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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디자인 어워드 특집 연재 ]

 


디자인계가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현대의 대중문화 영역은 개개인의 유별한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고 있는 현대 시장의 흐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막상 콘텐츠의 생산자를 자처하고 있는 대다수의 디자이너는 대중이라는 집단적 주체가 누구인지, 문화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선명한 답을 내놓기 어려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탈 근대화 이후 파편화된 고도의 시장주의 체제에서 대중이라는 소비 집단이자 문화의 재생산자들은 과거의 거대 담론을 거부하며, 소수의 취향을 위한 하위문화와 독자적 시장을 통해 문화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장의 메가 트렌드로의 영향에도 자유롭지 못한 복합적인 미시적 취향이 혼재하는 현대의 대중문화는 고급과 저급을 나누던 과거의 계층적 구분 마저 모호해지며 그 의미를 규정하는데 매우 느슨한 잣대와 기준에 기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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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화의 불연속성과 비일관성을 현학적 의미로 분류하고 구획하는 노력은 차치해두고, 거시적인 개념을 먼저 살펴보자. 문화란 대게 '한 사회에서 의식되는 모든 유무형의 산물들'을 뜻한다. 그리고 그 문화적 산물들 속에는 당연히 해당 사회의 역사와 정치, 경제, 언어, 환경, 관습, 종교 등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를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이라 정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혼합되어진 그리고 순수하지 않은 복합적인 문화의 특성에서도 분명 나름의 구체성을 띄고 있는 유별한 양식도 공존하고 있다. 고대부터 전해진 언어 구조와 사회적 윤리, 관습에 기여해온 신화론이나 중세적 종교 문화는 현대에서 이르러서도 문화라는 것의 특성을 설명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류 사회와 문명 체제가 현대화될수록 자본의 영역은 문화 생산의 매우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된다. 언급했듯 모든 문화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며, 그 상징(symbol)과 맥락(context)이 반드시 일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돈이 되는 문화, 즉 소비되는 대중을 위한 문화는 시장 체제에서 살아남기 쉽다. 물론 경제적 논리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적 산물의 유일한 근거는 아니다. 그러나 근대 산업 혁명 이후 19세기에 들어서며 생겨난 대중문화라는 것의 배경에는 공산업의 대량 생산 체계와 그에 관련한 기술로 등장한 매스 미디어와 재화,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도시의 노동자 계층의 취향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대중문화의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에 이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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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아이(Yellow kid)가 등장하는 간단한 사회 풍자만화에서유래한 황색 언론이라 불리는 초기의 활자 대중 출판물의 역사도 그렇게 시작되었으며, 여성 감독 엘리스 가이(Alice Guy)를 통해 최초로 서사적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 역시 그렇게 시작되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의 승리라 불리는 팝 컬쳐(Pop culture)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사실은 분명 현대적 문화라는 것이 시장에서 대중의 호흡과 함께 하는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우리가 이해하는 현대적 대중문화, 또는 다른 말로 불분명한 소비 집단의 문화성을 확인하는 좋은 기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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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대중을 의식한 예술은 시대적인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가 특히 아방가르드(Avant-garde)의 상대적 개념으로 키치(Kitsch)라 폄하 할 정도로 한때 일부 나쁜 취향의 것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이는 원래 러시아 등 공산주의 선전에 주로 활용되었던 ‘민중을 위한 진실만을 말하는 예술’의 형태로 이념 전쟁의 종말로 힘겹게 얻은 승전물이었다. 당대 파리와 뉴욕 등 세계의 미술 시장에서 사실적 묘사는 여전히 현대 미술의 진화에 있어 다양한 의미와 방식으로 상당한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었고, 공산주의와 냉전 시대를 겪고 있던 미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CIA를 통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좋은 취향'의 미국 미술과 문화적 우수성을 내외부적으로 파급하고자 했다. 당시 작가의 깊은 사색과 정신적 심오함이 추상으로서 함축, 내재되지 않은 작품들은 변방의 미술 혹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였고, 1956년 잭슨 폴락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까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는 세계 미술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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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급속한 산업 기술의 발전과 초현실주의로 추상성마저 획득하게 된 사실적 묘사의 미술은 신흥 자본 세력을 등에 업고 새롭게 부흥된 ‘일상의 미학’으로 미술 시장과 결합해 이전 세대의 엘리트주의적 미술을 다양한 방향으로 뒤집어 놓기 시작한다. 바로 팝 아트(Pop Art)의 탄생이다. 고상하고 난해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 주변의 일상 사물을 고대로 옮겨 놓거나 그저 대상과 풍광을 위트 있게 묘사하는 작품들은 점차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을 지배했다. 