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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 디자인소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K-디자인 어워드> 파운더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계속 늘어난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고,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유튜브도 해야 할 것 같고,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면 해외에도 진출해야 할 것 같다. 경쟁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면 우리도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기회는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잡는 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브랜드일수록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사람도, 시간도, 자본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 가지 일을 평균적으로 잘하는 것보다 한 가지 일을 압도적으로 잘하는 편이 낫다. 슈퍼 마이크로 브랜드의 생존 전략은 더 많은 것을 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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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스 >

 

 

 

미국의 햄버거 브랜드 In-N-Out Burger는 선택과 집중을 잘 보여준다. 1948년 창업한 이 브랜드는 400개가 넘는 매장으로 성장한 지금도 햄버거와 감자튀김, 음료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메뉴를 유지하고 있다. 메뉴를 끊임없이 늘리는 대신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온 것이다. 매장 확장 방식도 마찬가지다. 냉동육을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체 패티 생산시설에서 하루 안에 신선한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한다. 빠르게 확장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인 셈이다. 메뉴가 적다는 것은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영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식재료를 단순하게 관리할 수 있고, 직원은 적은 메뉴에 집중할 수 있다. 주방의 동선도 단순해지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도 쉬워진다. 고객 역시 그 브랜드에 가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기억한다. 하지 않는 선택들이 쌓이면서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이 선명해진 것이다.

 

작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사업 초기에는 하나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가 계속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요청해서 하나를 추가하고, 시장에서 유행한다고 또 하나를 추가한다. 각각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게 추가된 일들이 결국 브랜드의 시간과 집중력을 조금씩 가져간다는 것이다. 매출이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을 계속할 필요도 없다. 매출은 높지만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필요한 일이 있고, 당장의 수익은 크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있다. 앞서 숫자가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했지만, 숫자를 보는 목적도 결국 선택하기 위해서다. 어떤 일을 더 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떤 일을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숫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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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스노우피크 >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스노우피크의 제품은 텐트와 캠핑 장비에서 의류와 다양한 아웃도어 경험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러나 사업의 범위가 넓어져도 중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되도록 한다는 철학이다. 스노우피크는 실제로 제품뿐 아니라 고객과 직원이 함께 캠핑하는 'Snow Peak Way'같은 경험도 오랫동안 운영해왔다. 무엇을 새롭게 만들더라도 자신들이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가 아니다. 브랜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일은 우리가 해야 하는가.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일이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면 하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특히 슈퍼 마이크로 브랜드는 대기업의 확장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별도의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작은 브랜드가 새로운 일을 하나 추가하면 창업자의 시간이 직접 나뉜다. 세 가지 일을 하던 사람이 네 가지 일을 시작하면 조직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집중력이 네 조각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돈보다 집중력일 수 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생각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무엇을 얻을지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예전에는 사람이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하고, 번역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것과 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AI가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수록 선택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를 만들 필요는 없다. 누구나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고 해서 더 많이 출시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은 가능성의 범위를 넓혀주지만, 브랜드는 그 가능성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때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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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K-디자인 어워드 >

 

 

 

나 역시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좋은 기회를 잡는 것만큼 좋은 기회를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디자인소리는 15년 전 디자인 어워드 전문 미디어로 시작했다. 이후 관련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공모전 대행사로서의 인지도도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2018년 자체 브랜드인 K-디자인 어워드를 시작하면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외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갔고, 현재는 K-디자인 어워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디자인소리 미디어를 제외한 모든 프로젝트를 영구적으로 중단했다. 처음에는 일을 줄이면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외부 프로젝트를 하나씩 포기할수록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고, 역설적으로 선택과 집중은 더 큰 매출과 순이익으로 돌아왔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한 것이 결국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어떤 제안은 당장 매출을 만들 수 있고, 어떤 사업은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브랜드의 방향은 새롭게 시작한 일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 않기로 결정한 수많은 선택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성장은 계속 더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고객을 더하고, 매출을 더하고, 제품을 더하고, 사람을 더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은 브랜드는 반대로 움직인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줄이고, 불필요한 제품을 없애고, 잘하지 못하는 일을 포기한다. 그렇게 남은 것에 시간과 자원을 집중한다. 무엇을 더했는지가 브랜드의 규모를 만든다면, 무엇을 남겼는지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

 

슈퍼 마이크로 브랜드는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강할 수 있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분명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이 하나의 방향을 만들고, 그 방향이 반복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다. 좋은 전략은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아니다.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이 기준은 더욱 중요해진다. 브랜드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얼마나 분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Founder: Do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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