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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 디자인소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K-디자인 어워드> 파운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결과물로 인식한다. 로고, 포스터, 웹사이트, 제품의 형태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 디자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를 오래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디자인은 결과가 아니라 사고 체계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결과물은 사고의 부산물일 뿐이며, 진짜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결정의 축적에서 만들어진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자본과 인력이 충분한 조직은 결과물을 통해 문제를 덮을 수 있다. 디자인이 조금 어긋나도 마케팅 비용으로 보완할 수 있고, 시스템이 비효율적이어도 사람을 더 투입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1인 브랜드나 마이크로 브랜드는 다르다. 하나의 결정이 곧 브랜드의 방향이 되고, 잘못된 판단 하나가 전체 구조를 흔들 수 있다. 그래서 작은 브랜드에게 디자인은 ‘잘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이 된다. 사고 체계로서의 디자인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왜 이 일을 하는가,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결과물은 매번 달라지고, 브랜드는 일관성을 잃는다. 반대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하면, 모든 결과물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 로고가 달라져도, 플랫폼이 바뀌어도, 브랜드의 태도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사고 체계로 작동하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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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egoymagnaye >

 

 

 

이 관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회사 베이스캠프(Basecamp)다. 베이스캠프는 기능이 많고 화려한 제품을 만드는 대신, “일은 단순해야 한다”는 하나의 사고 기준을 끝까지 고수해왔다. 그 결과 베이스캠프의 제품은 늘 비슷한 결을 유지한다. 필요 이상의 기능을 넣지 않고, 팀 규모도 의도적으로 키우지 않는다. 이들의 디자인은 화면 구성이나 UI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고 체계에 가깝다. 베이스캠프가 꾸준히 지지받는 이유는 결과물이 세련돼서가 아니라, 브랜드 전반에 흐르는 판단의 기준이 일관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사고 체계로 바라보면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무엇을 직접 하고 무엇을 맡길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어디서 효율을 택할지, 어떤 고객과 관계를 맺을지까지 모두 디자인의 영역이 된다. 이때 디자인은 미적 판단이 아니라 구조적 판단이다. 선택을 반복 가능하게 만들고, 결정의 기준을 명확히 하며, 브랜드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구조를 가진 브랜드는 규모와 상관없이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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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IKEA다. IKEA의 디자인은 단순히 ‘저렴하고 예쁜 가구’에 있지 않다. 그들의 디자인 사고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을 누릴 수 있게 하자.” 이 문장은 가구의 형태뿐 아니라 가격 구조, 포장 방식, 물류 시스템, 매장 동선까지 모두 결정했다. 평평한 박스, 자가 조립 방식, 대형 매장의 구조는 모두 이 사고 체계에서 나온 결과다. 즉, IKEA의 디자인은 가구를 그리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구조였다. 그래서 IKEA는 수십 년이 지나도 브랜드의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 1인 브랜드에게 사고 체계로서의 디자인은 생존 전략이다. 매번 감각에 의존해 판단하는 브랜드는 컨디션에 따라 흔들린다. 반면, 사고 체계가 정립된 브랜드는 피로한 순간에도 같은 기준으로 움직인다. 디자인은 더 이상 영감의 문제가 아니라, 일관된 판단의 문제다. 이것이 작은 브랜드가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AI 시대에 이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결과물을 만드는 일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이미지, 문서, 영상, 카피까지 누구나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쌓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고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디자인은 결과가 아니라 사고 체계로 돌아온다.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사고의 차이가 브랜드의 차이를 만든다.

 

결국 디자인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이 바로 사고 체계다.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일관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결과물에서 사고 체계로 전환하는 순간, 브랜드는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갖게 된다. 이것이 슈퍼 마이크로 브랜드가 가장 먼저 설계해야 할 디자인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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