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디자인버사의 최근 핵심 과제와 그 안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의 인포그래픽 전문 스튜디오로 시작해서 AI 워크플로우 컨설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묘영입니다. AI가 빠르게 업무와 접목되면서 기존의 워크플로우 자체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의 경계가 낮아지면서 부서 간의 업무 겹침 현상이 나타나며 내부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는데, 이는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하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희 역시 이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하며,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업무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왔습니다. 저희는 2023년부터 전체 워크플로우에 AI를 접목하면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동시에 업무 영역 확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AI 워크플로우 컨설팅 모델을 확립 중인데, 그 안에서 AI는 단계별로 아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1. AI 리터러시 & 워크플로우 분석 팀의 작업 프로세스, AI 툴 사용 패턴, 병목 구간 등을 AI와 함께 분석하여 개선 포인트를 명확히 파악합니다.
2. 맞춤형 AI 툴 제안 및 자동화 설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AI 워크플로우 매뉴얼, 프롬프트 가이드, 자동화 설계안을 제시, 조직에 맞게 최적화합니다.
3. 실제 프로젝트 적용 및 최적화 반복적인 업무를 파악하고 자동화 프로덕트를 개발하여 실무에 직접 적용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합니다.
4. 조직 내 AI 활용 문화 정착 AI 활용도를 측정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조직 전반에 생산성을 향상시킵니다. 진단 및 분석, 설계, 실행, 확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AI는 저희가 업무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조직의 창의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AI 이후”의 디자인 정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전통적 문제해결, 미학, 경험 설계의 기준이 AI로 인해 어떤 점에서 재정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AI는 ‘만드는 능력’을 민주화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AI시대’입니다. 이전에는 문제 발견부터 해결까지 선형적인 프로세스였다면, 이제는 AI가 수십, 수백 가지의 솔루션을 순식간에 제시합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그 의미를 정의하는 큐레이션과 해석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단순히 만드는 것을 넘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왜 그 선택이 의미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AI와 함께하는 디자인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공감할지'를 섬세하게 설계하는 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은 기술 - 감성 - 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과거와 현재, 사용자와 맥락을 이어 의미를 설계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프로젝트 흐름 속에서 AI는 어디에 들어옵니까? 리서치, 컨셉팅, 아이디어 확장, 시각화, 프로토타이핑, 검증 등 단계별 활용 예를 구체적으로 들려 주세요.
AI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이미 디자인 프로젝트 전 단계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리서치 단계 리서치 단계에서는 AI가 없던 시절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리서치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이를 바탕으로 한 초기 컨셉 기획은 물론, 프로젝트에 맞는 타깃과 페르소나를 최대한 상세하고 다양하게 설정하여 이들과 함께 컨셉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갑니다. 시각화 단계 본격적인 시각화 단계에서는 키워드 매핑과 무드보드 생성을 통해 아이디어 확장 속도를 높입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경우 아이디어 단계에서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생성 AI와 모션 AI를 활용해서 주요 장면을 다양한 관점으로 빠르게 시각화합니다.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레퍼런스 이미지와 스타일 레퍼런스 코드(sref)를 개발하고, AI가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 가이드를 만드는 것은 이제 기본 업무가 되었습니다. 검증 및 개선 단계 완성한 디자인 결과물은 리서치 단계에서 만들어둔 페르소나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시안의 퀄리티를 빠르게 높여갑니다. 최종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는 A/B/C 등 다양한 버전을 생성해 실제 반응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합니다. 업무 효율화 이 모든 과정에서 반복되는 작업들, 화장품 모델의 다양한 포즈 생성이나 페르소나 생성 및 관리 등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작업들은 통해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코드를 생성하는 AI 코딩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프롬프트 설계와 스타일 가이드 관리 같은 새로운 실무 역량이 생겼습니다. 팀 내부에서 이를 표준화하거나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이 있나요?
프롬프트는 처음부터 구글 독스로 관리해 왔습니다. 현재는 팀원 모두가 자체적으로 프롬프트를 설계할 수 있을 만큼 내재화되어 있기도 하고, AI로 프롬프트 자체를 빠르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프롬프트보다 ‘어떤 데이터를 넣고 질문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량의 데이터를 어떻게 양질의 데이터로 가공해서 업로드할 것인가’를 더 집중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효과적으로 AI와 협업하기 위해 주요 가이드나 디자인 스타일 가이드도 마크다운(.md)과 JSON 형식으로 저장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가 최대한 일관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테스트를 해보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AI가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만들게 하기 위한 시스템의 기반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는 않지만,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생성형 AI의 강점과 한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계신가요?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판단”과 “AI에 위임해도 되는 작업”의 경계 설정 기준을 듣고 싶습니다.
