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니버설 스튜디오 헐리우드의 컨셉 아티스트 류현지입니다. 저는 작년에 미국 UCLA에서 영화미술 석사과정을 졸업했습니다. 유니버설에서는 제가 작업한 프로젝트 중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없지만, 졸업 직후 디즈니랜드 테마파크 디자인에 참여했던 일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디즈니 테마파크 디자인 전담 회사인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에서 헌티드 맨션 어트랙션 대기 줄 확장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현재 2025년 공개를 목표로 공사중이죠. 이 컨셉아트가 미국 지역 뉴스, TV 및 매체에 공개되어 많은 관심을 얻게 되었고, 이것을 발판으로 컨셉 아티스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테마파크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컨셉 디자인에 참여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컨셉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등 여러 직무에서 가능하죠. 컨셉 아티스트는 프로젝트 담당자의 아이디어 설명을 듣고, 그분들의 레퍼런스를 전달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컨셉 디자인 관련 자료들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컨셉 아티스트의 모든 그림은 회사에 귀속되고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그림들은 보여드릴 수 없어 아쉽네요. 그리고 저는 가장 먼저 컨셉에 맞는 저만의 레퍼런스를 수집합니다. 레퍼런스 없이 시작하게 되면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디즈니의 경우,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생각보다 그림 속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 그림에서는 나무에 보라색을 섞는 등 색조의 변화를 자주 줬는데, 실제 나무와 다르더라도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 격려해 주었습니다. 이 점이 디즈니랜드를 더 창의적이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디즈니랜드에서 직면했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디즈니에서 맡았던 프로젝트는 제가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맡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한 달 사이에 학생 신분에서 디즈니의 중요한 프로젝트 아티스트가 되니 너무 긴장되더라고요. 갓 대학원을 졸업하고 큰 프로젝트를 덜컥 맡게 되어, 첫 3일 동안은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할 자격이 될까?’ 하는 내면의 작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죠. 그래서 괜히 아는 척해서 들통나기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질문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회사 사람들은 이런 제 노력을 좋게 봐주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니버설에서 일하는 지금도, 미팅이나 로케이션 탐사 시 프로덕션 디자이너분들께 최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이걸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는 게 더 마음에 드세요?’ 같은 질문이 긴장감과 자신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의 디자인 작업 방식 차이는?
모든 컨셉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상 디즈니는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제공되는 레퍼런스가 더 자세했습니다. 예를 들어, 벽에 붙은 포스터를 그려야 할 경우, 디즈니는 추구하는 이미지들을 제공해줍니다. 포스터가 붙어있는 사진이나 스케치를 다양하게 보여주죠. 그러나 유니버설에서는 디테일한 레퍼런스를 전달해주지 않습니다. 좀 더 자유로운 디자인과 제안을 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포스터를 이렇게 붙여보는 게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그림과 함께 제시합니다. 담당 디자이너들은 저의 그림을 보고 그대로 진행하거나, 추구하는 방향을 더 자세히 알려주고 어떻게 변경할지 함께 상의합니다. 이처럼 두 회사의 작업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각자의 방식에 따른 결과와 과정에 대해서는 두 곳 모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소리 에디터 김보아 (sori@desig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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