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nchieh Hung + Kulthida Songkittipakdee
HAS Design and Research 공동 설립자 및 수석 건축가
“아시아의 건축은 종종 높은 밀도, 빠른 속도, 그리고 끊임없는 즉흥성 속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을 일관된 디자인 언어로 꾸준히 번역해 온 실천은 많지 않다. HAS Design and Research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건축가인 Jenchieh Hung과 Kulthida Songkittipakdee는 방콕과 상하이를 오가며 활동하며, 디자인과 리서치를 나란한 힘으로 두고 접근한다. 이들은 비정형적인 도시 풍경, 물질적 현실, 생태적 질문이 제약이 아니라 건축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는 방식을 추적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도시 안의 새로운 자연’이라는 구상과, 아시아 디자인 지형 안에서 더 의미 있는 교류가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건축가로서 출발점에 있었던 핵심 질문이나 문제의식이 있었다면요?
저희는 Jenchieh Hung과 Kulthida Songkittipakdee입니다. 건축가이자 예술가, 교육자로 활동하며, 태국을 기반으로 한 HAS Design and Research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건축가로서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HAS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건축이 늘 ‘형태’와 ‘기능’이라는 관습적 경계 안에서만 작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바깥에서 건축이 취할 수 있는 역할과 가능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건축, 맥락, 일상의 관계를 핵심 관심사로 삼아 왔고, 디자인이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조건에 섬세하게 반응하면서도 개념적 엄밀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습니다.
HAS라는 이름은 Hung과 Songkittipakdee에서 유래했지만, 동시에 ‘having’이 지닌 의미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이는 저희의 실천 안에서 리서치와 디자인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점을 상징합니다. 저희에게 건축은 단번에 완결되는 결과물이라기보다, 아이디어와 역사, 재료와 인간의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건물이 고립된 오브젝트로 존재하기보다 주변과 의미 있게 관계 맺으며,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형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해 왔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실제 프로젝트와 학술적 탐구를 병행하며,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HAS Design and Research에서는 디자인과 리서치를 병렬적으로 운영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이 두 축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어느 지점에서 하나의 건축적 결과로 수렴하게 되나요?
HAS Design and Research에서 디자인과 리서치는 각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병렬로, 그리고 동등하게 중요한 프로세스로 작동합니다. 리서치는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 단계에서만 수행되고 끝나는 예비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디자인의 의사결정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때로는 그 판단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프로젝트는 사회적 패턴, 문화적 서사, 환경적 조건, 재료의 가능성 등 맥락에 대한 면밀한 조사로부터 출발합니다. 이러한 탐색은 곧바로 형태적 해답을 찾기보다, 먼저 프로젝트가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새로운 자연’ 혹은 ‘도시 안의 자연’이라는 개념을 자주 이야기해 오셨습니다. 이 개념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가 말하는 ‘새로운 자연’, 혹은 ‘도시 안의 자연’은 공유하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건축은 밀도가 높은 도시 환경 속에서도 자연의 시스템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으며, 그 결과 생태적으로 민감하면서도 경험적으로 풍부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을 도시와 분리된 대상으로 보기보다, 저희는 자연을 힘과 패턴, 그리고 과정들의 집합으로 이해하고, 그것이 건축 설계 안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은 빛, 공기, 물, 식생, 계절의 변화 같은 요소들을 공간 경험을 구성하는 적극적인 구성 요소로 바라보게 합니다. 실무에서 이 개념은 중요한 디자인 기준으로 기능합니다. 