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어 김광원 디렉터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의 브랜드인가요?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단순한 디자인 어워드를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과 태도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만든 브랜드입니다. 출품자로서 다양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제출하며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부터 축적된 수많은 수상작들을 탐색하며 디자인의 흐름과 해석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레이어의 프로젝트가 수상하고 팀원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던 경험은 팀 전체의 에너지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의 프로젝트에서도 보다 높은 집중도와 주체적인 자세로 디자인에 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영예를 주는 플랫폼을 넘어, 디자인을 실천하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재인식하고 그 기준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구조화된 환경이자,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창작 생태계의 수준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 실질적인 레퍼런스로 작용했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레이어 BX팀은 어떤 역할을 맡았으며, 그 작업에서 중점을 둔 디자인적 고려는 무엇이었나요?
레이어 BX(Brand eXperience)팀은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공식 작품집(Yearbook) 편집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대형 인쇄물로,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의 수상작들이 실리는 만큼, 단순한 디자인 결과물 이상의 구조적 설계가 요구되었습니다. 우선, 수상작의 포맷과 규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레이아웃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복적인 페이지 구성으로 인한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이미지와 텍스트가 리듬감 있게 조화를 이루도록 가변적인 그리드를 적용했으며, 출품작의 성격에 따라 섬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판 방식을 실험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정립된 새로운 컬러 팔레트, 서체, 슬로건 등 브랜드 자산은 작품집 전체의 톤 앤 매너에 일관되게 반영되었으며, 특히 ‘LEGACY BEYOND ASIA’라는 철학이 디자인적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감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편집적 내러티브를 설정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집은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수상자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되는 오프라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물성적인 완성도에도 집중했습니다. 이미지의 선명도, 여백의 호흡, 타이포그래피의 계조까지 디테일하게 설계하였고,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보아도 세련되고 완결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의 내구성에도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번 작업은 기록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ADP가 지향하는 아시아 디자인의 미래 정체성을 하나의 책이라는 오브제로 구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BX 관점에서 ‘좋은 디자인’, 특히 좋은 아시아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ADP 이어북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하셨나요?
BX(Brand eXperience)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좋은 디자인’이란, 단순한 시각적 완성도를 넘어 사용자의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각인되는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특히 문화적 맥락과 감각적 디테일을 아우르며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경험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이어북은 단지 수상작을 정리한 책자가 아니라, 수상자 개인에게는 자신의 디자인이 글로벌 전문가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자, 상징적 기록물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받는 순간부터 펼치는 과정 전체’가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우선 리브랜딩을 통해 정립된 브랜드 컬러와 전용 서체를 이어북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했습니다. 단순히 시각 요소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인쇄 환경에 맞춰 자간, 행간, 줄 높이 등을 섬세하게 조정하여 읽기 편한 가독성과 고급스러운 인상을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내용 구성 측면에서는 콘텐츠의 구조적 위계를 명확히 하여, 타이틀, 강조 본문, 일반 본문 등으로 구분한 뒤, 각 파트별로 통일감 있는 배치를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지면 안에서 리듬감 있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어북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브랜드와 수상자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하나의 오브제로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라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인상을 남기는 핵심 경험이 되도록 기획된 결과물입니다.


