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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싸이드 시티 전우성 대표. 브랜딩 디렉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핵심경험론> 저자

 

 

 


 

 

 

브랜딩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전에 먼저 브랜드와 브랜딩이 무엇인지부터 짚어야 한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오래전 서양에서 자신이 소유한 가축에 인두로 각인을 새긴다(burned)는 의미에서 그 어원이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들판의 수많은 가축들 중 내 것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이것은 내 소유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기에 자신만의 징표를 가축에 새겨 넣은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이다. 이 얘기가 사실인지는 필자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짐작 할 수 있듯이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징표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쉽게 얘기해보자. 우리는 태어나면서 우리만의 이름을 갖는다. 이 이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우리를 남들과 구분 지어 부를 수 있는 나만의 징표이자 사회적 약속(?)에 해당된다. 이것이 브랜드다. 즉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할 때 그것에 붙이는 이름과도 같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 

 

브랜딩이란 그 이름에 무언가 가치를 불어넣는 모든 행위이다. 앞서 브랜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얘기해본다면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즉 기업이 브랜딩을 통해서 우선 경쟁사와 나를 소비자에게 다르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지 이름이 다르다고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경쟁사와는 다른 무언가가 떠오르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기능적인 무엇이건 감성적인 무엇이든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면 조금 쉬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지만 다른 경쟁사와 다르게 친환경이 생각나고, 나이키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이지만 경쟁사 대비 도전정신이 먼저 생각나며 애플은 IT기기를 만드는 브랜드이지만 크리에이티브가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특정 브랜드를 생각했을때 떠올려지는 단어 혹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어찌 보면 그 브랜드만의 독립적인 가치를 만드는 행위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행위’라는 단어이다. 즉 이것은 끝이 없는 활동인 것이다.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 한번 만들어지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계속 지켜나간다는 것 또한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이 행위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딩은 브랜드에 ‘ing’가 붙은 진행형 인지도 모른다. 즉 브랜딩이란 브랜드를 그 브랜드답게 만드는 모든 활동을 아우른다. 물론 그 브랜드답다는 것은 브랜드가 정의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음 자명하다. 즉, 브랜드가 이름이라고 한다면 브랜딩은 그 이름값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브랜딩은 마케팅과는 다른 영역이자 개념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의 목적은 무엇일까? 브랜딩을 우리는 왜 해야 하는 것일까? 매출을 올리기 위함일까?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너무 당연하지만, 그것은 브랜딩의 결과이지 목적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목적은 그것을 통해 그 브랜드를 얼추 아는 백 명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팬 한 명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백 명이 아는 것이 더 낫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고 본다. 브랜드의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하는 백 명보단 열정적으로 그 브랜드를 좋아해 주고 그것을 늘 사용하고 남들에게 그것을 자발적으로 알릴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인 고객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으로는 만들 수 없다. 

 

여기서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고 싶다. 스위스 태생의 프라이탁(Freitag)이란 브랜드이다. 프라이탁은 유럽을 돌아다니는 트럭의 방수천을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이다. 가방끈조차도 자동차 안전벨트로 만들 정도로 친환경과 업사이클링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필자는 프라이탁 제품(지갑 키링 등 액세서리 포함)을 10개 정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가방과 액세서리를 가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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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프라이탁 >

 

 

 

아마도 15년 전 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듣고 우선 나는 이 브랜드의 컨셉과 철학이 너무 멋있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기 한참 전 유럽여행 중 베를린에서 이 브랜드 매장을 찾아 처음 구입했다. 이는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제품의 내구성도 좋아서 굉장히 만족하면서 그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브랜드의 가방이 앞서 얘기한 것 처럼 트럭에서 사용하던 방수천을 세척하고 재단하여 만들다보니 그 디자인마저 당시의 다른 가방에 비해 굉장히 독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 가방에 대해서 물어보는 이들이 정말 많았다. 자연스럽게 필자는 이 가방에 대해서 그들에게 설명해주면서 이 브랜드가 왜 독특한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왜 이 가방이 이런 모습인지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이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가방을 들고 있는 나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프라이탁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내가 소유한 것 같아 나는 프라이탁 팬이 돼버렸다. 그렇게 필자는 이 브랜드를 단지 알고 있는 100명 중 한 명이 아닌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단 한 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는 앞서 내가 소유한 프라이탁의 개수일 것이다. 이 정도면 단지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소유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도 프라이탁 가방을 메고 다니다. 종종 또 어떤 제품이 나왔는지를 살피고 장바구니에 제품들을 담는다. 또한 필자를 통해 프라이탁을 처음 알고 구매한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중 이제는 나와 같이 다수의 프라이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 나의 이 브랜드에 대한 팬심은 나 스스로를 이 브랜드의 자발적 전도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재밌는 것은 과거의 나 역시도 당시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한 명을 통해 이 브랜드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프라이탁은 그들의 소수 팬들을 통해 점점 주변에 그 존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찾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기에 브랜딩은 얼추 아는 백 명보단 열광하는 한 명을 만드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 팬들이 늘어날수록 브랜드는 더욱 강력해지고 그들에게 대체 불가하며 자연스럽게 그 브랜드의 가치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나 말이다. 그래서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모두가 우리 브랜드를 알도록 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단 우리만의 무언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좋아해 줄 수 있는 팬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집중하는 게 좋겠다. 결국 브랜딩이란,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반드시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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