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어 김주황 대표 (브만남)
<K-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
2025년 8월 ‘런던 베이글 뮤지엄(LBM)’ 운영사가 2,000억 원 초중반대에 인수되었다. 이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M&A 역사상 주목할 만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이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이를 통해 글로벌 K-푸드 확산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인수를 놓고 고평가네, 저평가네 말이 많다. 국내 F&B 기업의 가치 평가는 통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3배~ 5배 수준으로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글로벌 고성장 프리미엄 브랜드에 적용되는 10배 이상의 배수에 필적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가치를 인정 받게 된것일까?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이례적인 몸값을 인정받은 핵식점인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압도적인 수익성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지난해 매출은 796억원, 영업이익은 243억원으로, 실물 제품을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F&B 기업으로서는 매우 희귀할 정도인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더군다나 전국적으로 매장이 고작 6개인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정말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수익성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강력한 원가 통제 능력과 함께 소비자들이 마진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드는 강력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을 보유했음을 재무적으로 입증한다.
두 번째는 희소성 기반의 경험 판매라는 측면이다.‘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단순한 식음료를 넘어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경험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 행위마저도 트렌드에 합류하는 하나의 문화적 성취로 인식되며, 이 무형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밸류에이션의 비재무적 핵심 근거가 되었다. 2025년 9월 평일 오전에 방문을 했음에도 여전히 그 웨이팅이 길어 매장 안에 자리를 잡기 위해선 50팀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이도 테이크아웃으로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직접 맛을 볼수는 있었다.) 이렇게 이례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매각이 된 이 ‘런던 베이글 뮤지엄’
"이 브랜드의 시작, 과연 어땠을까?"
창업자 '료(Ryo)'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오픈 하기 전에 쇼핑몰을 20년 정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녀의 초기 성공 비결은 바로 탁월한 공감 능력이었다. 그녀는 쇼핑몰을 통해 고객들의 미묘한 심리와 니즈를 읽어내고, 그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이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핵심 역량이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모두에게 성공과 만족을 안겨주었던 사업의 정점에서,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공허함을 느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그녀는 여행지 런던에서 새로운 F&B 사업에 대한 영감을 얻고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런던 특유의 클래식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는 그녀의 내면을 채워줄 새로운 비전이 되었다. 이 꿈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공감하는 공간과 상품을 만들겠다는 자기실현적 목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기존에 20년 넘게 해오던 쇼핑몰 사업을 접는데 까지는 5년이 걸렸고, 2017년 카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2017년 처음으로 오픈한 ‘카페 하이웨스트’, 2019년 ‘레이어드 카페’, 그리고 2021년 9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오픈하게 된다. 이때 창업자 '료(Ryo)'의 나이는 49세. (물론, 그 이전에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49세에 새로운 브랜드를 또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 놀랍다.)
“한국 사람들은 베이글 좋아하지 않아” 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가장 몰두했던 것은 바로 '한국적인 베이글'을 만드는 고독한 시행착오였다. 한국인들도 좋아할 만한 ‘떡 식감’을 찾기 위한 R&D 기간만 13개월을 썼다. 반죽, 발효 온도, 시간을 수없이 조절하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독특한 질감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오픈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2021년 9월 안국에 첫 매장을 개점한 후 도산, 잠실, 제주, 여의도 등 국내 핵심 상권에 6개의 특화 매장만을 운영하며 급성장했는데,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기 보다는 소수의 매장을 유지함으로 써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희소성을 극대화 되었다. 그리고, 매장의 모든 요소(인테리어, 제품 디스플레이)들을 직접 만들었고, 그 디테일함 덕분에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SNS에 인증샷을 올리게 되었다. SNS 바이럴 전략이라면 전략일 수 있겠다.
이 브랜드를 만들어온 창업자 ‘료(Ryo)’.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전문적인 요리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녀가 만들어온 다양한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그녀는 '맛'을 넘어 '멋'과 '분위기'를 창조했다. 그녀는 F&B를 단순히 요식업이 아닌, 종합적인 공간 및 경험 디자인 산업으로 인식하고 브랜드를 키워왔다. 그녀의 성공은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창업자의 감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끊임 없는 호기심으로 자신의 내면을 탐구 하는 것’이 이런 남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낸 노하우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쉽게 정의되거나 요약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는 깊이와 두서가 공존하는 풍부한 경험의 레이어를 쌓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자기 탐구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시장 트렌드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다고 느끼는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믿고 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이 성공적인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