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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싸이드 시티 전우성 대표. 브랜딩 디렉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핵심경험론> 저자

 

 

 


 

 

 

좋은 디자인, 세련된 톤 앤 매너, 감각적인 콘텐츠. 시장에는 완성도 높은 외형을 가진 브랜드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겉보기에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브랜드가 막상 고객에게는 특별한 기억을 남기지 못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현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안타깝지만) 사라지는 경우 또한 필자는 많이 보았다. 나는 브랜딩의 실패는 비단 예산 부족에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명확히 전략의 부재에서 시작되고, 브랜딩 자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그 대표적인 오해들이다.

 

 

1. 브랜딩은 외형이 전부다.

 

"로고, 심벌, 컬러 등의 디자인만 잘하면 브랜딩이 된 거 아닌가요?"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가장 흔한 오해이다. 브랜딩을 디자인 프로젝트로만 인지하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커진다. 왜냐하면 그 아름다운 외형을 통해 결국 고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정의가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오픈한 한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는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에 브랜딩을 맡겼다. 미니멀한 로고, 절제된 컬러 팔레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까지 완벽했다. 오픈 당시 몇몇 매거진에도 소개되고 소셜미디어에서 한때 핫플레이스가 되었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이 브랜드의 실패를 이렇게 생각한다. 고객들이 '예쁜 카페'라고만 기억했을 뿐, 고객이 다시 찾아와야 하는 그 브랜드만의 특별한 경험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브랜딩에서 로고와 심벌은 전략의 시각화된 결과여야 한다. 색상과 톤은 감정의 뉘앙스를 조절하는 장치다. 외형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이 브랜드가 가진 핵심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 핵심이 없는 장식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2. 감성적이면 통한다.

 

“감성적인 브랜드 영상 하나, 소셜미디어 콘텐츠 하나 만들면 사람들이 감동하고, 우리 브랜드를 기억해주지 않을까?”

 

물론 감성은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브랜드 영상이나 캠페인 하나에 마음이 움직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감정이 그 브랜드와 연결되는지이다. 감성 콘텐츠의 가장 큰 함정은 ‘일회성’이다. 잠깐의 짧은 감탄은 남지만 그 감정이 브랜드에 대한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콘텐츠 자체뿐이다. 사람들은 영상을 기억했지만, 그 브랜드를 다시 찾을 이유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브랜드는 시 한 편을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툭하고 감정만 던진다고 마음에 남지 않는다. 감성도 전략 안에서 설계되어야 작동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고, 또한 고객이 반복해서 느낄 수 있는 우리 브랜만의 ‘핵심경험’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3. 브랜딩은 마케팅보다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일단 마케팅 먼저 돌려보고, 나중에 브랜딩 고민해도 늦지 않아요."

 

이것은 집을 짓기 전에 인테리어부터 고민하는 것과 같다. 많은 기업이 이 함정에 빠진다. 제품이 출시되고,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이제 브랜딩을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시각은 그리 옳은 시각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브랜딩은 마케팅 이후의 일이 아니다. 브랜딩은 마케팅이 작동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한 기업은 오랫동안 퍼포먼스 마케팅에만 집중했다. 광고비를 늘릴 때마다 매출이 올랐고, ROI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를 중단하면서 매출은 즉시 떨어졌고, 고객들은 결국 브랜드명 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마케팅은 팔기 위한 설득이고, 브랜딩은 기억되기 위한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지금 당장 구매'를 유도하지만, 브랜딩은 '다음번에도 선택'하게 만든다. 마케팅은 제품을 알리지만, 브랜딩은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브랜딩 없이 마케팅을 하면, 소비자는 상품은 기억해도 브랜드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매번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는 무한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즉 브랜딩은 사업의 기초공사이지, 마케팅의 장식품이 아니란 얘기다. 비록 지금 당장은 생존을 위해서 마케팅에 집중하야여 한다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기초공사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마케팅에 집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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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애플 >

 

 

 

4. 브랜딩은 직감의 영역이다.

 

위험한 오해다. "감각적이니까 직감으로"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브랜딩은 단지 취향의 영역으로 전락한다. 브랜딩은 창의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는 전략과 구조의 언어를 만드는 영역이다. 고객은 브랜드를 정서적으로도 선택하지만, 그 정서를 브랜드가 반복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명확한 설계가 필요하다. 애플의 브랜딩을 보자.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슬로건부터 제품 디자인, 매장 경험, 광고 크리에이티브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일관된 전략 아래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감각이나 직감이 아니라 치밀한 브랜드 시스템의 결과인 것이다. 결국 정답이 없는 일이라며 본질적 질문을 피하면, 브랜드는 '기분 좋은 이미지'는 가질 수 있어도 기억되는 경험은 만들기는 어려워진다.

 

 

5. 모든 걸 보여줘야 소비자가 이해한다.

 

"우리의 다양한 강점을 다 말해줘야죠."

 

브랜드가 모든 걸 말하려 할수록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이것은 브랜딩에서 가장 역설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혁신적인 기술력", "합리적인 가격", "친환경적 설계", "편리한 사용성", "차별화된 디자인", "전문적인 서비스"... 모든 것이 좋다고 주장하면 정작 그들만의 특별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일례로 볼보는 디자인도 좋고 성능도 좋은 차이지만 오랫동안 오직 "안전"에만 집중했다. 하나에 집중하기 때문에 강력해지는 것이다. 고객의 기억 용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 소중한 기억 공간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 그것이 브랜딩의 핵심이다.

 

 

6. 브랜딩은 서비스 전략과는 무관하다.

 

“브랜딩은 마케팅이나 디자인 쪽 이야기 아닌가요? 서비스 전략이랑은 별개잖아요.”

 

이건 브랜딩을 ‘겉모습’이나 ‘광고 톤’ 정도로만 이해할 때 생기는 전형적인 오해이다. 하지만 실제로 브랜딩은 서비스의 방식, 구조, 흐름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서비스의 화면이나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하는 UX 설계, 문의했을 때 돌아오는 속도와 말투, 심지어 고객 응대까지. 브랜드가 어떤 경험을 남기고자 하는지에 따라 서비스 전략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신뢰감’이 핵심경험인 브랜드라면 절차는 느리더라도 안정적으로 보여야 하며,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 ‘간편함’이 핵심경험이라면 어떤 요소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흐름이 우선돼야 한다. ‘감성적 연결’이 중심이라면 고객과의 접점마다 그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언어의 구조를 고려해 봐야 한다.  

 

브랜딩은 총체적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서비스 혹은 제품 전략과 분리될 수 없다. 서비스의 흐름과 구조, 태도와 온도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가장 구체적인 접점이다. 브랜딩은 결국, 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그리고 서비스는 그 행동의 집합인 것이다. 브랜딩은 겉만 그럴듯하다고 작동하지 않는다. 오직 감성만 앞세운다고 공감받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기능만 강조해도 선택받지 못할 수 있다.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우리 브랜드만의 핵심경험이 없으면, 브랜드는 선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으며, 반복적으로 선택받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브랜드가 있다. 그럴듯한 브랜드, 예쁜 브랜드, 감성적인 브랜드도 넘쳐난다. 그 안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중에서 우리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우리만의 경험의 정의가 그만큼 중요하단 것이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있나요?"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브랜딩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브랜딩을 통해서 고객에게 전달될 때, 브랜드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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