볼륨의 형태, 출입문의 구성, 동선, 재료의 선택을 결정할 때, 사람들이 주변 환경과 의미 있게 연결될 수 있도록 어떤 조건을 만들 것인지 지속적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안내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도시의 조직 안에 자연의 리듬과 생태적 전략을 심어 넣음으로써,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인간의 웰빙을 함께 지지하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도시 안에서 ‘자연’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해석하는 기회가 됩니다. 공원이나 분리된 풍경으로만 한정되는 자연이 아니라, 건축과 도시의 삶과 공존하는 역동적이고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자연 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는 새로운 생태적, 사회적 상호작용이 펼쳐지는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THE improvised, MANufAcTURE, Chameleon Architecture와 같은 키워드가 두 분의 담론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어떤 아시아의 도시 풍경에서 출발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THE improvised, MANufAcTURE, Chameleon Architecture라는 개념은 아시아 도시가 지닌 역동적이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도시 환경에서 직접 길어 올린 언어입니다. 많은 아시아 도시에서는 급격한 성장, 높은 밀도, 변화하는 경제 조건이 맞물리며 비공식적이고 적응적인, 그리고 혼종적인 건축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건물은 사용자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용도가 바뀌며, 증축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건축적 위계나 ‘완결된 형태’라는 관념이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즉흥과 변형이 일상적인 문화로 드러납니다. THE improvised는 바로 이 유연성을 가리키며,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시간이 흐르며 공간이 자연스럽게 진화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디자인을 설명합니다. MANufAcTURE는 만들기와 거주하기가 교차하는 지점을 강조합니다. 즉, 건설과 생산, 그리고 일상이 한데 겹쳐지는 도시의 층위적 활동 속에서 ‘사는 일’과 ‘만드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Chameleon Architecture는 건물이 주변 맥락에 따라 시각적으로, 기능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적응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면서도, 문화적·환경적·경제적 조건에 반응하며 스스로를 조정해 가는 건축입니다. 이 개념들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아시아 도시들이 여전히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적응성, 반응성, 혼종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건축이야말로 도시의 활력을 지속시키는 핵심 조건이 됩니다. 저희는 도시가 만들어내는 즉흥적 전략들을 관찰하고 학습하면서, 단지 견고하고 오래 버티는 건축을 넘어서 문화적·사회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디자인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철도 주변의 시장, 노점, 고가도로 아래의 불법 구조물처럼 일시적이고 비공식적인 도시 조건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관찰은 건축의 형태, 재료 선택, 공간 프로그램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나요?
철도 주변의 시장이나 노점, 고가도로 아래의 구조물처럼 일시적이고 비공식적인 도시 조건을 관찰하는 일은 건축 디자인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런 장소들은 제한된 자원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며, 기존의 제도권 건축이 종종 놓치는 방식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사람들은 주어진 틈을 점유하고, 필요에 따라 공간을 바꾸고 확장하며, 그 안에서 이동과 체류의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저희는 이러한 과정을 관찰하면서 동선의 흐름, 공간의 유연성, 인간 스케일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에 대한 통찰을 얻고, 이를 공간 프로그램 구성과 일상적 사용을 우선하는 설계 판단에 직접 반영합니다. 소재 선택 역시 이러한 현장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희의 프로젝트에서 소재의 선택은 종종 비공식적 환경에서 발견되는 즉흥적이고 가벼우며, 조립과 해체가 용이한 구성 방식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다만 저희는 실용성과 내구성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필요가 변하더라도 건축이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되, 미적 완성도나 구조적 안정성을 희생하지 않는 방향을 찾습니다.
