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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브랜드 최예나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하인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엇이 생각나는가? 아마 대부분은 그 상징적인 빨간 케첩을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하인즈는 단순한 케첩 브랜드에 머물지 않는다. 바비 64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비건 마요와 바베큐 소스 한정판처럼, 시대의 감성과 트렌드를 정교하게 읽어내어 위트 있는 제품을 내놓는 글로벌 브랜드다. 하인즈의 한정판 제품 사례는 색채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과 경험을 바꾸는 강력한 장치임을 보여준다. 제품의 본질은 동일하더라도 포장에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맛의 기대감, 브랜드의 신뢰도, 그리고 구매 욕구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곧 브랜드 경험에서 시각적 요소, 특히 색채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할 때 감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각 70%, 청각 20%, 후각·촉각·미각이 10%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시각적 정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색채다. 결국 우리의 일상적 선택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색채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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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foodandwine >

 

 

 

'첫인상은 3초 안에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이 3초간의 판단에서 시각적 감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육박한다. 그만큼 색감은 우리 삶의 결정적 순간들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식품 분야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동일한 맛의 양념치킨 두 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식욕을 돋우는 빨간 소스, 다른 하나는 검은 소스로 조리되었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빨간 소스 치킨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기피 반응은 진화적 신경생물학과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된다. 검은색 음식은 독버섯이나 부패한 음식에서 나타나는 색상으로, 우리 뇌가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으로 인식해 자연스러운 기피 현상을 일으킨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식품 패키지에서 초록색이나 검정색은 금기시되었다. 녹색은 이끼나 곰팡이를, 검정색은 썩은 음식이나 독극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식욕을 저하시키는 컬러는 곧바로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디자인 트렌드는 시대와 함께 진화한다. 유기농 식품이 주목받으면서 녹색 계열은 건강한 식품, 다이어트 식품의 상징 컬러로 완전히 재탄생했다. 검정색 역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따라 프리미엄 식품에 전략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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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anediblemosaic >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인지부조화가 점진적 학습을 통해 극복된다는 점이다. 먹물파스타나 흑마늘 같은 음식들이 대중화되면서, 한때 본능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던 색채가 긍정적 경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색채 인식이 단순히 본능적 반응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적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빨간색과 주황색 같은 Warm Color는 뇌의 변연계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즉각적인 쾌감과 욕구를 불러일으켜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반응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특히 식품 분야에서는 빨간색 계열이 식욕을 돋우고 구매 충동을 자극하는 대표적 색채로 활용되고 있다.

 

MIT의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도 패키지 컬러가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 Warm Color를 사용한 식품 패키지는 Cool Color 대비 충동구매율이 평균 23%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매대에서의 시선 머무름 시간이 1.7배 길었다. 이처럼 색채 전략은 매대에 늘어선 수많은 제품 속에서도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는 힘을 가진다. 시각적 자극으로 유도된 초기 관심이 실제 제품 경험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브랜드 로열티가 형성된다. 색채 심리학을 브랜딩에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의 무의식적 선택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며, 브랜드의 시장 포지셔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결국 브랜드의 힘은 숫자와 데이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차가운 분석과 따뜻한 직관이 교차하는 그 순간, 비로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브랜딩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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