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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익스텐스 Arvin Huang 디렉터

 

 

 


 

 

 

브랜딩은 겉모습을 가꾸는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매끈한 시각물이나 정교한 목업을 보고 “이 팀이구나”라고 확신하지만, 아름다움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다. 어떤 이는 화려함을 탁월함이라 여기지만, 다른 이는 절제 속에서 신뢰를 느낀다. 중국어에서 ‘디자인’은 ‘구상’과 ‘계획’이라는 뜻의 두 글자로 이루어진다. 이는 디자인이 장식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기획과 전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유럽의 디자인 위크, 북미의 브랜딩 컨퍼런스, 아시아의 횡단적 전시를 두루 살펴봐도 결론은 같다. 비주얼은 표현이고, 중심은 기획에 있다. 2019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프로젝트는 외형의 화려함보다는 ‘지속가능한 재료 순환 전략’을 제안한 전시였다. 이것은 결국 브랜딩의 본질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만드는 데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표층을 걷어내면 남는 것은 문화다. 여행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회복시키듯, 브랜드도 외형을 벗기면 문화적 분위기, 가치의 선택, 스타일의 언어가 드러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절제된 색만으로도 자연과 단순함을 전하고, 일본의 브랜드는 여백을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절제의 철학으로 다룬다. 한국의 부상은 음악과 영화, 미감과 브랜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엮어내며 나타났고, 대만의 브랜드들은 음식과 공예, 창업 정신 같은 일상의 자원을 문화적 따뜻함으로 번역한다. 실제로 대만의 대표적인 카페 브랜드 ‘Simple Kaffa’는 단순한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로컬 재료와 장인정신을 담은 문화 경험’으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경을 넘어 공명하는 것은 결국 이런 ‘문화의 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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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simplekaffa >

 

 

 

브랜드 기획은 규칙 속에서 자유를 찾는 일이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태도를 바꾸면 구조는 무대로 변한다. 놀이는 무질서가 아니라 고도의 창조 방식을 뜻한다. 밀라노의 실험적 전시, 도쿄의 크로스 인더스트리 협업, 서울의 문화 수출, 타이베이의 로컬 혁신을 돌아보면 오래 남는 작업은 구조를 ‘가지고 놀며’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경우였다. 예컨대,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스톤아일랜드가 선보인 실험적 설치물은 기능성 의류의 구조적 제한을 ‘놀이’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브랜드 철학을 새롭게 보여준 사례였다. 좋은 기획은 한계를 명확히 세운 뒤 그 안에서 브랜드의 영혼이 보이도록 길을 연다.

 

브랜드 디자인의 과정은 심포니에 가깝다. 기획이 틀을 세우고, 디자인이 해석하며, 팀이 함께 연주한다. 시장과 브랜드의 방향은 집단의 목소리로 잡히고, 디자이너의 표현과 신념은 개인의 목소리에 실린다. 충돌이 생길 때마다 돌아갈 질문은 단순하다. 이 브랜드가 세상에 남길 문화적 영향은 무엇인가. 뛰어난 기획은 개성을 억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과 집단이 합의의 리듬을 찾아가도록 대화를 설계한다. 2022년 도쿄에서 열린 무지(MUJI)의 ‘Found MUJI’ 전시는 글로벌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의 물건을 수집해 전시함으로써 집단과 개인의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브랜드 메시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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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MUJI >

 

 

 

가격 경쟁이 일상화된 지금, 브랜드가 향할 다음 단계는 심리와 문화다. 사람들은 기능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감정과 정체성으로 선택한다. 한국의 뷰티 브랜드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며, 스칸디나비아 가구는 삶의 방식으로 충성도를 만든다. 일본의 섬세한 감성 디자인은 고유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대만의 브랜드는 문화 번역과 일상의 온기로 관계를 단단히 한다. 특히 대만은 동서양의 디자인 언어를 흡수해 생활문화로 재해석하는 힘이 크다. 예를 들어, 대만의 브랜드 ‘Toast Living’은 단순한 주방 도구를 넘어 ‘일상의 따뜻함’을 담아내며, 국제 시장에서 독창적인 감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단순히 소비재가 아니라 문화적 기여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참여자를 넘어, 독자적 통찰을 더하는 기여자가 되는 이유다.

 

결국 브랜드의 가치는 눈길을 끄는 비주얼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 브랜드는 사람과 떨어질 수 없고, 사람은 삶과, 삶은 감정과 떨어질 수 없다. 디자인의 역할은 그 감정을 문화로 변환해 시간이 지나도 의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이케아(IKEA)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민주적 디자인’이라는 문화적 언어를 확립해, 세대와 국경을 넘어 일상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때 비로소 브랜드는 기록될 가치가 생기고, 축적될 힘을 갖는다.

 

  • Founder: Doyoung Kim
  •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454-86-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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