앤디 워홀의 레디 메이드(ready made) 브릴로 박스와 마릴린 먼로의 실크 스크린 초상은 분명 팝 아트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 미국 자본주의의 경제력과 실용 미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극히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미술은 세계 미술의 중심지에 드라마틱하게 수렴되었고, 이제 예술과 상품의 경계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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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와 코카콜라와 같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같은 맛의 음식을 모두가 똑같이 즐길 수 있게 한 미국식 국제적 브랜드들의 등장은 그야말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승리를 증명하였으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대중이 원하는, 대중을 위한 문화라는 것의 기틀을 잡는 근간이 되고 있다.  그렇게 팝 컬쳐는 만인들이 소비를 통해 이념적인 평등을 약속하였고, 그 소비의 고리에는 시장을 선도하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신기술들이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일상의 가전 상품과 가상 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상품이 등장했는데, 애드리안 포티(Adrian Forty)의 ‘욕망의 사물’에 언급되어 있듯, 이 새로운 상품들은 피상적으로는 개인 삶의 풍요와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역설하지만, 실제 신기술 상품들이 약속하는 개인 삶의 증대와 여가의 약속은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 재봉틀이나, 의복 세척기 등은 전통적 노동 계층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노동 시간을 증가시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이끌었다. 한편 1930년대 헐리웃에서 본격화된 대중을 위한 영화 시장은 대중화된 카메라와 필름 기술의 발전에 혁혁한 공로가 있기에 가능했다. 18세기 말 유럽의 뤼미에르 형제와 같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손에서 예술로서 실험되던 움직이는 영사 기술은 60mm의 대중화된 필름 생산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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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순수하지 않으며 궁극적인 미를 추구하지도 않는, 제대로 된 미술 교육받지 않은 대중을 위한 저급하고 품위 없는(?) 문화를 비판하던 지식인층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2차 세계대전 중 자결한 시대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과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아도르노를 주축으로 한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그들이다. 이들은 전통적 모방 미술의 한계점과 마르크스적 환원주의 대중 예술론을 동시에 비판하며, 예술로서의 형식을 중요시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값싼 경험을 추구하는 대중문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특히 당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영화라는 뉴미디어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가했는데 사실 그들이 예상했던, 무료한 시민들이 영화관에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예술적 감흥이 아닌 오락으로 소비되는데 그칠 것이란 당대의 평가는 날카로운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시간 때우기와 단순 오락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라도 대중이 좋아하면 시장의 가치 평가가 높아지고, 또 그 상품이 다른 의미로서의 예술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 현대에 우리가 부르는 대중문화의 생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르크스는 역사가 인류 사회 진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인류의 뜻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라 했다. 어려운 유물론에 대한 이해를 접어두고, 분명 인류 문명의 진화가 다수의 대중이라는 불명확한 사회 집단의 욕구와 소비, 그리고 그것을 충족하는 기술의 산물들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또 다양한 문화적 양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은 특히 이념의 시대를 넘어 본질마저 희미해진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의 소비 사회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언어학자이자 철학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이렇게 광고와 시각 미디어를 통해 구축되는 현대적 신화론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제공하는데, 디자이너들은 그들이 사회와 시장에서 활동하며 기여하고 있는 현대 대중문화 속 신화론의 의미 체계와 이를 받들고 있는 문화적 비계(scaffold)들의 특성을 한 번쯤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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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목소리 높이는 문화 융성과 브랜드라는 허울 좋은 가치가 무엇으로 유효한 것이며, 시장에서 약속하고 있는 교환 가치를 뛰어넘는 경험 가치는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디자이너들은 조금 더 면밀히 우리가 의식하는 대중문화의 내부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가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정학적 구분이 사라져가고 기술로 물리적, 언어적 한계마저 모호해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대, 대중이라는 각양각색의 문화성에 근거한 소비 집단의 다양한 욕구를 이해하고 응답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며, 동시에 디자인계가 그동안 방치해온 문화 의미론의 담론 발전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본 기고는 K-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획연재입니다. 기술, 환경, 문화를 3가지 대주제로 한주씩 관련된 소식이나, 전문적인 담론을 쉽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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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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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 카림라시드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