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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렇게카페가된다 디자인 실장 고봉진입니다.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명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영화인을 꿈꾸며, 8년간 상업 영화 미술팀으로 15편의 세트 디자인과 컨셉 아트를 담당했고, ‘그렇게카페가된다’란 상호로 카페도 운영했습니다. 어느 날 베이커리 ‘블랑제리코팡’이 찾아와 자신의 첫 창업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영화 세트를 만드는 것은 늘 하던 일이니까, 그냥 영화 세트를 만드는 것처럼 하면 되겠지? 라는 느슨한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망원동 핫플레이스로 성장하며, 연이어 다양한 의뢰가 들어오게 되었죠.

 

덕분에 운영하던 카페에는 점차 공구와 페인트 통들이 쌓여갔고, 자연스럽게 인테리어가 본업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9년 차로 160여 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하였고, 다양한 상업 공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 설계부터 인테리어 시공까지 진행하며, FnB 디자인 사무실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아직도 '시공'보다는 '회차', '작품'이 더 익숙한데요.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미장센을 그리듯이, 클라이언트가 서 있는 공간이 최고의 한 씬으로 남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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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 성과나 경험을 이야기 해주세요.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기존 동종업계에서 찾기 힘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노브러시 세차장을 FnB와 결합하여 가족 친화적인 세차 문화를 기획하거나, 한국 전통문화와 건축을 적용하여 외국 바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애견샵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송파 메인 스트릿에 자리한 어덜트샵 쇼룸 프로젝트는 재미도 있고 참신했던 프로젝트였는데요. 세계 시장에서도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분야로, 특수하지만 도전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1세대 판매점인 승합차 트렁크에서 2, 3세대로 넘어오면서 생활용품점이나 디저트 카페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었지만,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쟁업체들이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강한 방향성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는 '왜 로드샵 성인용품점은 더 확장하지 못할까? 정말 성은 양지로 끌어 올려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어둡고 혼자 있는 곳에서 이뤄지는데, 이를 토대로 더욱 은밀하고 이색적이며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문을, 이 복도를 넘어서면 당신의 상상이 이루어진다고,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공간. 그런 공간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고객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영화 ‘피핑톰’, ‘아메리칸 사이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영화의 장면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길 의도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완료한 후 오픈한 매장에서 방문한 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의도한 대로 반응하고, 기획한 대로 공간이 소비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람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독특한 기획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무실이기도 하고, 기획했던 프로젝트들이 일반 상업 공간에서 보기 힘든 창의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더 독특한 기획력이 필요한 프로젝트들의 의뢰가 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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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그것이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매장을 오픈하는 날은 저도 클라이언트만큼 떨리고 두렵습니다. 초반 몇 년 동안은 골목길에서 몰래 지켜보며 속을 애태웠던 기억도 남아있죠. 영화는 일 년을 넘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흥행 여부에 따라 1-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간의 노력이 허상으로 느껴져서 허탈하고 슬프죠. 하지만 저는 수많은 스텝 중 한 명에 불과하니 책임감에서는 좀 가볍습니다. 그러나 인테리어는 다릅니다. 창업은 대부분 한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자 변곡점일 것입니다. 따라서 손님이 없으면 나의 디자인이 어떻게 잘못되었을까 하는 자책으로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은 오픈 후 1-2주 만에 대박 흥행이 판가름 나기도 해서,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FnB 트렌드에 지치기도 합니다. 매번 흥행작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트렌드에 부합하는 요소들로만 이루어진 복제품 같은 공간과 많은 디자인들이 단순히 '핫플'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되면서, 쇼츠 속에서만 가치 있는 것으로 보일 때 회의를 느끼기도 합니다. 트렌드만 쫓다 보면 결국 핫플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천만 영화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오래 회자되는 영화도 있듯이, 서서히 사랑받고 오래 기억되는 공간 또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흥행이 아닌 장기적인 흥행을 목표로, 클라이언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FnB 기획은 다섯 가지 핵심 요소로 출발합니다. 누가, 무엇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흥행에 있습니다. 흥행 영화가 감독보다 작품이 돋보이는 것처럼, 상업 공간은 위 다섯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기획되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브랜딩과 공간이 디자인되어야만 프로젝트가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여러 경쟁 업체를 찾아가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오픈 예정인 상가 주변에서 유동과 타겟을 분석하고, 클라이언트의 매장에서 음식을 먹고 그곳에 머무는 손님들을 계속 관찰합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찾아 나가죠. 클라이언트와의 긴 대화 속에 선발된 키워드들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원칙은 프로젝트와 클라이언트를 이해하고 사랑하자입니다. 사랑이 원칙이 되면 끈질긴 소통과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무관하게 일관된 자세로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상호 이해와 신뢰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며, 사랑으로 기반을 두면 더 높은 퀄리티와 창의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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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욕심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요즘 인천 월미도에서 카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월미도 상권이 많이 낙후되면서 그나마 사람들이 몰리는 놀이공원 뒤로 폐가가 되어가는 수많은 건물을 보며 여러 상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상업 공간이고, 저희도 카페 운영을 했다 보니 폐업 사인만 봐도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2023년 상반기에 연남동 피자집 리뉴얼 프로젝트도 생각이 나네요. 오픈 1년 차인 가게인데 피자 한 장도 못 파는 날이 더 많다며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저희에게 오셨죠. 리뉴얼 오픈 후에는 매출이 20배가량 상승하여 피자가 더 이상 없어서 못 파는 가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맛도 있고 실력도 있는데 브랜딩과 기획력이 부족해 고초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브랜딩과 디자인의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FnB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포트폴리오가 쌓여가면서, 클라이언트 간 협업의 가교 역할도 하게 되었습니다. 와인 유통 업체와 한우 전문점의 협업으로 좋은 가격으로 와인을 납품하게 한 것, 치즈 유통 업체와 타코야키 판매점의 협업으로 여러 쇼핑몰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것, 디저트 샵을 창업하는 대표님에게 베이커리 전문점을 소개해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게 하는 등 클라이언트들의 협업을 주선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교류의 장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서, 혼자서 살아남기 힘든 시기에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올해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저희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또 다른 목표예요. 회사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고 자신 있게 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가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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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NGUARD WINE MERCHANTS >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까지 디자인 또는 마케팅 방향에서 달라진 점은? 

