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싸이드 시티 전우성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 외관을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가치, 철학이 담긴 시각적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사용자와의 접점에서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경험’을 완성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디자인 어워드들이 여전히 심미적 요소의 판단에만 머무르고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느껴왔습니다. 저는 디자인의 역할은 단지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번역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브랜딩 디렉터로서 디자인 어워드 심사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미적인 판단은 뛰어난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 심사위원분들께서 충분히 해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보다, 이 디자인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인식과 감정을 유도하고자 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디자인이 지닌 더 본질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현재 대부분의 심사 프로세스는 디자인의 미적 요소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10주년 리브랜딩을 통해, 디자인 어워드가 단순한 ‘형태의 경쟁’이 아니라, ‘경험과 철학의 발신’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와, 처음 던진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이하 ADP)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고, 어느덧 아시아의 수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이 무대를 거쳐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옷을 입히는 리브랜딩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단 하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브랜드에게 던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왜 리브랜딩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곧 ADP가 지나온 10년의 발자취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10년의 방향성을 묻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역할, 존재 이유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시 묻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ADP는 단지 시상식을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아시아 디자인의 중심이자 글로벌 디자인 생태계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이번 리브랜딩입니다.
ADP 주관사 김도영 대표의 제안으로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김도영 대표가 연락을 주었습니다. “이제 ADP가 1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싶다. 이 리브랜딩 작업을 총괄해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그 제안은 저에게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고,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디자인 어워드’라는 형식을 통해 아시아 디자인의 정신을 세계에 발신하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가진 브랜딩 역량과 전략적 사고,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내년 10주년을 맞이하는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미션과 핵심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것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그것을 하나의 모습으로 연결하는 일’을 기획했습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결국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ADP는 세상에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LEGACY BEYOND ASIA’라는 슬로건은 어떤 철학과 의도를 담고 있나요?
‘LEGACY BEYOND ASIA’는 이번 리브랜딩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을 처음 도출했을 때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Legacy는 단지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닙니다. 이는 축적된 시간, 끊임없는 창조의 기록, 그리고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영감의 형태입니다. Beyond Asia는 물리적인 지리 개념을 넘어서, 아시아적인 사고방식과 디자인 철학이 세계와 소통하고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확장을 의미합니다. 이 슬로건은 결국 ADP가 단순한 지역 기반 어워드가 아니라, 아시아라는 문화적 토양 위에 자란 디자인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말해 줄 수 있는 ADP만의 슬로건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장은 아시아 디자인의 중심이자 글로벌 디자인 생태계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라는 ADP의 앞으로 10년,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과 함께 모든 리브랜딩 작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사용자가 경험하게 될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정의했나요?
이번 ADP 리브랜딩을 통해 지향하는 핵심경험은 사람들이 아시아의 디자인을 새로운 시각, 새로운 맥락, 새로운 연결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아시아적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경험입니다. ADP는 더 이상 서구 중심의 디자인 흐름을 수용하는 자리가 아닌, 아시아 고유의 사고방식과 감성, 미적 기준과 조형 언어를 세계와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디자이너와 관람자는 ADP를 통해, “아시아 디자인은 세계 디자인의 또 다른 중심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에 대한 거시적 관점의 확장입니다. 브랜드뿐 아니라 기술, 환경, 사회 문제 등 복합적인 주제를 디자인적으로 해석하는 작품들이 주목받는 무대이기에, ADP를 통해 디자인을 단지 ‘미적 형태’가 아닌 사회와 산업을 움직이는 ‘전략적 사고의 도구’로 인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는 실질적 기회와 연결의 플랫폼으로서의 경험입니다. 디자이너에게는 글로벌 네트워크로의 확장 기회,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협업과 전환의 계기, 관람자와 업계 관계자에게는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창의적 연결의 접점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즉, ADP가 설계한 핵심경험은 창조적 인식의 확장, 거시적 관점의 전환, 실질적 기회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축이 통합된 하나의 디자인 경험의 장(場)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ADP가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라, 아시아 디자인의 중심이자 글로벌 디자인 생태계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 디렉터와 함께한 협업 프로젝트였는데, 총괄 디렉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설정하신 원칙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단일 팀이 아닌, 서로 다른 배경과 감도, 스타일을 지닌 여러 명의 디렉터와 독립 스튜디오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를 완성해가는 협업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 질문이 충돌합니다. “얼마나 자유롭게 맡길 것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통제할 것인가?” 디렉터 각자의 개성과 감도는 이 프로젝트를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브랜드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관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각 디렉터가 가진 고유한 언어와 창조적 에너지를 제한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 경계에서 총괄 디렉터로서 제가 설정한 핵심 운영 원칙은 ‘맥락의 일관성, 표현의 다양성’이었습니다. ADP 리브랜딩의 중심에는 ‘LEGACY BEYOND ASIA’라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이 철학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시각화할지는 각 디렉터의 언어에 최대한 위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초반에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과 리브랜딩의 의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단순한 브리핑을 넘어 “이 브랜드가 왜 리브랜딩을 하는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데 시간을 충분히 투자했습니다. 이후 각 디렉터가 맡은 영역 안에서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각 파트는 서로 다른 스타일과 매체, 톤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안에는 동일한 맥락과 철학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DP 리브랜딩은 ‘단지 하나의 스타일로 통일된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해석들이 어우러진 브랜드 경험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총괄 디렉터로서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이 균형이었습니다. 철학은 하나지만 표현은 자유로워야 하고, 해석은 다르더라도 맥락은 일치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협업 브랜딩의 전략이었습니다.

리브랜딩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미션 선언문은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가지나요?
