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컴스브랜딩 이용혁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단순한 디자인 어워드를 넘어, 아시아 디자인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기준점이자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는 서구의 심미안이나 문제 해결 방식, 산업 중심의 언어를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그와는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여, ‘감성의 문법’과 ‘맥락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 언어를 제시해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어워드를 통해 아시아 디자인의 고유한 정체성과 잠재력을 보다 깊이 있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술, 문화, 감성, 전통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아시아 디자인의 다양성과 깊이를 잘 포착해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형태나 기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까지 함께 바라보는 시각은 제가 평소 지향해온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담당하신 파트와 디자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는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트렌드 리포트 기획 및 편집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단순한 시각적 재정비가 아닌,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철학을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언어로 시대와 소통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특히 세 가지 핵심 축—트렌드 리포트 프레임워크 구축, 색채 분석 시스템 도입, 브랜드 포지셔닝 콘텐츠 기획—을 중심으로 전체 디자인을 구체화하였습니다.
첫째,
트렌드 리포트 프레임워크는 국가별 수상작 데이터를 기반으로 텍스트 및 이미지 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아시아적 디자인 흐름을 관통하는 새로운 언어와 개념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워드클라우드나 컬러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아시아 디자인의 감성적 문법을 글로벌한 구조로 해석하고자 한 시도였습니다.
둘째,
고바야시 이미지 스케일을 기반으로 한 색채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여 수상작 이미지의 색채 데이터를 감성 축에 매핑하였고, 이를 통해 국가별·문화별 디자인 감성의 흐름을 시각화하였습니다. 아시아 디자인이 지닌 ‘색의 철학’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리하고자 한 점에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셋째,
‘Legacy Beyond Asia’라는 슬로건 아래 브랜드 포지셔닝 콘텐츠를 기획하였습니다. 단순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아닌, 아시아의 창조적 유산을 미래로 연결하고 글로벌 디자인 담론의 장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이너 인터뷰 콘텐츠, 뉴스레터, SNS 키워드 전략, 쇼케이스 콘셉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설계하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가 맡은 디자인은 시각적 결과물보다는, 철학과 구조, 언어를 설계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디자인은 결국 형태를 넘어, 브랜드의 사유와 태도를 전하는 시스템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번 작업은 그러한 믿음을 구체화한 과정이었습니다.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아시아 디자인의 어떤 정체성을 가장 강하게 발견하셨나요?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가장 강하게 발견한 아시아 디자인의 정체성은 ‘사용자와 감각의 소통’이었습니다. 언어적인 설명 없이도 감각적으로 스며들고,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수상작 전반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기능 중심의 명료함보다 감각 중심의 맥락이 훨씬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고, 이러한 점이 오히려 더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전통을 새로운 언어로 풀어내거나, 감정을 조용히 전하며, 구조를 삶의 제안으로 전환하는 디자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한국, 대만, 일본을 중심으로 감정·기억·정체성을 섬세하게 재구성하는 시도들이 인상 깊었고, 그 안에는 단순히 심미적인 완성도를 넘어서 사용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태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결국 아시아 디자인의 진정한 정체성은 시각적인 메시지 이상의 차원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용자, 문화, 환경, 그리고 화면과의 조용하지만 깊은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바로 그 태도가 아시아 디자인을 세계와 구별짓는 중요한 지점이자,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디자인’ 또는 좋은 아시아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것이 ADP 트렌드 리포트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단순히 시각적인 완성도나 기능적 효율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자와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ADP 수상작들을 기반으로 살펴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감정, 취향, 삶의 방식에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태도였습니다.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배려하고, 조용히 말을 걸고, 일상의 결에 맞추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트렌드 리포트에도 고스란히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텍스트 중심의 기술적인 리포트가 아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메시지는 명확하게 전달되는 구조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올해 리포트에서는 한 해를 관통하는 디자인 흐름을 네 개의 신조어로 정리하였습니다.
센터페이스(Senterface):
감각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의미하며, 시각 중심을 넘어서 감각 전반으로 소통 범위를 넓힌 디자인을 가리킵니다.
네오디티지널(Neoditional):
전통을 감성적으로 재해석한 흐름으로,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아시아적 디자인 접근입니다.
아이덴틀링(Identelling):
개인의 정체성을 스토리텔링 구조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디자인이 하나의 내러티브로 확장되는 움직임입니다.
리빙포멀(Livingformal):
삶의 방식 자체를 디자인적으로 제안하는 흐름으로,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생활의 프레임을 디자인하는 형태입니다.
이 네 가지 키워드는 단지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아시아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정리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이 사용자 개인의 세계관과 연결되고, 나아가 일상과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이번 리포트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디자인이 지닌 고유한 감성과 맥락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며, 저는 그것이야말로 아시아 디자인만의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팀과 협업으로 이루어진 리브랜딩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도전적이었던 새로운 시도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번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파트를 맡아 함께 완성해 나간 협업 프로젝트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팀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결이 어긋나거나, 디렉션의 혼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와는 매우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의 조율은 유연하면서도 명료했고, 디렉터의 방향 제시는 분명했습니다. 전체적인 비전 아래 각 팀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 덕분에, 결과물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으로 모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협업 방식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 디자인’처럼 작동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각자의 시각과 해석이 다른 만큼 세부적인 조율은 필요했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며 조율해 나갈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각 파트의 작업이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이번 리브랜딩은, ‘좋은 협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팀 내부에서 느낀 변화나 성장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단순히 외부 브랜딩에 국한된 작업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Internal Branding’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하나의 비전 아래 협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직 내 브랜드 감도와 전략적 사고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구성원 각자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성은 명확하게 설정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세부적인 디렉션이나 통제 없이도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브랜드에 대한 공유된 이해가 어느 정도 성숙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 디자이너들과 소통해야 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다루며, 디자인 언어와 메시지를 더욱 정제하고 확장하는 사고 훈련이 팀 전체에 적용되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브랜딩과 콘텐츠, 시스템에 대한 통합적 사고가 강화되었고, 이는 앞으로의 프로젝트 수행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한 산출물 이상의 의미를 지녔으며, 팀 전체가 한 단계 성장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미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이제 단순한 디자인 어워드를 넘어, 아시아의 창조적 사고방식과 감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전 세계와 연결하는 디자인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아시아 디자인의 흐름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서, 축적하고 해석하는 아카이브 시스템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구 중심의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인 글로벌 디자인 생태계 속에서, 아시아 디자인은 그와는 다른 철학—즉, 맥락 중심의 사고, 감각의 소통,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름다움’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이야기와 감정,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디자인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입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가 그러한 디자인적 태도를 집대성하고, 세계와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창조적 리더십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