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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소리 김도영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K-디자인 어워드> 창설자

 

 

 


 

 

 

브랜드의 성장에는 두 가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창의성, 그리고 또 하나는 시스템이다. 많은 창작자와 소규모 브랜드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하지만, 실제로 끝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예외 없이 ‘좋은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다. 시스템은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람이 더 창의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자동화와 아웃소싱은 생존이 아니라 확장의 핵심 전략이 된다.

 

에어비앤비(Airbnb)의 초창기 이야기는 이 원리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금은 전 세계 여행 생태계를 바꾼 플랫폼이지만, 2008년의 에어비앤비는 단 세 명이 운영하던 초소형 스타트업이었다. 자본도, 인력도, 경험도 부족했다.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방을 내놓는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초기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문제는 매우 단순했다. 숙소 사진의 품질이 너무 낮았던 것이다. 어떤 숙소든 사진이 어두우면 예약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숙소를 방문해 사진을 다시 촬영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발로 뛰는 노력”이 아니었다. 브랜드 초창기 모든 자동화 시스템은 이런 인간적인 수작업에서 시작된다. 이후 이 경험은 구조화되어 시스템이 되었다. 호스트가 사진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품질을 분석하고, 필요하면 지역 사진작가를 자동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다. 초기의 손작업이 훗날 자동화 시스템의 원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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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브랜드에게 이 구조는 특히 중요하다. 자동화는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품질과 일관성을 지키는 장치다. 예를 들어 디자인 스튜디오나 콘텐츠 브랜드라면 ‘브리핑 → 제작 → 검수 → 배포’의 과정이 자동으로 기록·정리되고, 클라우드 기반 협업으로 즉시 동기화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창작자는 본질적인 작업인 기획, 판단, 철학 설계 같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아웃소싱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의 외주는 ‘내가 못하는 일을 넘긴다’는 의미였지만, 현재의 외주는 ‘창작자의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다. 핵심이 아닌 일을 분리하고, 브랜드 방향과 기준이 중요한 일에만 에너지를 쓰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Asia Design Prize)의 운영 방식은 아웃소싱을 가장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사례다. ADP는 “브랜드는 얼굴이고, 오퍼레이션은 그 브랜드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몸체다”라는 운영 철학을 기반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특히 어워드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고객 경험(CS)’과 ‘품질 검수(QC)’는 절대 외주로 맡기지 않는다. 이는 운영 사무국이 직접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파악하고, 그 데이터를 축적해 서비스 디자인을 매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런 구조는 작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요구를 누구보다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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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

 

 

 

반면, 디자인적 전문성과 고난도 작업이 필요한 브랜딩, 키비주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은 철저하게 아웃소싱한다. 이는 내부 팀의 역량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것보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직접 하고, 무엇을 맡길 것인지 구분하는 판단 능력이다. 이 구조는 작은 조직이지만 큰 조직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며,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가 단기간에 글로벌 어워드로 성장한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AI는 자동화와 아웃소싱을 가속화하는 중심 도구다. 반복적인 작업은 AI가 자동으로 처리하고, 외부 리소스를 연결해야 하는 업무는 AI 기반 도구들이 빠르게 돕는다. 제안서 초안 작성, 요약, 번역, 자료 조사, 디자인 보조, 문서 정리, 이 모든 과정이 AI에 의해 처리될 수 있다. 창작자는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적인 일에 집중하면 된다. 결국 1인 브랜드의 자동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다.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과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순간, 브랜드는 비로소 성장의 구조를 갖춘다.

 

에어비앤비의 초창기 실행 방식과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운영 구조는 같은 사실을 말한다. 작은 브랜드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확장된다. 인간적인 감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손작업으로 해결하고, 그 과정을 구조화해 자동화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작은 브랜드가 스스로를 지탱하고 성장시키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전략이다. 자동화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집중을 보호하는 장치다. 시스템이 바탕을 잡아줄 때, 창작자는 더 오래, 더 깊이, 더 본질적인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작은 브랜드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에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 바로 진짜 브랜딩이다.

  • Founder: Doyoung Kim
  •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454-86-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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