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AI 관련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다. 2020년대 중반의 챗GPT 출시 이후, 미디어에서는 매일같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며 AI에 대한 일방적인 극찬과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접할 수 있었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챗GPT는 이제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대화형 AI의 편리함과 능력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AI의 활용이 심심찮게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생성AI 프로그램들인 미드저니, 달리, 그리고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 등의 도구들은 디자이너들에게 놀라운 아웃풋을 제공하며, 작업 효율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이미지와 영상 생성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디자인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입력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으며, 간단한 스케치에서부터 복잡한 그림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본 기고글을 통하여 한 가지 불편한 주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현재 디자인 업계에서 AI라고 인식되는 분야가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AI를 이미지와 영상 생성에만 국한된 도구로 생각하지만, AI의 잠재력은 그 이상이다. AI는 디자인의 모든 측면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디자이너들은 일반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직업인으로서 AI를 보다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 산업에서 AI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본 기고글에서는 AI의 정의부터 시작해 디자인 산업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극복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 AI 디자인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이는 기계가 학습하고, 추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AI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좁은 범위의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협소 인공지능(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Super intelligence)부터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일반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그리고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까지 다양한 수준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는 협소 인공지능으로, 특정 작업에 특화된 알고리즘과 모델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자율 주행 차량, 추천 시스템 등이 있다. 이들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며, 일상생활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다시 말해 챗GPT와 미드저니, 달리, 파이어플라이 모두 협소 인공지능 안에 속하며, 디자이너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한정적인 이미지 생성 외의 더 넓은 개념과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의 정의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인간의 창의력과 결합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도구이다. 이는 AI가 단순히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디자이너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창작의 한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디자이너와의 협업과 소통을 통하여 위와 같은 여러 개념의 AI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만 한다면,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를 위한 AI의 활용
디자인 산업에서 AI의 활용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AI는 이미지와 영상 생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에 통합될 수 있다. 이는 디자인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도 AI와 디자이너의 창의력 증진에 대한 연구로서, ‘생성AI를 이용한 디자인 리서치 방법론 제안: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중심으로’를 진행하였고 연구결과 디자인 경력 5년 이상의 피실험자를 통하여 ‘디자인 리서치 단계와 디자인 개발 단계에서 6시간 이상이 절약되고 창작 과정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았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이용혁, 한국디자인리서치학회, 2024).
< AI-driven double diamond model >
개인적으로 진행한 연구와 같이 AI를 이용한 리서치와 디자인 생성 단계는 디자이너들에게 익숙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이 시대정신에 맞춰 진화하는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AI는 이미지와 영상 생성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디자인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미드저니와 같은 도구는 텍스트 설명만으로도 고품질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초기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AI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더 창의적이고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의 레이아웃을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로고 디자인을 자동화하는 도구들이 있다. AI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인화하거나,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AI가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AI를 이용한 다양한 디자인 시도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디자이너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기존의 방법들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AI 협업의 한계와 가능성
디자인 산업에서 AI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극복해야 할 여러 요소들이 존재한다. 먼저 미디어를 통하여 AI 전문가라고 소개되는 부분들이 어쩌면 디자이너가 AI와의 협업의 범위를 좁히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 아직 AI가 익숙하지 않는 청중과 학생을 대상으로 이미지와 영상 생성 AI만을 디자인 적용사례, 혹은 전문가로서 소개되고 있어 AI driven Design 이라는 분야가 이미지와 영상 생성 분야로만 인식되는 점이 다소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협소 인공지능인 ANI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는 AI의 적용 방식 자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AX(AI experience) 디자이너가 출현이 절실한 까닭이기도 하다.
또한 인공지능의 블랙박스 존을 지나 이미지와 영상만이 딜리버리 되는 결과물이 디자인이라고 인식되는 것에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활동이란 클라이언트의 복잡한 비즈니스의 상황과 프로젝트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결과물을 산출하는데 반해, 단순히 ‘빠르고’, ‘신기하게’ 보여지는 시각 산출물이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디자이너의 수익활동에 필요한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복잡한 맥락(클라이언트의 취향 반영, 시장 상황에서의 전략적 디자인 요소 혹은 기업 내의 디자인 컨펌 과정에 따른 복잡한 요소 반영)을 적용하기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AI의 놀라운 기능만으로는 사람과의 복잡하고 어려운 요청사항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00기업에서 AI 서비스가 활성화된 이유로 디자이너를 해고했다.’ 라는 것은 정말이지 씁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 근래에 이미지와 영상 생성에만 치중되는 현상과 어리석은 기업의 해고의 소식에도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항상 새로운 기술과 프로그램에 적응하며 능숙하게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코딩은 프롬프트로, 나아가서는 대화로 모든 조작이 가능해진다면 ‘디자인 씽킹’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AI 시대에 가장 적확한 포지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아가 디자이너들이 기술 개발자들과 협력하며 AI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AI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고 혁신적인 지식과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시대 흐름에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 간의 지식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AI 디자인혁신학회(AIDIS)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AI 관련 컨퍼런스, 전시회, 연구모임 등을 통하여 학계 연구자와 현업 실무자 간의 교류를 목표로 학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I 디자인혁신학회 학회장 이용혁 (hello.aid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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