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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n 21. 2022

"선을 긋고, 선을 넘다"

서울로 7017

"선을 긋고, 선을 넘다"


'선을 긋다'

선을 긋는 행위는 하나를 둘 이상으로 구분하기 위함이다. 종이 위에 선을 그어 글 적을 칸을 구분하고, 밑줄을 그어 수많은 텍스트 속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한다. 공간에서 선을 긋는다는 건, 그 선이 벽의 선이 되었든, 바닥 높이를 나타내는 선이 되었든, 이 또한 공간을 하나와 또 다른 하나로 나누기 위해서다.


특히 건축에서 선은 꽤 흥미롭다. 공간을 나누는 선은 역설적으로 나누어진 두 부분을 하나로 이어주기도 한다. 둘로 나누어진 공간에 선을 그어 복도를 만들면, 단절되었던 공간이 연결되고, 수직으로 선을 그으면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져, 좁은 땅에서도 많은 공간을 쌓아 올릴 수 있다.


수평과 수직으로 선을 긋는 행위는 도시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올곧게 그어진 선은 땅을 체계적으로 나누면서도 이 둘을 도로와 철도, 다리를 그어 연결했으며, 나누어진 땅에 많은 공간을 넣기 위해 수직으로 공간을 쌓아 올려 한 곳에 많은 사람이 정착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지역 간의 이동시간이 단축되었고 체계적으로 공간을 관리할 수도 있어서, 도시는 더 많은 인프라가 몰릴 수 있었다.


'서울'도 다른 도시처럼, 선이 가진 특징을 잘 활용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광역시를 이어주는 서울역의 굵은 선은 서울을 교통의 중심지이자,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국제적인 관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과하게 굵어진 서울역의 선은 분절을 넘어 두 지역 간의 '단절'을 초래했다.


'선을 넘다'

그렇게 나누어진 두 지역을 다시 잇기 위해 서울시는 고가도로를 설치하여 지역 간의 단절을 해결하려 했다. 당연, 굵은 선을 넘기 위해 그려진 또 다른 선은 없는 것보단 나았지만, 자동차 전용 도로로 그어진 선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다행히 그 선은 2017년 새롭게 재탄생했다. '서울로 7017'은 산책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23,000주가 넘는 수목과 주변 건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동선, 중간중간 접근할 수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모았고,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 리모델링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도로 위에 심어진 나무가 자라 그늘을 만들고,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수목들이 볼거리를 제공해주니, 자동차가 점유하던 고가도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시를 활기차게 바꿨다.


비록 초기 계획안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변화해온 서울로의 모습과 공사가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의 옥상정원을 잇는 산책로가 완공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선을 긋고 선을 넘는 행위는 인간관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 벽을 세우고, 그 벽을 넘어가는 행동은 무례하지만, 건축에서 선을 긋고 넘는 행위는 그렇지 않다. '서울'이 근현대를 거쳐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해준 서울역의 선과 단절된 공간을 넘기 위해 그어진 선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있으니깐.


이곳은 국내 최초로 고가도로를 재활용한 '서울로 7017'이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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