코로나 시기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위축으로 브랜딩 및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패키징 의뢰의 비중이 높아져서 브랜딩 분야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때 진행된 프로젝트가 ‘뱅가드와인머천트’의 브랜딩 작업입니다. ‘뱅가드와인머천트’는 수입 와인 유통 업체로, 와인의 특성상 명절이나 시즌에 온라인 선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물로써 가치를 높이는 패키지에 집중했습니다. 와인을 마시는 것을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와인 선물이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나 기념품처럼 느껴지도록 기획했습니다. 와인 싸개와 패키지를 유럽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스카프나 여행 지도처럼 디자인했죠. 여행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받는 이에게 추억과 위로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아이디어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공간 디자인의 경우 식사 풍경과 운영 방식, 디테일 등에 영향을 끼쳤는데요. 식당의 좌석 구성에서 룸의 비중이 높아지고 공간 구분이 필수가 되면서 파티션의 높이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엔데믹 이후 일부 젊은 상권에서는 테이블 간격이 회복되고 있지만, 오피스나 주거 상권에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체류 시간이 짧아지고 음식 및 주류 소비량이 줄어든 것 또한 관찰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방식의 변화가 더해져, 공간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게 된 것이죠. 또한 테이블의 아크릴 칸막이 사용이 늘어나면서, 탈착 가능한 디테일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진행했던 헬스장에서는 공간 렌탈로 컨셉을 확장하여 타임별로 1인에게 통째로 대여하는 시스템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향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더욱더 개인에 초점을 맞춘 1인 식당이나 1인 공간 렌탈 같은 형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비하여 새로운 형태의 공간 디자인 및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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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 본인만의 철학이나 신념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은? 

저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흔히들 평론가와 대중을 다 잡은 감독이라고 평가하는데, 아주 이상적인 포지셔닝입니다. 상공간, 특히 FnB는 사람들의 생활권에서 가장 밀접하고 친밀한 분야입니다. 누구나 쉽게 먹고 마시고 느끼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나 철학을 직관적으로 알지 못해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소위 영화제용 필름을 썩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디자이너들만의 용어가 어색하기도 합니다. 어떤 공간에 갔을 때, 자재의 물성이 가진 함의나 완벽한 엣지의 마감이나 '아는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는 그런 류에 감동을 받지 않아요. 그런 미감을 갖지 못한 디자이너인 것 같습니다. 대신 체험적 경험에서 오는 감동을 중시합니다. 별다른 미감이 없어도 압도당하는 그런 공간을 기획하는 것이 목표이자 지향점입니다. 

 

홍콩 출장 때 ‘A Work of Substance’에서 기획한 ‘더 플레밍 호텔’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홍콩의 밤거리를 걷다 도심의 스모그 사이로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는 외관에 넋을 놓고 말았죠. 그곳이 바로 배트맨의 고담 시티였습니다. 고가 넘어 자리 잡은 건물은 고가 앞쪽에서 보이는 뷰까지 기획되어 있었고, 홍콩 도심의 스모그마저 건물의 디자인으로 흡수했습니다. 내부는 더욱 눈을 뗄 수 없었고,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온전히 공간을 즐겼던 충격적인 체험이었고 상업 공간 기획의 명확한 목적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죠. 그 당시의 경험이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내가 감동할 수 있는,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자’가 저의 철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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