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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Masahito Hanzawa

Cofounder of Power Graphixx 

 

 

 

"Power Graphixx는 시각 언어의 경계를 넓히는 도쿄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건축을 전공한 두 디자이너가 자율적 학습으로 구축한 이 팀은, 지난 25년간 그래픽과 모션, 2D와 3D, 공간과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통해 일본 디자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형식미가 아니라, ‘장면’을 구성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능력. 그것이 Power Graphixx가 아시아 디자인씬에서 갖는 고유한 좌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공동 창립자 마사히토 한자와(Masahito Hanzawa)를 통해 Power Graphixx의 디자인 철학, 프로젝트 접근법, 그리고 일본 디자인이 가진 미학적 감각의 근원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음악과 게임, 도시와 기술, 픽셀과 질감 사이에서 그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지, 그 응답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콘텐츠를 다루는 모든 이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진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Power Graphixx의 비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마사히토 한자와(Masahito Hanzawa)이며, Power Graphixx의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션그래픽은 제 동료인 코마츠 요시유키(Yoshiyuki Komatsu)가 주로 작업합니다. 저희 스튜디오는 1996년 도쿄에서 설립되었고, 당시 건축을 전공하던 학생들이 모여 그래픽 디자인과 영상 제작에 매료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다루는 시각 언어와 기술들은 전통적인 교육보다는 대부분 자율적이고 실험적인 자기 학습의 결과로 형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디자인이 일상과 문화,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도구임을 깨달았고, 그러한 믿음이 Power Graphixx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이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콘텐츠와 사용자의 감정 사이를 연결하고, 산업의 틀 안에서도 실험성과 예술성을 잃지 않으며, 꾸준히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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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프로젝트를 다루어 오셨는데, 각기 다른 분야에 어떻게 접근하시며, 디자인 언어를 상황에 따라 어떻게 적응시키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그 본질적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해온 경험은 곧바로 ‘스타일’을 투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번 ‘문제 해결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접근법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복잡한 컨셉을 단순하고 강력한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톤이든, 어떤 무드든, 그 안에 있는 핵심 메시지를 명확히 시각화하는 것이 저희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지난 25년의 아카이브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그 문제에 접근했는지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단지 스타일의 폭이 아니라 해결 전략의 스펙트럼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적응력 있는 시각 언어’이고, 그것은 결국 ‘공감과 해석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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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Nike, Inc. >

 

 

 

일본의 디자인 프로젝트만의 문화적 특성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일정이 매우 빠듯한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별 또는 산업별로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주로 협업하는 국내 클라이언트는 게임, 음악, 스포츠,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속한 기업들입니다. 이들과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정교하게 짜인 미팅 구조와 정기적인 피드백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됩니다. 하나의 결과물을 향해 신중하고 정렬된 흐름을 지향하는 일본 특유의 협업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해외 클라이언트의 경우, “당신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디자인을 보여달라”는 식으로 훨씬 추상적이고 자율적인 요청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만은 아니며, 프로젝트의 개입 수준이나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 구조, 완성물의 범위 설정 등에서도 문화적 맥락이 깊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디자인한 런던 올림픽 당시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의 일러스트는 단순한 평면 일러스트였지만, 그 속에는 해외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직관성과 파워풀한 상징성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문화적 디테일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이 국제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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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Rush Hour Music >

 

 

 

2D 디자인에서 3D 표현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와, 두 매체를 결합해온 방식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2D 디자인의 시각적 깊이를 확장하기 위해 입체감을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오히려 3D로 생성한 물체나 구조를 다시 평면으로 환원시키는 접근법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3D로 구축된 오브제를 의도적으로 2D로 재해석함으로써, 독특한 비주얼 텍스처와 긴장감 있는 디스토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적인 도전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표현의 폭을 넓혀주었고, 지금의 Power Graphixx 스타일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의 Rush Hour Music에서 발매된 테라다 소이치의 앨범 ‘Asakura Light’의 커버 디자인은 겉보기에는 3D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등각투영법을 활용한 2D 일러스트입니다. 이 작업은 전경, 배경, 하늘이라는 3개의 레이어를 분리하여 시각적 리듬을 구성한 것으로, 관찰자가 ‘이것이 정말 평면인가’라는 의문을 갖게끔 의도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미묘한 시각적 충돌이 우리 작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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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CE SHOWER MUSIC AWARDS >

