물을 키우듯 고기를 플라스크 안에서 배양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는 가축에서 얻은 미세한 줄기세포에서 다량의 근육 조직을 연속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기술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체세포 복제와 줄기세포의 연구가 20세기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고 소에서 채집한 미세한 줄기세포를 다량으로 배양해 식용으로 사용하고자 한 실험은 이미 2010년경에 기술적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문제는 이 배양육의 생산 가격이 기존의 육류 시장의 공급가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2013년에 공개적으로 배양육의 시식 테스트를 했던 당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버거 패티를 만드는데 3억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고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후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놀랍게 절감되며, 이 초고급 인공 패티의 가격은 최근 미화 11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 언젠가 우리의 식탁에 실험실에서 재배된 인공의 육류 제품들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적용 대상의 종류 역시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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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붉은 육류의 대표 격인 소와 돼지의 줄기세포를 대량의 단백질로 배양하고 이후 다시 지방질을 혼합하는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조만간 닭과 같은 지방이 적은 가금류의 흰색 육류 역시 배양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유리 샬레(schale)에서 초기부터 멸균 과정을 거쳐 길러지는 고기는 당연히 도축과 발골의 과정상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세균에의 노출과 항생제, 방부처리 과정이 불필요하며, 비균질하게 길러지는 가축에 비교해 질병의 위험이나 사육 관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대량 사육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나 막대한 수자원의 절약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지닌다. 그러나 기존 육류와 같이 육류 섭취 자체로 인해 발생하는 일부 건강에의 문제점은 변함없는 것이며, 입맛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에의 도전 역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남아있다.

 

심지어 최근의 일부 연구에서는 배양육이 이미 효율화된 전통적인 축산업보다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채식주의자들이 배양육을 채식주의 식재료로써 인정할 것인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PETA와 같은 국제적인 규모의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배양육 실험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배양육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육식 반대주의자들은 동물에서 얻어진 우유나 치즈의 사례와 같이 가축의 세포를 채득해 만들어지는 배양육을 거부하며, 채식주의 원칙을 고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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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의 차이와 그 선택을 존중하는 일은 자유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처사이다. 또한, 그 안에 합리 타당한 근거와 경제적인 유불리의 논증이 있다면 시장에서 이러한 문화와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는 일은 매우 당연한 순리일지 모른다. 게다가 전 세계의 운송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보다 많은 세계 온실가스의 18%에 달하는 대량화 된 축산업이 미치는 환경에의 영향은 이미 막대한 것이 되고 있으며, 한 해 미국에서 소비되는 수자원의 55%가 축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여러모로 현재의 지속해서 증가하는 육류 소비와 식료품 낭비 문화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덧붙여, 대안적으로 동물 가축을 대신해 곤충을 식용으로 가공하는 사례와 요리법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대량 사육이 간단하고 가격 경쟁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가축 관련 산업과 비교해 환경적으로도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문화적으로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추억 간식으로 꼽히는 메뚜기나 밀 웜물 바퀴, 일부 거미 종을 이미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상당하기에 의외로 사육 곤충의 식재료 화는 아주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에서도 이미 건조한 곤충을 갈아 넣은 파스타면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곤충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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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들이 실험실에서 자란 스테이크를 그들의 식단에 포함할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 점차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연환경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력을 미치는 배양육은 언젠가 자연스레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식단 한편을 차지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의외로 이미 막대한 양의 식품들을 생산하고 낭비를 반복하는 우리의 소비 중심 사회가 아닌, 가난과 기후 변화로 인해 식자재 조달에 부족을 겪는 일부 지역과 필수적 단백질 공급에 차질을 빚는 재해, 난민촌 등에서 발견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본 기고는 K-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획연재입니다. 기술, 환경, 문화를 3가지 대주제로 한주씩 관련된 소식이나, 전문적인 담론을 쉽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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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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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 카림라시드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