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YenAn은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창의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공간과 오브제를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문화와 이야기의 힘을 통해 깊은 의미와 감동을 전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처럼 사람들의 일상 속 가치와 이야기를 탐구하며,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Yen-An Chen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표 프로젝트인 타팔롱 전시를 비롯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눈물로 시작된 신뢰가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디자인의 본질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만에서 아틀리에 옌안을 창립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옌안 천입니다. 아틀리에 옌안은 디자인, 영상 제작, 그리고 큐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沿岸制作(연안제작)이라는 이름처럼, 변화하고 흐르는 바다와 같이 우리의 창작 작업은 유동적이며 더 많은 가능성을 포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늘 기원과 이야기에 집중하며, 본질을 탐구하고 일상 속 핵심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문화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창의성을 정제하고, 커뮤니티와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TAFALONG Exhibition : 타팔롱은 대만 원주민 팡차족의 가장 큰 부족 중 하나로, 창세 신화에서 시작해 여러 세대를 거쳐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습니다. 이 부족은 깊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틀리에 옌안은 2023년, 이 부족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그들과 협력하여 지역 문화 박물관에서 첫 번째 전시를 기획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타팔롱 전시는 신화, 이야기, 그리고 세대를 통해 구전된 문화적 유물을 결합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험하도록 초대합니다. 대만의 조상들이 자연의 위협에 맞서 어떻게 삶을 일구어 나갔는지, 그리고 세대를 거쳐 혼란 속에서 부족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보여줍니다.
원주민 부족과의 협업이 흥미롭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신뢰’였습니다. 비원주민 팀으로서, 우리는 외부인의 입장에서 부족의 지혜와 전통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우리 팀은 현장 조사와 인터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그 덕분에 부족과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으며, 결국 그들이 인정하는 전시를 성공적으로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기에 한 장로님이 인터뷰 중 눈물을 글썽이며 "왜 우리 부족의 전시 기획을 우리 부족 사람이 아닌 외부인들이 해야 하냐?"라고 질문하셨을 때였습니다. 그 질문은 매우 어려웠고, 우리는 그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며 진정성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타팔롱 부족의 믿음을 얻게 되었죠. 심지어 2년 후 전시 업데이트를 할 때, 다시 참여해달라는 초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존중과 신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속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프로젝트가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부족과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족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야생 식물을 채집하는 법도 배우며, 장로들로부터 많은 지혜를 얻었습니다. 그들과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작업을 넘어, 타팔롱 문화 유산의 작은 부분이 된 것 같습니다.
아틀리에 옌안은 항상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강조합니다. 디자인을 할 때 이 두가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자인은 오늘날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며, 그 정의는 매우 넓고 다양합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가치 재정립의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즉, 일상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환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또한, 이러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며, 디자인, 영상 제작, 전시 기획 등을 이야기의 매개체로 사용합니다. 스토리텔링은 디자인에 깊이를 더하고, 문화적 맥락을 통해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스토리텔링이 잘 녹아 들었을 때,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타팔롱 전시 디자인에서, 계단으로 이루어진 대형 경사면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유물들과 함께 배치되었죠. 이 경사면은 부족의 조상들이 홍수를 피하기 위해 이주했었던 부족 신화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접근 방식을 통해 각 전시물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여행의 일환으로 변하며, 이야기에 능동적인 참여자가 됩니다. 또한, 이 경사면은 부족이 강연이나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으로 설계했습니다. 우리는 문화가 단지 유산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도 전달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디자인을 통해 문화를 살아 숨 쉬는 경험으로 만들어줍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다루고 있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아틀리에 옌안의 작업은 이야기 중심의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를 다룹니다. 우리는 각 프로젝트에 디자인 사고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집중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매체에서 혁신적이고 적응력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기법에서 다른 기법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강점 중 하나이며, 영감을 얻는 중요한 원천이기도 합니다. 현재 저희는 ‘p.n.g.’라는 자발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복잡한 문제와 지식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대만의 간판문화에 관한 것으로, 오늘날 거리의 풍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p.n.g.의 목표는 일상 속 가치를 재정의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를 사용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디자인 실험으로 볼 수 있으며, 저희가 앞으로 집중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디자인소리 에디터 김보아 (sori@desig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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