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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구 브랜드 스탠다드에이의 대표 류윤하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목조각과 가구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인 회사인 세컨호텔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재미있는 아이템들을 개발하고 생산, 판매하며 내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듯하여 뿌듯하고 즐겁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미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나까지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회의도 함께 들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할 휴식기간이 필요해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간 베를린에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롱 라이프 제품에 관하여 고민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구상하여 2011년 말, 스탠다드에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스탠다드에이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 목재 가구에 대한 애정이 그 근본입니다. 우리는 디자이너와 제작자의 노력이 가구의 수명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마음으로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합니다. 소재와 기능,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섬세한 선택을 통해 만족할 만한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 그 경험을 통해 각자의 단단한 삶에 균형을 잡는 것. 스탠다드에이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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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Part.Ⅰ >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 성과나 경험을 이야기 해주세요.

스탠다드에이는 생활 가구를 지향하며 조형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의 밸런스를 고민해서 가구를 디자인 제작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소프트 우드의 DIY 제품들과 차별화를 위해 하드 우드의 선이 얇은 이미지의 제품들을 출시하며 출발하였습니다. 현재는 여러 브랜드나 건축가들과 협업 등으로 조금씩 인지도를 쌓으며 꾸준히 운영 중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수익 구조가 좋지 않아 시도하지 않는 목재 의자를 오리지널 기준 5개 정도 개발하며 국내에는 드문, 자체 디자인으로 생산한 의자를 보유한 가구 디자인 회사입니다. '의자 07' 같은 경우 유럽의 오래된 가구 브랜드와 같은 퀄리티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 시설의 이전과 더불어 '5축CNC'라는 국내 가구업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계를 도입하여 생산하며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은 가정용 제품과 함께 상업 공간에 들어가는 프로젝트들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모레’와 제주 오설록, 오설록 한남점, 김포공항점 등을 이어나가고 있고, ‘배달의민족’의 헤드 오피스인 우아한 형제들 사무실 가구를 전체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SK의 도서관 프로젝트인 ‘지관서가’의 가구들도 꾸준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외 GS, 롯데정밀, 포스코 빌딩등 여러 오피스들의 가구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원불교 원남교당, 쌍계사 등의 종교시설의 가구도 맡게 되었습니다. 최근 이슈였던 메스스터디스와 함께 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의 계단 난간 복원작업까지 여러 가지 가구 이외의 일들도 하고 있죠. 이처럼 여러 건축가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각이 닿는 곳의 열림과 닫힘 그에 따른 조도와 환기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공간에 있는 동안 기분과 감정들이 결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스탠다드에이의 가구들도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거나 생활의 동선 같은 것들에 단단한 힘이 되어준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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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형제들 HQ, Part. I >

 

 

  