형태 또한 ‘고정된 모양’을 먼저 설정하기보다, 맥락을 세밀하게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기능적 요구와 사용자의 움직임, 그리고 도시 환경이 지닌 역동성을 반영하면서, 살아 있는 조건 위에 임의의 형태를 덧씌우지 않으려 합니다. 결국 이러한 관찰은 저희가 반응적이고 포용적이며, 열린 결말을 갖는 건축을 지향하도록 이끕니다. 비영속성, 혼종성, 사용자 참여를 설계의 전제로 받아들일 때, 프로젝트는 도시의 삶을 단지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그 삶을 지지하고 확장하는 공간이 됩니다. 덧없이 사라지는 도시의 현상을 의미 있고 거주 가능한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저희가 프로젝트들로부터 얻는 가장 중요한 설계적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HAS Design and Research의 프로젝트는 형태, 패턴, 재료, 기술을 하나의 언어로 응축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일한 구조로 구현한다는 평가를 자주 받습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건축 언어로 통합할 때, 두 분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네, 저희는 형태, 패턴, 재료, 기술을 하나의 응집된 건축 언어로 통합하는 프로젝트들은 언제나 주변환경의 맥락과 사용자의 시나리오를 담은 프로그램을 세심하게 읽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저희는 각 요소를 분리된 항목으로 다루기보다 서로 의존하는 관계로 이해합니다. 그래야 건축이 기능적으로 성립하는 동시에 표현적으로도 설득력을 갖추되, 어느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압도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두는 원칙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명료성을 통한 통합입니다. 복잡한 요소들을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논리로 정리해 전체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 변화하는 사용 방식과 조건에 대한 적응성입니다. 건축은 완결된 순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계속 쓰이고 변하기 때문에, 설계는 그 변화를 전제로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인간 스케일과 촉각성에 대한 세심한 주의입니다. 기술과 시스템이 정교할수록, 그 결과가 사용자의 몸과 감각에 어떻게 닿는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설계 결정이 하나의 목적만을 수행하기보다는, 구조적, 환경적, 경험적 요구를 동시에 해결하도록 요구합니다. 복잡성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대신,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시스템 전반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하나의 단일한 건축,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프로젝트는 엄밀하면서도 반응적이고, 주변 환경과도 의미 있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건축이 됩니다.

두 분의 포트폴리오는 문화시설, 종교 건축, 전시, 설치 작업 등 다양한 스케일과 유형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감각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의 여러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일관되게 중요하게 두는 태도는 ‘적응성’입니다. 공간이 변화하는 사용 방식, 환경 조건, 그리고 공동체와의 관계에 반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것이죠. 이러한 태도는 동선, 공간의 위계, 재료가 주는 촉각적 감각을 세심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이동하고, 모이고, 머물며, 그 장소를 ‘살아내는지’에 대한 이해가 설계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주 실험적이거나 일시적인 설치 작업에서도 원칙은 같습니다. 엄밀함, 반응성, 그리고 재료를 사유하는 태도는 프로젝트의 규모나 수명과 무관하게 유지됩니다. 그 결과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경험은 시적이면서도 기능적이며, 무엇보다 ‘사용성’이라는 현실에 단단히 기반합니다.
결국 저희의 작업은 지적 탐구와 살아 있는 경험 사이의 균형을 지향합니다. 감각적으로 섬세하고 몰입감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을 만들고자 하며, 이러한 핵심 가치를 맥락과 스케일이 달라져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서로 달라 보이는 프로젝트들 사이에도 하나의 통일된 접근을 형성합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작업은 모두 같은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 그리고 장소를 세심하게 읽는 태도 위에 놓여 있습니다.

교육자이자 실무자로서, 동시대 아시아 건축이 앞으로도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요?
실무자이자 교육자로서 저희는 다양한 국제적 맥락에서 교육과 심사, 학술적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 모두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국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어 RIBA International Awards 및 Asia Pacific Awards에 참여했고, 학계에서는 Kunmi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종신 명예교수, Tongji University와 Chulalongkorn University의 방문교수, King Mongkut’s University of Technology Thonburi의 겸임 및 방문교수로 활동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Jenchieh Hung이 Huaqiao University의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저희 Jenchieh Hung과 Kulthida Songkittipakdee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아시아에서 건축이 ‘적응성’, ‘사회적 책임’, ‘문화적 관련성’이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급속한 도시화, 기후 변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는 건축이 단지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는 수준을 넘어, 환경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포용적이며, 사람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높은 밀도와 비공식성이 공존하는 도시 조건에 건축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전통과 혁신을 어느 한쪽도 표피적 제스처로 축소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생태적 전략을 인간 경험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나아가 비영속성, 혼종성, 집단적 참여를 수용하는 설계가 어떻게 가능할지, 그리고 그것이 아시아 도시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사람과 장소 사이의 의미 있는 연결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역시 저희가 중요하게 보는 의제입니다.
