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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싸이드 시티 전우성 대표. 브랜딩 디렉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핵심경험론> 저자

 

 

 


 

 

 

우리가 물건을 사는 행위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목적구매와 가치소비다. 목적구매란 단어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이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에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날이 추워졌는데 추위로부터 내 몸을 보호할 옷이 필요하다라던지, 여름에 바다로 휴가를 가는데 수영복이 없으니 수영복을 하나 사야할 것 같다와 같이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다시 말해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발생할 명확한 불편함을 인지하기 때문에 구매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쩌면 이 목적구매는 자본주의 시장이 도래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전에도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래는 존재했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생산자가 기업의 형태로 이윤을 쌓기 위해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자가 그것을 화폐의 형태로 구매하는 시장이 형성되었고 이때부터 기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즉 사람들의 니즈에 맞춘 상품을 본격적으로 제조하기 시작했다. 즉 초기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에 만든 제품들은 이 목적구매를 위한 제품들이 주를 이루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목적구매, 즉 분명한 목적에 의해서 판매되는 상품을 들여다보면 목적구매를 발생시키는 기준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것은 가격과 퀄리티이다. 이는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밥을 짖기 위해서 쌀을 산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쌀을 사야할까? 가격의 차이가 나도 더 좋은 품질의 쌀이 있다면 그것을 살 수 있을 것이고, 동일한 품종의 쌀을 사야 한다면 아마도 그 중 더 저렴한 가격의 쌀을 살 것이다. 앞서 얘기한 외투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품질의 외투가 있다면 그것을 사겠지만, 두 제품의 외투의 퀄리티가 동일하다고 한다면 그 중 더 저렴한 가격의 외투를 살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늘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그것을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기술의 발전으로 퀄리티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을 한번 생각해보자. 화장품 시장의 태동기에는 제조사의 기술력이 화장품의 경쟁력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떤가? 시대를 거치면서 화장품의 기술은 점점 높아져 이제는 왠만한 화장품은 다 괜찮다. 화장품의 얘기를 들긴 했지만 아마도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시장에 나온 제품의 퀄리티는 대부분 대동소이 하다. 혹여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이 그것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더 어렵다. 물론 의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퀄리티를 낮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예외로 두겠다. 다시 돌아와 이렇게 제품의 퀄리티가 고객의 입장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기업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가격을 경쟁사 대비 더 낮추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고민이다. 그래서 기업은 제품의 가격을 점점 더 낮추기 시작했다. 할인등을 통해서 말이다. 이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떨까? 만약 비슷한 퀄리티의 제품을 공급하는 경쟁사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면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우리 제품도 할인에 들어가야한다. 그렇게 서로 할인을 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결국 가격 경쟁을 넘어 가격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더 많이 팔아도 더 싸게 공급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이윤이 더 판매를 한다고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가치 소비라는 것이 발현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던 이 문제, 즉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가치소비란 무엇일까? 소비자가 구매하는 물건, 더 큰 범위로 얘기하자면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브랜드에 무언가 경쟁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가치’라는 것을 주입하여 판매를 하는 것이고 소비자는 그 가치가 더해진 물건을, 아니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단지 물건뿐 아닌 그 가치를 함께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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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에비앙 >

 

 

 

이해를 돕기 위해 생수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생수를 예시로 드는 이유는 생수라는 제품이 무색, 무미, 무취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시장에 나온 다양한 생수의 물 맛을 구분하는 분은 없을것이라 생각한다. 물이라고 하는 제품은 목적구매의 카테고리 거의 끝 영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품마다의 퀄리티의 차이는 거의 없고, 단지 내가 목이 마르니 물을 마시고 싶다는 목적에 의해서 구매하게 되는 제품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생수를 살 때 가격이 싼 제품을 사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을 구매한다. 여기서 에비앙이라고 하는 브랜드를 한번 생각해보자. 에비앙은 한국에서는 보통의 생수보다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도 에비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생수가 목적구매에 가장 가까운 제품이란 것을 생각해볼때 어쩌면 비상식적인 행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에비앙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왜 존재할까? 에비앙에는 단지 목마름을 해소한다는 목적 외에도 다른 브랜드가 가지고 있지 않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에비앙은 오래전부터 이런 이미지를 만들기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왔다. 에비앙이라는 이름에 다른 생수 브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꾸준히 주입한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들은 어느새 자신이 만드는 제품의 이름에 이러한 가치를 넣은 것이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는 시대에 자신의 가격을 지키고 혹은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기업의 마케터들은 이러한 또 다른 선택의 기준, 즉 자신의 브랜드에 가치를 만드는 것에 많은 고민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브랜드에 이런 가치를 집어 넣는 것. 그래서 가격 경쟁의 시대에서 그것을 뛰어 넘는 방법. 필자는 이것이 브랜딩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으로부터 브랜딩의 개념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브랜딩은 남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위이자 가격 경쟁을 넘어서는 기업의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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