디자이너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극복기, 그리고 그것이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회사에 근무할 때였어요. 작은 회사라 기획부터 디자인 출시까지 전체를 맡아서 진행하고 분기별로 여러 시리즈의 결과물들이 판매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꽤 오래전이라 온라인몰에 입점하여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방문하는 손님에 의해 판매량이 결정되는 상황이었기에 손님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화소 수를 자랑하던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회용 필름 카메라 커버를 위트있게 변경하여 판매하기도 하였고, 현재 테라에서 개발했다며 우기는(?) 숟가락 병따개인 스푸너의 개발에 참여하여 뉴욕 모마에서 판매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당시 저의 고민은 제 디자인들이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제 기준과 다른 인기의 척도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그런 점에 일희일비하며 나의 취향과 대중의 취향 사이를 방황하고 디자인의 방향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의 브랜드를 준비하다 보니 중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거의 경험들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팔릴 것 같은 물건을 기획하는 디자인의 출발이 문제였던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결국 스스로의 디자인 언어를 구축하고 브랜드가 팬을 확보할 수 있게 끈기 있게 브랜드를 밀고 나가는 것이 저에게 맞는 정답이라 믿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와 어울리는 제품들을 기획하고 제품과 어울리는 브랜딩을 하면서, 디자인과 브랜딩이 함께 커 나가는 방향을 잡으며 현재까지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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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저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소신이 있는 디자이너는 아닌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이지만 동시에 대표로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선택을 강요받을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디자인할 때 스스로 설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 디자인은 기존의 제품 보다 나아진 점이 있는가? 기존의 제품과 다른 점을 만족시켜주는가? 등등 나를 설득하지 못하고 찜찜함이 남는 제품은 오리지널로 출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주문 후 생산 방식의 비스포크 제품들은 소비자의 의견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진행을 하고 있죠. 스탠다드에이 브랜드로 넓게 생각해 보면 아카이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진행하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출발한 이후 진행했던 활동들인 취미생활 프로젝트, 워크숍, 내부 활동을 담은 잡지인 'Log'까지 '즐겁게 만드는 제품의 퀄리티가 더 높다'라는 생각으로 재미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진행하며, 생산자인 직원들의 모습들을 담아 외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만나는 오래된 고객들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하시는데 아마도 저희가 발행하고 있는 아카이빙들을 보고 말씀 하시는 듯하여 뿌듯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은 브랜드, 욕심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10년 이상 판매를 하다 보면 점차적으로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한 포인트에서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는 재택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일과 식사를 위한 커다란 테이블의 주문이 늘었습니다. 일하는 공간이 자유로워지면서 멋진 워케이션 센터들도 늘어났으며, IT 기업들을 필두로 사무용 공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에이도 배달의민족의 헤드 오피스나 GS, 포스코 등 몇몇 기업의 사무 공간을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참여하며 변화하는 사무실 환경에 보탬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사무실 풍경이 퍼시스, 코아스로 대변되고 있죠. 물론 스틸 다리에 필름지를 붙인 LPM 상판 가구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최선임을 알고 있지만 모든 사무실의 풍경이 비슷한 건 안타까울 수밖에요. 우리는 공간과 가구가 바뀌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무 공간 프로젝트에서 ‘여기가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시는 담당자들도 계셨는데요. 이는 아름다운 공간이 사무실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도 편안한 분위기의 일하고 싶은 사무실을 만드는 프로젝트들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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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ir 07 >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까지, 디자인 또는 마케팅 방향에서 달라진 점은?

팬데믹을 마주하고 우리는 그동안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알려준 것 중에는 집의 소중함이 있죠.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로 인해 인테리어 시장은 한 단계 성장하였습니다. 집의 소중함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잘 꾸며진 집과 SNS로 그 집을 보여주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지요. 모든 곳은 아니겠지만 집의 한쪽 구석 정도에는 사진을 찍힐 준비를 하는 모델들처럼 준비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편안한 가구보다는 오브제 역할의 가구 수요가 늘어났고, 고가의 가구들이 잘 팔리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엔데믹인 지금은 여행이 활발해짐에 따라 미리 여러 공간을 신경 쓴 멋진 숙박 업체들이 호황이라고 합니다. 공간과 가구에 대한 미적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죠. 높아진 미의식은 집을 꾸미고 자랑하는 문화에 계속 반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기능적인 가구만큼 심미적인 가구의 필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디자인 밸런스를 기능에서 형태로 움직인 제품들의 출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자 07번’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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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 본인만의 철학이나 신념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은?

바른 디자인은 버려지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담백한 디자인과 튼튼한 제작법을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사를 하게 되면 물건을 정리할 때가 오죠. 이때 가지고 갈 것인지 버릴 것인지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능과 이야기입니다. 가전처럼 기능이 살아있는 물건을 버릴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야기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추억이 있는 물건을 버리지 않듯 이야기가 담긴 물건은 오래 살아남습니다. 빈티지 가구들을 구매하는 이유도 가구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백하여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장기간 사용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구조를 통한 올바른 제작 방법, 버리고 싶지 않은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매력. 스탠다드에이는 이 세 가지를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매자의 상황과 취향이 소비를 결정하지만 생산자는 그것을 넘어 미래 가치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제품 존재의 책임은 구매자와 제작자가 동시에 가져야 하는 것이죠. 제품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까지 디자인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형태와 기능을 넘어 가치의 유지까지 신경 쓰는 브랜드들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기에 저희는 브랜딩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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