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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매체의 역할은 끝났을까, 아니면 더 깊어졌을까. 우리는 CA 매거진 편집장 최현호를 만나, “읽히는 것”을 넘어 “소장되는 것”으로서의 지류 잡지의 가치와 편집 철학을 물었다. 그는 CA를 단순한 정보 매체가 아니라 ‘좋은 디자인을 기록하고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로 정의한다. 표지 실험에서 내지 레이아웃, 이미지와 텍스트의 호흡, 그리고 지면에서 무빙 이미지를 번역하는 시도까지. CA는 왜 여전히 종이를 택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내일의 아카이브를 설계하는가에 답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는 변화하는 디자인 생태 속에서 잡지가 품어야 할 태도, 독자와의 관계를 다시 짜는 편집 전략, 그리고 기록과 제안이 만나는 지점을 차분히 짚어보았다. 종이로 남기되, 내일을 제안하기 위한 잡지의 언어. 그 언어를 CA의 방식으로 듣는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와 함께, 편집장님께서 CA 매거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비전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CA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콘텐츠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쳐왔지만, CA의 핵심 비전은 여전히 동일합니다. 바로 “좋은 디자인을 기록하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예술과 디자인을 일상 속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곳에서 훌륭한 작업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들을 찾아 소개하고, 대중과 연결하며, 기록하려고 합니다. CA라는 이름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Computer Arts에서 출발해, Communication Arts, Creative Arts, Creative Artworks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었고, 현재는 Creative Archive로 자리 잡았습니다. 종이 잡지는 휘발성이 강한 온라인 매체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야합니다. 좋은 작업들이 계속해서 종이책의 형식으로 기록되고, 아주 먼 미래에 다시금 발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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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GLANCE INTENSE – CA Poster Show〉 전시 풍경, 식물관 PH 갤러리, 2022년 6월

 

 

 

최근 CA 매거진의 표지 디자인이 점차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주제와 무관하게 이미지 위주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호에 실린 작가의 작업을 일부 변형해 반영하는 등 새로운 접근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의 의도와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지요?

 

CA 매거진의 표지 디자인은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디자이너가 해당 주제를 떠올리며 직관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를 앞뒤 표지에 담아 시각적 임팩트를 주고자 했습니다. 텍스트는 최대한 단순하게 넣고, 시각 이미지 중심으로 표지를 구성했으며, 매 호마다 다양한 그래픽 이미지를 제작해 하나의 아트 액자처럼 전시할 수도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버려지기도 하는 종이 잡지를 좀 더 소장하고 싶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매거진을 구독하는 독자분들이 표지를 오브제처럼 장식해둔 사진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과물로 2022년 6월에는 식물관 PH 갤러리에서 〈GLANCE INTENSE – CA Poster Show〉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표지 디자인 역시 이러한 의도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각 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콘텐츠의 일부를 힌트처럼 앞 표지에 담아내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CA 매거진의 표지 디자인은 조금씩 변화하고 실험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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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매거진 내지 이미지 사례: 시각적으로 구성한 목차 페이지

 

 

 

편집장님께서는 잡지가 단순히 읽는 콘텐츠를 넘어, 소장할 만한 오브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잡지 디자인과 기획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나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려 했다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종이에 인쇄해 책으로 출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CA 매거진은 기록으로 남겨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매거진에 담기는 콘텐츠 또한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독자들이 소장하고 싶게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인터뷰와 함께 이미지의 비중이 상당히 높으며, 인쇄되는 이미지의 크기와 컬러에 큰 신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잡지의 내지 레이아웃을 구성할 때 이 부분을 특히 신경써서 디자인합니다. 컬러가 잘 인쇄되는지, 크기가 적당한지, 레이아웃이 단조롭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합니다. 또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배열할 때는 그리드를 벗어난 자유로운 배치를 페이지의 흐름 속에 꼭 집어넣으려 합니다. 너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작게 숨겨둔 트릭(trick)이나 변화를 만들어, 독자가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여러 번 보면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CA 매거진은 디자인 전문지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토이 디자인, 스티커, 무빙 이미지, 파운드 그래픽 등 대중적이고 실험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디자인을 넘어서는 주제’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편집장님이 보시는 잡지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CA 매거진은 디자인 전공자, 학생, 그리고 현업 디자이너들에게 잘 알려진 디자인 잡지입니다. 하지만 CA 매거진이 지향하는 바는 디자인 교과서나 가이드북의 역할은 아닙니다. 누구든 관심이 있다면 CA 매거진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과 영감을 얻기를 바라며 콘텐츠를 구성합니다. 때로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대중과 전문성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디자이너는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일상의 모든 사물들은 결국 누군가의 디자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매거진이 조금은 자유롭고 무겁지 않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CA 매거진은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주제를 계속 저울질하며 독자와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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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CA 273 Experimental Moving Image. 여백의 일부를 시퀀스 영역으로 활용해, 이스터에그처럼 미니 영상을 플립북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는 레이아웃 디자인.

 

 

 

영상이나 무빙 이미지 등 전통적인 잡지 매체와 어울리기 쉽지 않은 콘텐츠를 다룰 때, 인쇄 매체로서의 한계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풀어내고 계신가요? 

 

CA 273호에서는 Experimental Moving Image를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잡지의 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전면 플립북으로 제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웠습니다만, 이 한계를 인쇄 매체만의 장점으로 전환하고자 이스터에그처럼 여백 일부를 시퀀스 영역으로 설계했습니다. 독자께서 페이지 모서리를 연속해 넘기면 책에 소개된 미니 영상을 플립 방식으로 감상하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한 호 안에서 작품을 이미지로 보고, 인터뷰와 작업 설명을 텍스트로 읽고, 넘김의 리듬을 통해 미니 영상을 경험하는 복합적 독서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지면을 단순히 읽는 매체가 아니라, 인쇄물의 물성과 시간성을 활용해 무빙 이미지를 지면의 문법으로 번역하는 실험의 장으로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CA 매거진이 다루고 싶은 새로운 주제나, 독자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무엇입니까?

 

언젠가는 패션과 관련된 디자인 이야기도 다루고 싶습니다. 소재와 생산, 유통과 지속가능성, 커뮤니티와 스타일—패션은 디자인의 총체를 응축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CA는 일상과 가까운 디자인 이야기를 꾸준히 풀어가면서도 새로움을 제안하겠습니다. 독자에게는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것을 오래 가지고 있고, 왜 그것을 계속 바라보나요?” 그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곧, 저희가 만들고 싶은 아카이브의 방향입니다.

 

 

 


 

 

 

에디터 이용혁

Archive. Design. Es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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