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ieh Chia Ling은 대만 Gray Gate Interior Design의 디자인 디렉터입니다. 그녀는 공간을 회색이라고 말합니다. 회색은 채도가 높은 색상, 모란디, 형광, 흑백 모두와 어울리는 컬러죠. 공간은 회색처럼 사람과 활동에 있어 최적의 조연이 되어야 하며, 눈에 띄는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과 활동이 공간에 더해질 때 비로소 완벽함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디자인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명확한 디자인 철학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레이 게이트 인테리어 디자인의 창립자이자 디자인 디렉터 쉐 치아 링입니다. 우리 회사는 두 명의 감독 체제로 운영되며, 실행 총감독은 공사의 세부 사항과 실행을 담당하고, 저는 회사의 발전 방향과 디자인 작품의 색채 비율 등을 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레이 게이트는 주거 공간 설계에서 동선과 공간 배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것이 공간의 실용성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장식성 인테리어보다는 내구성과 관리 용이성을 고려한 재질과 공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건축물과 실내 인테리어는 지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집이 아닌,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고객이 집에 돌아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A skiff : 이 작품은 디자인 총감독의 자택으로, 네 가족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주거 공간 디자인입니다. 샤워실을 하나로 통합하고 두 개의 화장실 사이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남는 공간을 주 침실 내 서재로 활용했습니다. 두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곧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날 예정이므로, 아들들의 방은 위층에 침대, 아래쪽에 옷걸이와 책상을 배치해 공간을 절약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거실과 식당을 확장했고, 거실에는 텔레비전 대신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영화를 보며 닌텐도 스위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빈백 의자와 전동 해먹이 있어 영화를 보다 잠들 정도로 편안한 장소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에 네 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1cm의 공간까지 신중하게 계산해야 했죠. 특정 공간이 사용되지 않을 때, 그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천장에는 전열 교환기, 제습기, 에어컨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사 과정에서 매우 철저한 계획과 세밀한 실행이 필요했습니다. 전동 리프트형 해먹은 차량용 윈치(와이어를 감아 올리는 기계)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양쪽 끝이 균형을 맞춰 동시에 올라가도록 풀리 구조를 추가하는 등 기술적 능력이 요구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공간 디자인을 할 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 사항은 어떻게 파악하나요?
그레이 게이트 디자인의 기본 전제는 고객의 생활 습관과 미래 생활에 대한 기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스타일과 기법은 디자이너가 더하는 부가가치일 뿐이죠. 또한 주거 공간 디자인은 하나의 템플릿이 아니며, 모든 가정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고객의 예산 내에서 니즈, 실용성, 안전성 그리고 생활 패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고객들에게 생활 습관에 대해 질문하는 설문지 형태의 문서를 제공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생활 세부 사항을 모두 묻기에는 너무 많은 질문이 필요했고, 설문지를 만들어도 끝까지 작성할 인내심을 가진 고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본인의 생활 습관을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어떤 고객은 엑셀로 목록을 정리하고, 또 어떤 고객은 PPT로 그림과 글을 함께 작성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스크린샷을 찍거나 손으로 직접 그려 표현하는 고객도 있고, 대화하면서 생활의 세부 사항을 정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은 고객의 성격과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하고 독특한 요구 사항을 가진 고객들을 만나다 보니, 제가 항상 묻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침실에서의 차광은 어느 정도로 원하시나요?’ 입니다. 실제 경험을 예로 들자면, 한 번은 커튼의 바늘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고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빛이 전혀 없는 동굴 같은 공간을 선호했죠. 그래서 그 프로젝트의 이름을 '흡혈귀의 집'이라고 짓기도 했습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가 맡고 있는 사명입니다.
고객과의 소통 과정, 즉 고객 서비스 프로세스가 큰 장점인 것 같은데요. 그레이 게이트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는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전체 일정 세부 사항을 세분화하고, 각 단계별로 정확한 날짜를 설정합니다. 이 과정은 디자인 팀과 고객 모두에게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제공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디자인 프로세스만 세밀하게 계획하고, 공사 일정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고객에게 초도 검수, 재검수, 이사 날짜를 미리 안내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죠.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회사 재무 관리가 명확해지며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프로세스는 신축, 구옥, 분양 아파트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며, 이에 맞춰 다른 디자인 단가와 작업 항목을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작업량과 능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디자이너의 프로젝트 보너스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만에서는 흔치 않은 방식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관리하며 그에 따른 보너스와 성과를 즐기고 있습니다.
공간 디자인 외에 디자이너 교류를 위한 모임도 주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우리도 많은 디자인 회사들처럼, 더 나은 디자인 방식과 시공 도면의 세부 사항 같은 것들을 기꺼이 공유합니다. 우리의 프로젝트를 다른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에게 개방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디자인 회사를 방문해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실패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시대에는 더 이상 비밀 기술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종업계의 교류를 통해 산업 전반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혼자만의 작업은 성장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맹점을 파악할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에서는 건축 자재, 디자인 방식, 공정 외에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법률, 계약, 재무, 회사 제도, 근로기준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과 교류도 가능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한 동료 디자이너의 고객이 집에서 다양한 곤충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업무상 다양한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해야 했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 프로젝트만큼은 직접 보러 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곤충을 보면 너무 놀라서 혼비백산하거든요!
디자이너의 소통은 왜 필요할까요? 그리고 교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요?
대만에서는 디자이너 협회나 동업자 단체에서 중대형 디자이너 교류 활동을 주최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대부분 강연이나 디자인과 무관한 러닝, 스포츠 같은 교류 목적의 이벤트가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10~15명 정도의 소규모 교류 모임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모임에서는 AI 도구나 NOTION 같은 프로젝트 관리 도구 학습, 회사 제도 구축, 시공 도면 작성 기술 또는 작업 중 자주 발생하는 법적 분쟁 처리 방법 같은 실질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시공, 회사 경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고 있죠.
대만의 실내 디자인 회사나 소규모 개인 스튜디오의 수는, 대만 내 두 번째로 큰 편의점보다 많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회사가 디자이너를 무한정 야근시키고, 어워드에서의 수상 영광은 총감독이나 대가에게만 돌아가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많은 대만 디자인 회사들은 여전히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것을 ‘조기 퇴근’으로 여기는 무서운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내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좋은 생활 경험을 갖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건강하고 균형 잡힌 퇴근 후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근 후에 다양한 교류도 이루어 지겠죠. 일상에서 경험하는 식사 공간, 수면 환경, 업무 환경은 디자이너의 미적 감각과 열정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또한 디자인 작품이 국제적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면, 그 작품에는 반드시 디자이너의 이름이 기재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디자이너가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입니다. 우리 회사의 프로젝트가 WINNER를 수상한, K-디자인 어워드 2024에서는 참여한 디자이너의 이름을 전부 기재해 주었습니다. 아쉽게도 어워드 시상식 기간 동안 이미 많은 일정이 잡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도 도전하여 수상하고 시상식에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디자이너들과 교류도 하고, 동시에 직원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디자인소리 에디터 김보아 (sori@desig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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