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KTX아키렙 테츠야 마츠모토 디렉터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KTX 아키랩은 도쿄와 효고현에 사무소를 두고 전 세계의 상점, 의료 시설, 사무실 등 수백 건에 달하는 상업 공간을 설계해왔다. 상점의 경우 성공적으로 인기를 끄는 곳도 있고 안타깝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상점은 어디까지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도구이므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가게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아무리 아름답고 세련된 공간이 완성되더라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가게가 흥하느냐 마느냐는 공간 디자인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의 질만 높으면 디자인은 어떻든 가게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간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상품의 품질만으로 소비자가 선택하는지 생각해보자. 같은 만주라도 고급스러운 목상자에 담겼을 때와 플라스틱 포장에 담겼을 때의 인상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고급 화과자 가게의 이미지를 주고 후자는 슈퍼마켓에서 300엔 정도에 살 수 있을 법한 인상을 준다. 포장이 주는 인상은 실제 맛의 인상까지 달라지게 만든다.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일류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와 디저트를 전부 편의점 상품으로 바꿔치기한 후 손님들의 반응을 본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고 훌륭한 요리였다는 평가와 정말 맛있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즉 공간의 분위기가 일류라면 제공되는 음식도 일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상품의 품질이 공간의 퀄리티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상업 공간 디자이너는 매장의 흥행을 전제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개업 시 화제를 모으고 오랜 세월 동안 고객을 끌어들이며 꾸준히 수익을 만들어내는 곧 비즈니스 도구로서 기능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도구로서 기능하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그것은 광고다. 다만 말하지 않는 광고, 이미지에 의한 광고다. 이는 일종의 스텔스 마케팅과 유사하다. 스텔스 마케팅은 광고임을 숨기고 제3자의 평가나 게시물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인데 효과가 높지만 광고라는 사실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며 일본에서 최근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유료 앱이 광고 차단 앱일 정도다. 그렇다면 광고로 인식되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영화 인셉션이 그 힌트를 준다. 외부에서 주입된 정보보다 스스로 생각해낸 답변일 때 신뢰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공간 디자인은 사람들의 깊은 무의식을 자극하여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가 아닌 자신이 느껴 스스로 형성한 생각을 만든다. 이것이 확증 편향을 유도해 기대감과 신뢰도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한 안과 클리닉의 개원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수술실을 상업시설의 공용 통로 쪽으로 완전히 개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과에 수술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만 투명하게 공개된 수술실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환자들은 이 병원은 수술에 자신이 있고 기술력이 높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원 직후부터 화제가 되었고 수술은 주 1회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주 3회로 늘어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시각적 인상으로 사람들의 무의식에 메시지를 심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도구로서의 공간 디자인이다. 인상을 강렬하게 남기는 공간은 무의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그 순간 클라이언트의 메시지를 잠재의식 속에 주입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간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전략적 도구이자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우리의 중요한 미션은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 메시지를 전할 열쇠로서 공간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창조해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