이번 이어북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북디자인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400페이지가 넘는 이번 이어북은 수많은 수상작을 수록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비율과 형식의 이미지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출품 이미지의 규격은 일정하지만, 실제 작품마다 최적의 표현 방식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편집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총 14가지의 다양한 레이아웃을 사전에 설계하였고, 가로형과 세로형 이미지를 포함해 각 수상작의 특성과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구성으로 적용했습니다. 수상자들이 자신의 작품이 책 속에서 어떻게 소개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그 경험 자체가 수상의 기쁨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또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다국적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어워드인 만큼, 언어적 접근성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각 수상작의 설명은 기본적으로 자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병기되며, 이는 독자가 어떤 국가에 있든 해당 작품의 맥락과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입니다. 이중 언어 구성은 단순한 번역이 아닌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편집 전략이 동반되어야 했기에, 언어별 자간, 행간, 폰트 대비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미세 조정 작업도 병행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어북은 수상작 하나하나가 온전히 존중받고, 글로벌 문맥 안에서도 정확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설계된 물리적 기록물이자, 아시아 디자인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그대로 반영한 브랜드 경험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이라는 물리적인 매체에 ADP 브랜드의 본질을 어떻게 녹여내고자 했는지, 디자인 과정에서 특히 도전적이었던 기술적 시도나 실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책이라는 물리 매체는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를 가장 오롯이 전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장치입니다. 우리는 이어북을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완성체’로 정의하고,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본질인 ‘LEGACY BEYOND ASIA’를 공간감, 질감, 시퀀싱 등의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시간의 축적’을 느낄 수 있는 편집 감각이었습니다. 각 수상작을 연속적으로 넘기며 만나는 흐름 자체가, 아시아 디자인 유산의 켜를 하나씩 넘겨보는 여정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했습니다. 수상작을 연도별이나 국가별로 단순 배열하기보다는, 페이지 내 내러티브의 흐름과 타이포그래피 리듬을 조율해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400페이지 이상의 볼륨 속에서도 각 수상작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조형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도전적 과제였습니다. 다양한 이미지 규격과 언어 체계가 혼재된 상황에서, 페이지마다 균형 잡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텍스트 마진과 그리드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조정했습니다. 또한, 자국어와 영문을 병기하면서 언어 간 타이포그래피 무게감이 시각적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각국 문자의 디지털 폰트를 별도 조율하고, 언어별 행간과 자간을 미세하게 보정하는 실험도 병행했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미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단순한 어워드의 역할을 넘어, 철학과 관점을 제시하는 디자인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특히 ‘LEGACY BEYOND ASIA’라는 슬로건은 단기적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가 지향하는 100년 비전을 담은 선언이기도 합니다. 지난 9년간 축적된 경험과 네트워크는 탄탄한 뿌리가 되었고, 이번 리브랜딩은 그 위에 정체성과 방향성을 명확히 세운 기둥을 세운 작업이었습니다. 이제 ADP는 더 굵고 깊이 있는 콘텐츠와 시스템으로, 아시아 디자인의 정체성을 세계와 연결하는 글로벌 허브로 성장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ADP는 디자이너들에게는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는 ‘공식 인증 플랫폼’으로, 브랜드에게는 아시아의 창조적 감각을 연결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관람자와 전공자들에게는 영감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물리적 오브제, 온라인 미디어, 공간 경험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언어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아시아 디자인의 미래를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팀 내부에서 느낀 변화가 있다면?
이번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리브랜딩은 단순한 외주 프로젝트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레이어(lllayer) 내부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준 작업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우리가 다루는 디자인의 스케일과 깊이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내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에서는 사용자 환경이나 언어 체계, 브랜딩 요소들이 비교적 일정한 틀 안에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ADP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단순히 다국어 대응이나 글로벌 UX 설계를 넘어서 브랜드 철학을 ‘공통 언어’로 번역해내는 힘이 필요했습니다. ‘LEGACY BEYOND ASIA’라는 깊이 있는 브랜드 미션을 디지털, 출판,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팀 전체에게 새로운 사고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프로젝트 리더로서 팀원들과 브랜드의 미션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각 디자인적 결정마다 그 철학이 일관되게 반영되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은 단순한 실행을 넘어 브랜드 감각을 내면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디테일을 다듬는 것을 넘어서, 방향성에 대한 통찰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저희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확장되었고, 앞으로도 디자인팀이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리브랜딩은 결과물 그 자체로도 뜻깊었지만, 무엇보다 레이어 내부의 사고방식과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 프로젝트로 기억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