저희는 교육, 큐레이션, 그리고 전문 조직 활동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을 이론과 실천의 두 맥락에서 함께 탐색해 왔습니다. 학생과 실무자들이 맥락, 재료성, 사회적 영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촉진함으로써, 더 회복력 있고 적응적이며 문화적으로 뿌리내린 건축을 길러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동시대 아시아 건축은 기능과 미학의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이며 활력 있는 도시 삶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방콕과 상하이를 기반으로 작업하시다 보면 기후, 재료, 노동 환경, 규제 시스템 등 지역 고유의 조건과 필연적으로 맞닿게 됩니다. HAS는 이러한 로컬의 제약을 어떤 방식으로 창의적 동력으로 전환하나요?
저희는 기후, 재료, 노동 환경, 규제와 같은 지역적 조건을 ‘제약’이 아니라 ‘기회’로 봅니다. 방콕과 상하이에서 작업할 때도 빛, 환기, 계절의 변화 같은 환경 패턴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공간 전략으로 번역해 사용자의 쾌적함과 경험을 직접적이고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하고자 합니다. 보편적인 해법을 먼저 적용하기보다는, 각 도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읽습니다. 열이 어디에 축적되는지, 공기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사람들이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공간을 어떻게 점유하는지를 이해한 뒤, 그 현실이 건축을 이끌도록 설계합니다.
또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공법은 미감뿐 아니라 기술적 해법까지 함께 규정합니다. 그렇게 해야 건물은 맥락에 뿌리내린 감각을 가지면서도, 실행의 정밀함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재료의 수급 가능성, 제작 역량, 현장 장인의 기술은 설계 논리의 일부가 됩니다. 즉, 디테일의 방식과 허용 오차, 구조가 드러나는 표현까지도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설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다루게 됩니다. 도시적 제한과 규제 역시 종종 새로운 발상을 촉발합니다. 제약 안에서 움직이되 개념적 명료함을 잃지 않기 위해, 유연한 구성, 하이브리드한 사용 방식, 조건에 적응하는 형태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로컬의 현실을 창의적 추진력으로 받아들일 때, HAS Design and Research의 건축은 더 반응적이고, 더 발명적이며, 각 도시의 사회적·환경적 직물과 깊이 연결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시아 디자인 시장 안에서 연대와 교류를 강화하려면 어떤 노력과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두 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의미 있는 협업이 가능해지기 위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요?
아시아의 건축과 디자인은 매우 다층적이며, 문화적·사회적·환경적 맥락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분명 강점이지만, 교류가 국가나 지역의 틀 안에만 머물 경우 오히려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서로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특히 아시아 도시들이 급격한 도시화, 환경적 압력, 높은 사회적 밀도, 그리고 재료 혁신에 대응하는 방식에는 지역을 넘어 공유되는 과제가 많습니다. 물론 그 과제가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 자체는 닮아 있습니다.
저희 경험상, 국경을 넘는 소통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는 결국 ‘디자인’입니다. 잘 설계된 디자인은 말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문화와 역사, 사회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대화에 참여하도록 만듭니다.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노출을 위한 이벤트보다, 장기적인 대화를 촉진하는 ‘열린 교류의 플랫폼’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을 가로지르는 전시, 리서치 기반의 협업 프로젝트, 학술 네트워크, 그리고 지속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전문 포럼 같은 장치들입니다.
의미 있는 협업은 지역 고유의 조건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시에 다른 관점을 기꺼이 배우려는 열린 자세가 함께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의 리서치 아젠다, 투명한 프로세스, 그리고 기관, 스튜디오, 교육자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이 마련될 때 아시아 디자인 담론은 단순 비교의 단계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아시아 디자인 시장의 연대는 ‘획일화’가 아니라, 차이를 가치로 인정하면서도 공통의 기반을 발견해 나가는 사려 깊은 교류를 통해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