AI의 강점은 단연 ‘속도’와 ‘확장성’입니다. 기획안, 디자인, 영상 등 무엇이든 초안은 정말 놀라운 속도로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AI가 다양한 방향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는 있어도, 결국 그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맥락을 완성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인 거죠. 더불어 AI를 통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면, 메인 키워드나 참신한 아이디어는 사람이 제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판단'과 'AI에 위임해도 되는 작업'의 경계는 비교적 명확해졌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가,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고, 새로운 것을 상상하며, 결과의 의미를 판단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AI가 ‘효율’을 만든다면, 사람은 ‘의미’를 만듭니다. 모델의 정확도를 감독하고, 규정을 지키게 하며, 예외적 상황 속에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 협업 측면에서 AI는 어떠한 변화를 만들었나요? 제안 속도, 의사결정, 대안 비교, 테스트와 학습 루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씀해 주세요.
AI는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에서 속도와 깊이, 두 가지 모두를 바꿔놓았습니다. 먼저 리서치와 기획안 작성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제안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이전에는 며칠씩 걸리던 자료조사나 경쟁사 분석을 AI가 몇 분 만에 정리해 주니, 가장 중요한 방향성과 콘셉트를 고민할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근거 데이터와 함께 디자인을 제안하니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안이 필요할 때도 AI로 빠르게 시각화하면서 클라이언트와 함께 '보면서 판단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노 바나나’는 가히 혁명적이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AI가 제시하는 대안은 다양한 방향을 빠르게 보여주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검토 없이 성급하게 결정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제는 누구나 이미지 한 장, 서비스 페이지 하나쯤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보니, 클라이언트들도 직접 시안을 만들어 보여주시곤 합니다. 문제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그 시안만 보고 바로 반영했다가 후에 놓친 변수나 맥락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추가 수정이 발생하고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그림을 보면서 AI가 만든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다듬을지 판단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감각인 것 같습니다.

실제 성과 사례를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문제 정의, 접근, 사용한 모델과 도구, 품질 지표, 결과 임팩트까지 간단히 A부터 Z로 정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주변 추천으로 내부에서 직접 진행한 웨비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AI 강의가 많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이를 문제 정의로 삼아 실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웨비나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웨비나 주최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주해 본 온라인 강의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AI 퍼널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려니 고려할 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GPT로 웨비나 성공 공식을 배우고 경험자 분들에게 검증받아 액션 플랜을 만들었습니다. GPT로 신청 서비스를 선택하고, Claude와 Gemini로 소개글을 작성했으며, 피그마, 미드저니, 포토샵으로 홍보 자료를 디자인했습니다. 신청자 분석 데이터를 Genspark로 분석한 다음, 그 자료를 바탕으로 강의안도 수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청자 524명, 참가자 344명으로 참가율 66%를 기록했습니다. 업계 평균 40-50%보다 높은 수치였고, 미국, 인도, 세르비아, 태국, 일본, 한국 등 6개국에서 참여했습니다. 평균 체류 시간 72분, 만족도 4.7점, 82%가 'AI를 실무에 바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답변해 주셨습니다. 이 모든 분석 또한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 의미 있었던 점은 이후 AI 강의, 실무 워크숍으로 전환되고, 일부는 실제 컨설팅 계약 논의로 연결되고 있다 것입니다. 즉, 웨비나를 통해 콘텐츠 - 리드 - 매출 퍼널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효율보다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번의 웨비나가 여러 사람들과 회사를 연결했고, 그 데이터는 이후 저희의 AI 컨설팅 모델 설계에도 반영되었습니다. 결국 AI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가까운 미래 로드맵을 공유해 주세요. 앞으로 디자인버사가 실험하고 싶은 주제가 있나요?
요즘 저희 최대 관심사는 AI와 함께 업무 영역 확장, 수익 구조 다각화, 시장 범위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업무 영역 확장 측면에서는 AI 워크플로우 컨설팅을 넘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자동화 솔루션 개발로 나아가려 합니다. 반복적인 디자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조직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일회성 프로젝트 중심에서 벗어나 구독 기반 디자인 & 컨설팅, 온라인 교육, 자동화 툴 개발 등으로 수익화도 구조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바이스 버사가 실험하고 싶은 주제는 ‘AI와 함께 확장하는 디자인’입니다. 궁극적으로 AI 시대에 디자인 스튜디오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AI와 함께 성장하려는 디자이너와 경영자에게 한 문장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와 경영자에게 필요한 태도는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사고의 감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저는 그 첫 번째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계속 바뀌고, 플랫폼은 수시로 진화하며, 트렌드는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계속 배울 수 있는지를 스스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일회적인 학습이 아니라, 자기 갱신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이것도 디자이너가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버리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더 이상 결과물의 형태를 만드는 일에 머물지 않습니다. 브랜드 전략, 사용자 흐름, 데이터 해석, 콘텐츠 기획 등 디자이너가 영향을 미쳐야 할 영역은 광범위해졌습니다.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스스로 역할을 확장하려는 태도가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의 속도에 쫓기기보다는 “본질의 깊이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도구나 플랫폼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입니다. 결국 기술은 수단이고, 디자인은 그 수단으로 무엇을 의미 있게 구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본질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판단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요?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