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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ㅣ 덴마크 Jabra 시니어 디자이너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저자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상황을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 attitude 는 정작 그 해결책보다 훨씬 중요 할 때가 있다. 어떤 태도와 자세로 상황을 통과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북유럽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디자이너로 경험하고 배운 것을 나열한다면 아마 ‘태도의 힘’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이제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트랜드가 되었지만, 사실 그것이 말하는 디자인 철학이나 사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 없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실용주의,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디자인, 사용자 경험을 배려한 덜어내고 빼는 디자인… 이미 성숙된 디자인 분야에서 그리 참신해 보이지 않는 철학 같지만, 이 문장에는 그들의 디자인을 바라보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필자가 얼마전 출간한 책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에도 그것은 언급된다. 책 속에서 진행한 디자인 토크 코너를 통해 북유럽의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를 만나 디자인 토크를 진행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이 바로 ‘태도의 힘’이다. 그것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혹은 불가능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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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먼저 우리가 주목할 것이 있다. 북유럽의 디자이너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 디자인 전공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캐비닛 메이커, 가구, 조명, 패브릭, 라이프스타일, 자동차, 북디자인 등… 그야말로 광범위한 모든 디자인 분야의 가능성에 도전 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주어진다. 첨단 전자제품 분야에 편중되어 있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대부분의 목표인 우리의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 물론 여러 현실적인 이유와 배경은 이해하지만, 이 때문에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매우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졸업 후 독립 디자이너로서 가구 디자인 브랜드를 런칭한다면 현실적인 리스크와 더불어 실패 할 경우의 타격감이 너무 크기에 앞서 말한 편중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반면 북유럽 디자이너에게 (긍정적인) 도전의 자유가 주어지는 배경에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국가의, 정부의, 고객의 태도가 안정적인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로 디자인을 그들 문화의 일부로 바라보는 태도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전통은 지금의 현재를 있게 해준 지지대이며, 다음 세대로 계승해야 할 중요한 문화이기에 그들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제 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디자인 분야의 공평한 발전과 계승을 위해서 젊은 디자이너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매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3 days of Design in Copenhagen 은 좋은 예시다. 북유럽 최대의 디자인 이벤트로 코펜하겐 시내 전체가 디자인 축제의 무대가 된다. HAY, Muuto, Jorge Jenson 등의 덴마크를 대표하는 빅브랜드부터 신생 디자이너까지 함께 참여해 그들의 디자인 스토리와 철학을 알린다. 물론 코펜하겐 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을 한다. 이런 시너지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전세계인이 찾는 디자인 축제로 자리잡는데 큰 동력원이 되어주고 있다. 

그 환경이 디자이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익률만을 앞세운 비지니스 목적의 디자인 분야에 편중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그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 지원해준다. 덕분에 북유럽 디자인 산업은 깊이와 넓이를 유지하며 지금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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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를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

 

또 다른 중심축에는 디자인에 대한 꽤나 높은 안목을 가진 고객이 있다. 그들의 고객, 즉 소비자는 디자인 문화가 몸에 스며든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 놓인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 프리츠 한센 Fritz Hansen, 핀율 (Finn Juhl) 등의 저명한 디자이너의 제품을 사용하고 주변의 수 많은 미술관, 갤러리, 도서관, 카페 등의 수준 높은 디자인을 경험하며 살아 온 그들이다.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 ‘스며 들어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하지만 그들이 디자인을 보는 눈은 결코 관대하지 않으며 매우 직관적이다. 그렇기에 가치 있는 디자인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그 높은 안목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최상의 퀄리티를 위한 공력을 아끼지 않는다. 디자이너 – 소비자 - 정부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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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MENU Space >

 

 

 

또 하나 그들의 흥미로운 태도는 바로 타인에 보여지는 나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 

 

명품 로고가 박힌 아이템 보다 가치와 의미가 담긴 디자인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로고 플레이는 이들의 관심 밖이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의미있는 스토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적용에 관심 있으며, 단순하고 미니멀한 라이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소비패턴은 진정한 삶의 질을 올려주는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인의 시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지금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다. 쇼핑몰의 화려한 브랜드 사이에 문을 연 세컨핸즈 샵 (second hand shop)이 인기있는 것도 같은 맥락의 현상이다. 실용적이고 필요한 아이템이라면 중고제품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을 타인의 시선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사용하는 것. 이 또한 매우 건강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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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태도가 문화를 만든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은 분야와 지역을 막론하고 관통하는 모든 디자이너의 공통 과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디자인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명 그들의 태도가 가져온 성과에 대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외치는 디자인 강국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디자인을 바라보는 태도와 문화를 정비하고, 현실적인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수 많은 점과 선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바래 본다. 디자인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에 일부가 되고 문화가 되어 스며드는 그 사회를 말이다. 결국, 태도가 문화를 만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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