 

 

 

Power Graphixx의 스타일과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준 2D-3D 결합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희가 지금까지 다뤄온 수많은 음악 어워드 및 페스티벌 시각 콘텐츠 중, ‘SPACE SHOWER MUSIC AWARDS 2022’ 프로젝트는 2D와 3D 요소를 가장 의식적으로 통합했던 사례입니다. 당시 어워드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와 ‘유동성’이었는데,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3D 오브젝트에서 윤곽선을 추출하고 이를 다시 2D 텍스처화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변환했습니다. 특히 오프닝 영상, 라이브 무대 배경, 수상 카테고리별 시각 효과 등 약 30여 가지 형식의 영상을 모두 하나의 스타일로 통합해야 했기에, 그 균형을 잡는 데 상당한 기획적 고민이 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배경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가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고, 이는 Power Graphixx가 지향하는 ‘경계 없는 시각 언어’의 좋은 예시가 되었습니다. 각 요소가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전환되며, 시청자에게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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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ZMOJUKI / 1000toys >

 

 

 

Power Graphixx의 작업에는 도구나 기술을 넘어 강한 분위기와 내러티브가 깃들어 있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은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나요?

 

저희가 속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보다는 전체 세계관이나 스토리라인과의 ‘정서적 일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작업을 시작하기 전, 그 콘텐츠가 전달하려는 감정의 온도와 리듬을 먼저 읽어내려 노력합니다. 디자인은 단지 정보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감각과 분위기를 옮겨주는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IZUMOJUKI와의 협업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상의 중장비 회사를 설정하고, 그들의 장비를 위한 그래픽을 직접 설계해 1000toys와 함께 아트토이 형태로 출시한 프로젝트였는데, 이 작업은 고객이 먼저 설정한 브리프 없이 세 파트너가 처음부터 세계관을 함께 구축해 나갔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우리가 디자인한 비주얼은 하나의 기계 장치라기보다, 도시의 한 장면, 또는 그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상상들을 담은 장치처럼 구성되었습니다. ‘보여지는 이미지’보다 ‘상상하게 만드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던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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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ZMOJUKI / 1000toys >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일본 디자이너로서, 일본의 그래픽 및 모션 디자인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적인 것만을 남겨 디자인을 정제해 나가는 방식을 가장 중요한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가 가진 의미와 울림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핵심만 남겼을 때, 디자인은 더 깊은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복잡함 없이도 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간결함 속에 감정의 결을 담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디자인의 보편적 가치와 힘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근대 디자인, 특히 모더니즘의 영향 아래 형성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본의 문화적 토대와 감수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저희는 디자인에서도 ‘보이는 것’뿐 아니라 ‘비워둔 것’에서 의미가 발생한다고 믿습니다. 결국 일본 디자인의 정체성은 단지 시각적 스타일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관람자에 대한 예의이자, 감정을 다루는 조용한 태도이며, 언어로 설명되지 않아도 전달되는 공감의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섬세하게 조율해가는 것이 저희가 디자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업 프로젝트와 실험적 아트를 함께 탐색하고 있는 아시아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방향성과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업무에 쫓기다 보면 처음 가졌던 동기나 목표가 자연스럽게 희미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늘 초심을 떠올리고,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되새기며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그 안에서 자신의 언어를 놓치지 않고, 또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며, 그 경계 위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세워나가는 것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단기적 완성물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디자이너가 될지를 결정해 나가는 오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이용혁

Archive. Design. Es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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