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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디자인 어워드 특집 연재 ]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음성 명령으로 음악을 재생시키고 뉴스와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집의 조명을 껐다 켜는 일 정도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이른바 IoT(사물인터넷)라는 이름의 생활가전 기구들이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그래도 입에 잘 붙어 어색하지 않은 IoT(Internet of things)라는 구체적인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 모바일 네트워크와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던 일에는 주로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즉각 등장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는 사실 첨단 기기와 일상의 결합을 설명하는 일에 있어 과거뿐만아니라 미래의 모습을 간략히 서술하는데 가장 제격인 용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하는 IoT란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도의 정보와 서비스를 필요로 느끼는 시점에만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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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심의 IoT 생태계는 그 이동성으로 인해 초기 개발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표적이었다. 사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세계의 모든 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일이 손쉬워지고, 클라이언트로부터의 중요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간단한 사무 업무를 진행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 앱 서비스를 통해 추가적인 장비나 비용 없이도 개인이 필요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지며 스마트폰은 기존의 그 어떠한 네트워킹의 존재보다 강력한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지나친 ‘아무 때나 어디서나’의 장점이 오히려 때와 장소를 구분할 줄 모르는 단점으로 바뀌어 버렸다.

 

시도 때도 없는 스마트폰의 알림 표시는 오히려 일의 능률과 업무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급기야 SNS의 중독적인 피드백 구조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 마저 망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일상에서 의미 없는 전파 공해와 집중력 방해, 수면 부족을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스마트폰을 꼽고 있으며,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순수 통화만 가능한 휴대폰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했던 ‘스마트’한 라이프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만큼,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시대적인 흐름은 많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기능만을 남긴 상품들을 찾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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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 가정용 엔터테인먼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스피커가 IoT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앞선 인공지능에 대한 칼럼에서도 짧게 언급했듯 아마존과 구글, 애플 같은 거대 기업들은 앞다투어 가정용 스피커를 IoT의 새로운 구심점으로써 다시금 나름의 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것은 물론 사용자의 음성인식을 통한 인공지능과의 언어적 소통과 온라인 상거래를 연계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마트폰 같은 기존의 모바일 제품의 휴대성과 그 개인 정보 사용의 모호성으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망치는 일을 해소하기 위한 접근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홈 네트워킹 시장이 스피커라는 형태에 갇혀 개발이 지속하리라는 관측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삼성이나 소니, 중국의 신생 거대 제조 기업들은 인공지능이나 IT 소프트웨어 개발에 다소 뒤떨어져 있음에도 꾸준히 다양한 자사의 가전 기구 제품군들에 나름의 IoT 생태를 갖추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중소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이 개발 중인 가정용 로봇의 등장은 IoT 시장이 점차 상품 다양화의 체질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사물 인터넷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특정한 중앙 장치에 국한되지 않는 방식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플랫폼을 공유하는 방식도 진화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효율성과 안정적인 온라인 플랫폼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스피커라는 존재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실내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을 차지하던 TV도 차츰 사물인터넷의 확장으로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냉장고 같은 백색 가전 기구들에 스크린 화면이 들어가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휴대성이 강한 디바이스들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양은 이미 전통적 ‘바보상자’의 그것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마트 TV나 온라인 플랫폼과 연동되는 TV도 등장했지만, 텔레비전이라는 수동적인 매체가 지금의 인터넷 중심 라이프 스타일에 적절치 않은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마셜 맥클루언의 전기 미디어에 대한 정의만 살펴봐도 분명 사용자의 강력한 개입의 여지가 적은 한 방향 콘텐츠 중심의 차가운 미디어인 텔레비전이라는 전통적인 매체는 채널 수의 증가만으로 그 수동성이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긍정적인 형태의 능동성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용자 개입은 광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광고라는 형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고용 정보와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사이의 틈과 홍보, 마케팅의 빈번함은 이용자에게 금세 피로를 느끼게 한다. 아직 실제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빅데이터나, 딥 러닝(deep learning) 같은 걸음마 단계의 인공지능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으로 비춰진다. 