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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업무 범위에는 디자이너에게 기술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엔지니어에게 산업 분야에 대한 도메인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에게 기술을 설명하는 일을 많이 해왔으니, 이번에는 엔지니어에게 제품 디자인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잠재 고객인 제품 디자이너에 대한 이해를 높여 개발 목표 수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문서에서 ‘제품’이란 용어는 물리적인 것으로 의미를 한정하여 사용했습니다.

 

‘art’, ‘science’, ‘technology’는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단어입니다. ‘fine art’에서 ‘art’는 예술로 번역되지만, ‘art of~’에서 ‘art’는 학문으로 번역됩니다. ‘science of~’에서 ‘science’도 과학이 아니라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technology’는 그 자체로는 ‘첨단’이라는 의미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cutting-edge technology’ 또는 ‘hi-tech’라고 표현해야 ‘첨단 기술’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단어 자체로는 특정 산업이나 직군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전자회로 설계자도 ‘디자이너’고, 골프코스 설계자도 ‘디자이너’이며, 미용사도 ‘디자이너’입니다. 앞이나 뒤에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습니다. TV, 냉장고,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상품의 외관과 그에 따른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을 지칭하려면, ‘제품 디자이너’라고 콕 집어서 표현해야 합니다. 공학계에서 공학자와 기술자를 구분하고 정확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처럼, 디자인 분야도 똑같습니다.

 

많이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 제품 디자인, 기구 디자인, 금형 디자인은 각각 독립적인 분야입니다. 이들은 연속된 프로세스 상에 있고 서로를 고려해서 작업하지만, 각각 사용자, 기능,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기구 디자인 회사에 외관 조형을 맡기면, 시장 요구와 관련성이 낮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공학계에서 공학자(engineer)에 해당하는 사람이 ‘디자이너’라면, 기술자(technician)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일러스트레이터’, ‘컬러리스트’, ‘모델링 아티스트’, ‘시각효과 아티스트’ 등 하는 일에 따라 구체적인 호칭을 가지며, 통칭은 없습니다. 한국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자인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숙련 사용자’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도구의 사용기법이나 표현기법 등을 시장이나 사용자보다 우선시 한다면, 그 사람은 디자이너보다는 테크니션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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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스마트폰 디자이너’, ‘냉장고 디자이너’처럼 ‘디자이너’라는 호칭 앞에 물품명을 붙여서 부르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특정 물품이나 가공기법이 작가 개인에게 종속되는 공예(craft) 분야의 호칭 방법입니다. 제품 디자이너는 기존 제품으로 사용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완전히 새로운 분류의 제품을 제안하기도 하기 때문에, 물품명을 붙여서 호칭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제안 중에는 가끔 발명에 가까운 것이 있기도 하지만,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행동 양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발명가보다는 기획자에 더 가깝습니다. ‘technology’에 첨단이란 의미가 없듯이, ‘디자인’이란 단어에는 ‘art’라는 뜻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심미성 자체를 추구하는 ‘장식적인(ornamental)’ 디자인은 이미 1920년대에 공예(craft) 분야로 분리되었습니다.

 

제품 디자인에서 말하는 ‘심미성’이란 예술이나 공예에서 다루는 절대적인 미감(美感)이 아니라, ‘기능성’, ‘사용성’, ‘시장 적합성’, ‘고객 선호도’, ‘제조 품질’ 등 다양한 산업상의 요구 사항들이 제품 외관에 반영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양식미입니다.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린다’면, 그것은 경영자, 기획자, 마케터, 개발자 등에게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운 비언어적 아이디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그리는 것이지, 의사결정권자의 관심을 사거나 자기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후원자와의 매칭을 중시하는 예술 또는 공예의 사고방식입니다. 산업화 이전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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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을 시안(Draft)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 생각이란 시장에서 요구한 것, 도구로서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것, 생산 및 공급 방법에 대한 고려를 의미합니다. 시장 조사 결과나 사용자 테스트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시안이 아니라 그림(Drawing)입니다. 디자이너에게 시각화(Visualization)는 디자인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계산기를 사용하지만, 계산기가 곧 수학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기발한 디자인보다 익숙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기발한 디자인은 구현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시각적인 상상력만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대중의 상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렇다면 컨셉 디자인은 뭐냐, 그건 그림 그리는 일 아니냐’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실무에서는 그것을 ‘디자인 방향 제시(Design Direction)’라고 부르며, 경영에서 비전 제시(Visioning)와 유사하게 모든 사내 구성원이 같은 것을 목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하나의 사업부에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한 두 명에 불과하며, 모든 종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개발 과정 내내 하는 업무도 아닙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를 ‘시각화 전단계’, ‘시각화 단계’, ‘디자인 의사결정 및 양산이관 이후 단계’로 간략하게 표현했을 때, 디자이너에게 ‘시각화 단계’가 가지는 업무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 적 없는 초기 단계의 기업이라면 ‘시각화 전단계’의 업무 비중이 더 높고, 출시 제품이 있고, 현재 후속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면 ‘양산이관 이후’ 업무 비중이 더 높습니다.

 

정보구조 디자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분야도 있고, 디자인을 포함한 기업의 개발 역량 전체를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디자인 경영 분야도 있으며, 대기업 디자인 부서는 신규 사업 발굴이나 요소 기술 개발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그림 그리는 일’,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여러분이 제품 디자이너를 위한 AI를 개발한다면, 단순히 ‘시각화 도구’만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잠재 고객의 니즈와 시각화 사이에 상관관계는 있으나, 인과관계가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AI 개발 시에는 보다 면밀한 사용자 조사를 바탕으로, 위에 언급된 사항들을 깊이 고려하여 개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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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고 혁신적인 지식과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시대 흐름에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 간의 지식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AI 디자인혁신학회(AIDIS)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AI 관련 컨퍼런스, 전시회, 연구모임 등을 통하여 학계 연구자와 현업 실무자 간의 교류를 목표로 학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페인웍스 대표, AI 디자인혁신학회 이사 김용주 (hello.aid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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