리브랜딩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리뉴얼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 그 너머를 이야기하려면 단순히 슬로건이나 비주얼 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우리가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의 선언’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을 위해 만든 것이 바로 ADP의 미션 선언문(Mission Statement)입니다. 이 선언문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ADP의 존재 이유,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 디자인에 대한 태도,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가치의 총체적인 응답입니다. 이는 외부를 위한 설명이자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한 ‘철학적 나침반’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ADP가 더 이상 단순히 ‘수상 결과를 발표하는 시상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아시아의 감성과 사고방식, 그리고 문화적 깊이를 바탕으로 세계 디자인 생태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그 철학과 태도를 명확히 기록하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 선언문이 앞으로 ADP의 모든 활동과 판단의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디자인을 선정할 때, 파트너와 협업할 때, 콘텐츠를 제작할 때마다 “우리는 이 선언문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 기준이자, 동시에 외부에는 ADP라는 브랜드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리브랜딩에 적용된 컬러와 심볼, 그리고 서체에는 어떤 철학적 의도가 담겨 있나요? TT 초콜릿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은 단순한 ‘비주얼 리뉴얼’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용된 컬러, 형태, 서체 하나하나에도 질문과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메인 컬러인 ‘Legacy Red’는 ADP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LEGACY BEYOND ASIA’를 시각적으로 응축한 컬러입니다. “ADP가 앞으로 남기고 싶은 유산은 어떤 색으로 기억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레드는 오랫동안 열정, 변화, 선언을 상징했지만 동시에 경쟁이나 과잉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소모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일반적인 레드’가 아닌, 덜 권위적이면서도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색을 원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Legacy Red였습니다.
로고타입 서체로 ‘TT Chocolate’을 선택한 이유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태도를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조형 언어를 찾은 결과였습니다. TT Chocolate은 모던하면서도 구조적이지만 과장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디테일에서 개성을 드러냅니다. ADP가 ‘과시적이지 않지만 자신감 있는’, ‘단정하지만 유연한’ 브랜드라는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심볼 역시 단순히 ADP의 이니셜 A를 시각화한 것이 아닙니다. 세 갈래의 길이 교차하는 구조를 담아,
① 과거–현재–미래
② 디자이너–사회–산업
③ 다양성–연결–확장
을 상징했습니다. 이는 ADP가 아시아 디자인의 중심으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나타내며, 하나의 철학 아래 여러 해석과 길이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의 구조’를 표현한 것입니다.
주최 측은 기존 전용서체에 큰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범용 서체를 선택하도록 어떻게 설득했나요?
전용서체는 단순한 폰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만큼 내부 애정이 클 수밖에 없었고, 이미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상태에서 변경을 제안하는 것은 민감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ADP 전용서체는 두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외부에서 보았을 때 ‘ADP만의 서체’로 강하게 인식되기에는 시각적 임팩트가 부족했습니다. 둘째,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콘텐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전용서체를 ‘보존해야 할 자산’이 아니라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결국 ADP는 아시아 디자인의 철학을 세계에 발신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국제적이고 중립적인 서체가 필요했습니다. 기존 서체는 내부적 상징성은 있었으나 외부에서의 존재감은 약했고, 오히려 확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선택한 범용서체는 확장성 면에서 유리했고, ADP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더 적합한 기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주최 측도 ‘형태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원칙에 공감하며 의미 있는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극복 과정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다음 10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였습니다. ADP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디자이너의 창의적 도전을 담아온 시상식이었고, 이미 위상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히 그 성과를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라 앞으로의 철학과 방향을 다시 묻는 일이었기에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특히 “ADP가 어떤 브랜드 경험을 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디자인의 철학적 깊이, 아시아적 감각, 시대적 질문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긴 고민 끝에 ‘창조적 인식의 확장, 거시적 관점의 전환, 실질적 기회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핵심경험을 도출하면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스튜디오와 협업한 이번 리브랜딩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이번 리브랜딩이 특별했던 이유는 여러 독립된 스튜디오와 디렉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단일 파트너와 함께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각기 다른 배경과 시선을 가진 팀들이 하나의 철학을 각자의 언어로 해석하는 협업형 프로젝트였습니다. 저는 이를 단일한 감도로 통제하기보다 중심 철학을 세우고, 그 철학 안에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업물들이 하나의 세계관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지 스타일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ADP는 어떤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석의 기준을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컨트롤 대신 강한 중심을 세우는 것, 형태의 일치를 강요하기보다 철학의 통일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리드했던 경험은 저에게도 특별한 브랜딩 사례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10년 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보나요?
10년 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단순히 ‘디자인을 심사하고 상을 주는 곳’을 넘어, 아시아 디자인의 흐름과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결과 중심의 어워드가 아니라, 아시아 디자인을 통해 지금 이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흐름을 세계와 공유하는 창(窓)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10년 뒤에는 ADP가 글로벌 시상식 중 하나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디자인의 과거·현재·미래를 신뢰성 있게 보여주는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또한 디자이너와 기업 간의 의미 있는 협업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활발히 만들어지는 생태계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브랜딩을 시작하려는 디자이너나 브랜드에게 조언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브랜딩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로고, 컬러, 슬로건 같은 시각적 요소일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늘 강조합니다. 브랜딩은 단순히 디자인을 예쁘게 다듬는 작업이 아닙니다.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일이며, 그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구조’와 ‘맥락’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즉, 겉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브랜드가 존재하는가’를 먼저 답하고, 그 철학을 세상에 어떻게 선언하고 경험으로 전달할지를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브랜딩을 ‘정리’라기보다 ‘정의’와 ‘선언’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기업이든 디자이너든, 브랜딩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브랜드가 존재함으로써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다면, 브랜딩은 더 이상 외적인 작업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를 구조화하고 그것을 맥락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전략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