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이 디자이너 인터뷰를 편집하던 중, 홍익대학교 IDAS 나건 교수님의 영상에서 '고급감'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디자이너는 고급감을 알아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고급감을 키우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했다. 고급 레스토랑과 일반 레스토랑 직원의 태도, 음식의 퀄리티, 분위기 등을 비교해보며 미묘한 고급감과 디테일한 차이를 많이 경험하면 디자이너로서의 감도가 훨씬 올라간다는 것이다. 한 번쯤은 나도 그런 공간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디자인소리 인스피레이션 여행"
어느 날, 나의 동료인 디자인소리 디렉터가 제주도의 포도호텔을 아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어떻게 생긴지는 알고 있다고 했는데, 최고급 호텔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상당히 좋은 경험이 될거라고 하더라. 그리고 몇 개월 뒤, 디자인소리에서 포도호텔 숙박권과 항공권, 그리고 여행 경비 일체를 지원한다고 했다. 정말 보내줄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내적 환호를 질렀고,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포토호텔을 예약했다. 너무나도 빠르게..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포도호텔을 설계한 '이타미 준'의 책을 구입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이타미 준이 한국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만큼 한국을 그리워하는 교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30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일본에 알리고 싶어 해 한국의 민화에 대한 책을 일본에서 펴낼 정도로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이름만 듣고는 뭐야 일본인이 지은 거네.. 라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섬인 제주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었던 것으로 보였다. 책을 읽다 보니 더욱더 큰 기대감이 들었다.

포도호텔은 제주의 오름과 초가집을 모티브로 설계된 고품격 부티끄 호텔이다. 포도호텔을 알게 된 계기도 제주 호텔을 알아보다 숙소가 너무 예뻐 클릭하여 알게 되었는데 내가 그런 고급진 호텔을 가게 된다는 것에 미친듯이 설레고 들떴다. 로비부터 맞이해주는 일반적인 호텔과 달리, 주차를 하고 차문을 여는 순간부터 직원들이 나와서 에스코트 해주었다. 그렇게 웅장한 초입을 지나 체크인을 하는데 보통 키만 주고 카운터에서 안내해주고 에스코트가 끝나는 반면, 포도호텔은 방이 있는 곳까지 바래다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룸 안까지 들어와서 우리의 눈높이를 맞추어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다른 호텔들과는 서비스의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게 '고급감'인가 싶기도 했고!
"자연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
그리고 예상한대로 외관의 디자인이 동글동글 하니 곡선이 예술이였다. 이타미준은 이 호텔을 지을 때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배치하는데 힘썼다고 했는데 정말 자연과 너무 잘 어울어졌다. 밖에 있는 정원 나무들도 톤앤매너를 맞춘 듯 동그라니 귀여웠다. 그리고나서 들어가자마자 놀란 것은 모든 객실이 1층이라는 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다른 객실의 소음조차 느낄 수 없는 긴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포도호텔의 메인인 한실을 예약했는데 체크인을 할 때 방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건 솔 냄새 같은 자연의 냄새가 방안에서 퍼지는 것을 느꼈다. 한실은 서까래, 황토, 한지, 온돌 등 한국에 맞는 재료들로 더욱 자연친화적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인상깊은 것은높은 천장과 예쁜 발코니이다. 천장은 정말 높고 자연친화적인 재료들로 만들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이타미준은 자연을 사랑했고 제주도를 사랑했다고 한다. 자연발생적인 식물인 포도를 빗대어 호텔을 지었고 제주도의 환경에 맞게 바람을 의식하고 바람을 막기 위한 돌쌓기 등 자연을 생각하며 건축한게 너무 티가 났다. 그런 포도호텔의 테라스는 잘 정돈된 풀과 나무들, 자연과 잘 어울어지는 항아리, 숙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진짜 끝내줬다.

또한 냉장고와 작은 미니바에는 커피머신기와 캡슐들이 있었고 냉장고 안엔 센스있게 귤과 하이네캔 맥주가 있었다. 보통 호텔들은 먹으면 마지막에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 호텔에선 다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라고 하셔서 더 큰 만족도를 줬다. 내부에 있는 웰컴 다과와 함께 있던 웰컴 쪽지는 직접 직원분이 수기로 작성해주신 쪽지여서 감동 100배였고..ㅠ

화장실로 향하면 히노키탕이 있었다. 그 히노키탕은 300년 이상된 최고급 기소 히노끼 욕조가 배치되어 있어 놀라웠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였다. 직사각형 모양인 히노키탕은 마감도 매우 잘 되어있어 아주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그 멋진 히노키탕에는 아라고나이트 온천수가 있었다. 알카리 성분으로 물이 뿌애지는데 그 탕에서 너무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물을 정말 집에 갖고가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포도호텔에서 나오던 온천수를 가지고 만든 미스트 선물도 주셨다. 그 선물마저 맘에 쏙 들었다.
"최고의 디테일, 최고의 서비스"
화장실에 있는 모든 욕실용품은 이솝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이솝비누와 샴푸, 바디워시, 컨디셔너, 바디밤 등등 이솝 브랜드만의 솔 향이 났는데 포도호텔 내부에서 나는 솔잎 같은 자연의 냄새와 어우러져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쓴다는 것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 또한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변기가 열리는데 매우 신기했다. 그래서 친구와 호들갑을 떨었며 웃었다. 친구가 이런 곳에 초대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집에 갈 때 까지 계속 말했다. (뿌듯 :)