물론 네스트(Nest)와 같이 주택 거주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적절한 내부 온도와 쾌적함을 제공하는 우회적 방법도 있지만, 개인은 여전히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이용자 사생활 정보의 보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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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의 기업들은 다양한 정보 보안 부실 이슈들로 인해 개인 사용자의 위치 정보와 개인 정보의 사용에 대해 더욱 민감하고 진지하게 접근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물론 그것이 실제 얼마만큼 지켜질지 의문스러운 것은 변함이 없고, 기술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만큼 단기간에 전면적인 개선이 일이 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기업의 의지와 관료 정책, 이용자간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의식 개선이 동시적으로 또 지속해서 보완된다면 지금의 위기라고 표현되는 온라인 속의 개인성 상실은 회복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아직 다수의 대중이 기업의 개인 정보 침해와 여타의 사용자, 즉 타인의 온라인 정체성과 존엄 훼손에 대해 매우 둔감하다는 사실인데, 현실과 구분된 가상의 공간이라는 인터넷의 특수성이 한몫을 하는 것도 분명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인 도덕성의 부재가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전의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네트워크의 시대는 가상에 존재하는 개인의 정보가 교환 가치로 등가 교환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것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자면, 개인이 모르는 사이에 IoT를 통해 축적된 개인의 일상이나 지극히 사적인 정보들이 기업과 기업 간, 혹은 기업과 개인 간의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의 속에는 개인의 질병 기록이나 성(sexuality), 위치 정보, 인간관계 등 매우 민감한 내용도 전부 해당한다더욱 나은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정보가 어디까지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이용자의 명확한 허가 없이 임의로정보가 사용되고, 또 기업 간의 거래에 활용되거나 단지 기업의 수익을 위해 개인 정보가 악용되는 일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피커의 사례에서 보듯, IoT라는 과도기적인 상품 개발 자체도 개인정보 보완의 문제로 인해 사물 인터넷 시장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주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야기를 조금 발전시켜 보면, 현재 IoT 생태의 구심 자로서 모든 개별의 가전 기구들을 통합적으로 흡수한 ‘스마트 인테리어’의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미 기술적으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영상 정보는 실내의 투명 창 디스플레이로 대체 될 수 있으며, 냉장고와 요리대, 가구들은 이미 IoT로서의 가능성을 시험 받고 있다. 청소기나 세탁기, 쓰레기 수거 장치 등 가사용품도 이미 아파트 공간의 일부에 내장된 형태로 사용되고 있고, 인공지능을 가진 가사용품들이 공간의 내부 구조물들 속으로 숨겨지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과 공간 디자인이 유행하듯, 단출해 보이는 가구나 여타의 필수 생활용품은 얼마든지 간단한 명령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마치 고급 승용차의 드라이버 기억 장치나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이 한정된 개별 공간에서 사용되는 이용자의 정보를 인트라넷 형식으로 전달, 저장하고,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은 암호화된 체계를 적용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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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서비스이든, 상품이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소비자이다. 소비자라는 주체는 개인이며 동시에 대중인 다면적 인격체이다. 당연히 인간으로서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권리와 존엄성 역시 타고난다. 인류는 이미 정치적 이념 주의와 그 분쟁으로 인해 실존적인 개인의 상실을 혹독히 경험했던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성취한 자유 민주주의라는 체제 안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이윤추구 활동만큼이나 개인으로서의 자유와 권리 역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요한 점은 대중이라는 주체가 사실관계를 인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역사적 주체임이 의식하고 ‘소비자’ 스스로 꾸준히 사회를 환기하고 기업과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역할에 가장 적절한 가이드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은, 시장에서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고 소비자를 위한 시각화의 최일선을 맞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디자인이란 활동을 통해 사회적 구조를 개선하거나,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불러오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하고 또 다른 개인의 주체성과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 역시 미래 라이프 스타일의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민감한 일상에 직접 맞닿아있는 상품들의 개발과 그것이 시장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더욱 디자이너들이 주도적일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만큼 디자이너들도 기존의 단순한 직무 역량 기르기에서 더 나아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윤리와 개인의 의미, 주체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 본 기고는 K-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하는 디자이너가 좀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컨셉을 구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관련한 전반적인 담론을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하는 기획연재입니다. 기술, 환경, 문화를 3가지 대주제로 한주씩 관련된 소식이나, 전문적인 담론을 쉽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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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화 전문 집필가

metafaux design 대표,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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