침구와 침대는 매우 푹신했고 여태 다녀본 호텔 중 가장 좋았다. 밖에서 자면 잠을 잘 못 자는 나도 아주 푹 잠들만큼 너무 뽀송뽀송하고 좋았다. 또한 같이 있던 조명들도 포도호텔과 딱 어울어지는 조명들이었는데 카운터쪽에 있는 포도호텔 설명지에 포도호텔이 만들어지면서 조명까지 신경써 도안을 만든 것을 보는데 정말 감탄을 안할 수가 없었다. 또 침대 옆엔 콘센트와 함께 무선 충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핸드폰을 하다 자는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디테일이 돋보였다. 그렇게 방을 구경한 후 체크인을 하며 디너 식사를 예약해둔 포도호텔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나는 거기서 이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새우튀김짬뽕우동과 차돌박이 삼합을 먹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레스토랑에 있는 창가의 뷰에 눈을 못떼고 쳐다봤던 것 같다. 멋진 노을과 푸른 언덕, 갈대밭은 정말 멋있어서 음식 나오기 전까지 눈에 담고만 있었다.

그리고 우동이 나왔는데 유명한 시그니처 메뉴인 만큼 아주 얼큰하고 국물이 깊었다. 안에 들어있던 해물도 제주도에서 갓잡은 듯 너무 신선했다. 전복도 많이 들어있어 맛있었다. 또 함께 시킨 차돌박이 삼합을 먹었는데 관자와 다른 해산물들과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만약에 개인적으로 다시 갈 일이 있다면 이 두 가지를 꼭 한 번 다시 먹어보고 싶을 것 같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니 밤이 되어 포도호텔에서 산책을 했는데 별이 쏟아질 것처럼 많았다. 포도호텔은 달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자연을 사랑한 이타미준의 설계라는 것에 또 한번 감탄했다. 그렇게 짧은 산책을 한 후에도 별을 보고싶어 우리 방의 테라스에 나가서도 별을 감상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푹 잔 후, 아침을 맞이했는데 창에 있는 한지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너무 예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 테라스가 잘 보이게 했다. 아침부터 보이는 놀라운 풍경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조식을 신청해서 부스스한 몰골로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직원분들이 역시나 친절하게 잘 맞이해주셨다. 어제 저녁과는 달리 가장 중앙에 있는 창가부분에 앉았는데 모든 풍경이 더욱 잘 보였다. 역시 레스토랑이 포도호텔의 중심에 있어서 그런지 모든 풍경들을 창가에서 자연들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포도호텔은 어딜 둘러봐도 자연을 바라 볼 수 있다. 복도 사이사이에서도 긴 창문이 있고 그 사이엔 오름과 하늘이 보인다. 호텔 사방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감동이다.

조식에도 많은 메뉴가 있었는데 나는 포도 블랙퍼스트를 먹었다. 친구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먹었는데 나는 둘 다 아주 맛있었다. 담겨있는 플레이팅이며 쓴 재료들까지 모두 포도호텔의 톤앤매너와 잘 맞아떨어졌다. 아메리칸 조식을 시킨 친구는 오믈렛과 각종 샐러드,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나왔는데 오믈렛이 정말 맛있었다. 나는 한식을 먹었는데 예쁜 그릇에 조금씩 반찬이 나왔는데 전부 맛있었고 행복했다. 이 모든 경험을 느끼게 해준 우리 회사 디자인소리와 사용자에게 너무 큰 감사를 드린다.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해주시는 고객 분들 덕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것이라고 생각된다. 포도호텔에서 젊은 사람이라곤 나와 친구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고급 호텔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다. 호텔에 묵으면서도 친구와 이제 신라호텔도 못 가겠다 라고 할 정도로 너무 눈이 높아져버렸다며 얘기를 나누었다.
초입부터 끝까지 감각적으로 꾸며진 이 호텔은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고 포도호텔에 묵는 동안 나에게 몇년간 다시 이런 호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런 나날이었다. 이 호텔에 있는 동안 디자인소리가 왜 나를 여기로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너무나 푹신한 침대, 멋진 자연풍경을 가진 모든 디테일이 넘쳐나는 호텔은 나의 디자인 감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나의 다음 '디자인소리 인스피레이션 여행'은 아시아 최대의 디자인 어워드가 개최되는 일본 도쿄의 '굿디자인어워드'이다. 인스피레이션 여행 뿐 아니라, 디자인소리의 크리에이터로서 일본의 한국인 디자이너를 만나고 인터뷰를 리드하고 수많은 구독자에게 디자인소리의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싶다. 끝! :)

[디자인소리 크리에이터 김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