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이 소장
“공간은 더 이상 형태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사람의 시선이 이동하고, 몸이 반응하며, 빛과 재료가 겹쳐지는 순간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공간은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된다. 이번 인터뷰는 이러한 ‘흐름’을 중심에 두고 공간을 설계해온 작업을 따라가 본다. 장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을 통해 하나의 감각적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은 오늘날 공간 디자인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여준다. 한송이 소장은 이러한 관점 속에서, 공간이 어떻게 인식되고 기억되는지, 그리고 디자인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경험의 구조를 만들어가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먼저 플루에잇스튜디오와 한송이 소장님의 디자인 여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간 디자인을 중심으로 어떤 방향에서 작업을 이어오셨는지도 함께 말씀부탁 드립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는 공간을 구성할 때 단순한 미적 기준이나 형태에 집중하기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의 움직임과 감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자 합니다. 초기에는 시각적인 자극에 집중한 공간 디자인에 치우치며, 실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공간이 단순히 보여지는 대상이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과 인식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점차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거치며, 공간 안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움직임과 경험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현재는 특정한 장면이나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인식되고 경험되도록 설계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즉, 개별적인 요소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과 전환을 통해 하나의 연속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저희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 FIABA NEST showroom, ASIA DEISNG PRIZE 2026 Gold Winner >
스튜디오 이름인 ‘FLW8(플루에잇)’에는 ‘Flow’와 ‘무한’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개념이 공간 디자인에서 어떤 철학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가 말하고자 하는 ‘Flow’는 사용자의 동선과 시선의 흐름, 공간을 구성하는 매스, 빛, 재료의 레이어까지 여러 요소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며 공간에 의미와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각각의 요소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맥락 안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시작과 끝으로 닫히는 구조라기보다, 반복되고 확장되며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봅니다. 그 안에서 느낀 경험이 결국 사람들의 기억으로 계속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실제 디자인 방식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곡선적인 요소나 축의 연결성을 통한 매스의 구성, 빛이 이어지는 방식,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텍스처의 디테일을 통해 공간이 끊기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되도록 설계합니다. 즉, 형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흐름을 통해 공간이 어떻게 인지되고 경험되는지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플루에잇스튜디오에서 ‘Flow’와 ‘무한’은 각각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다루기보다 하나의 연속된 구조 안에서 통합하고, 그 경험이 확장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공간에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계속해서 인식되고 확장되는 ‘열린 구조’로 작동하게 됩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에서 말하는 ‘흐름’은 단순한 동선 이상의 개념으로 느껴집니다. 대표님께서 정의하시는 ‘공간의 흐름’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공간의 흐름은 공간의 구조나 매스에 대한 물리적인 흐름을 넘어, 사람이 공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감각과 인식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즉, 이동이라는 물리적 행위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감각과 기억까지 포함된 총체적인 경험의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시선이 이동하고, 빛을 인지하며, 재료의 질감을 느끼고, 공간 속 장면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러운 시퀀스로 연결될 때, 흐름이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간을 설계할 때 물리적인 형태나 하나의 장면에 집중하기보다, 각각의 장면(scene)이 어떻게 연결되고 전환되며 공간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고민합니다. 특히 장면 간의 전환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사용자가 공간을 ‘이동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맥락으로 다가올 때, 공간은 결국 하나의 완결된 경험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공간의 흐름’은 물리적 구성보다 사람의 인식 속에서 완성되는 개념이며, 저희는 그 보이지 않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매스, 동선, 빛, 재료, 경험과 같은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어떤 기준과 구조로 통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코어가 되는 개념적 구조를 설정합니다. 이 구조는 공간의 컨셉, 브랜드의 메인 컬러, 혹은 중심이 되는 마감재 등 프로젝트의 성격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기준에서 출발하며, 공간 속 다양한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작동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즉, 개별 요소를 설계하기 이전에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논리’를 먼저 설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다루기보다, 서로 간의 연결성과 전환의 방식에 집중해 설계를 진행합니다. 매스의 형태와 축이 동선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빛의 흐름이 공간을 어떻게 강조하고 확장하는지, 재료의 변화가 어떤 리듬을 만들어내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조율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요소의 완성도가 아니라, 요소 간 관계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 사용자 경험 안에서 어떻게 인지되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합니다.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시선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장면 간의 전환이 사용자의 시각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인식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설계의 마지막 단계는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인식 속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는 하나의 개념적 구조 속에서 각 요소들의 관계와 흐름을 통합하는 방식을 통해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공간은 개별 요소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경험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어링’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키워드로 보입니다. 재료, 빛, 구조가 중첩되며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에서의 ‘레이어링’은 단순히 요소를 겹치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 빛, 구조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설계 방식입니다. 이는 시각적인 중첩을 넘어서, 사용자가 공간을 이동하며 점진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감각의 층위를 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시선과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인지되도록 구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빛은 명암을 통해 레이어를 드러내고, 재료는 리듬을 만들며, 구조는 전체의 깊이를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러한 요소들이 동시에 작동하기보다 시간차를 두고 인식되도록 설계함으로써, 공간이 한 번에 읽히지 않고 단계적으로 경험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가 말하는 레이어링은 서로 다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새로운 시퀀스를 만들고, 공간을 보다 입체적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첩의 구조를 통해 공간은 단순한 평면적 인식에서 벗어나, 깊이와 여운을 갖는 경험으로 전환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간에서 사용자가 경험하는 흐름은 감정과도 연결된다고 생각됩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가 설계하는 공간에서 사용자가 느끼길 기대하는 감정이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저희의 공간에서는 사용자가 별도의 의식 없이도 시선과 몸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공간이 의도한 흐름을 따라가기를 기대합니다. 즉, 사용자가 공간을 ‘해석’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는 특정 장면에 머무르기보다,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공간을 경험하게 되고, 그 안에서 여유와 안정감을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공간이 직관적으로 설명되기보다, 사용자가 직접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 안에서 공간이 담고 있는 컨셉이나 브랜드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경험을 통해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방식입니다.
장면들이 연결되고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사용자는 공간을 ‘이해한다’기보다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감정은 강한 자극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잔잔하게 남는 감각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플루에잇스튜디오의 공간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흐름에 놓이게 되고, 그 안에서 편안함과 몰입, 그리고 은은하게 남는 여운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공간이 일시적인 인상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지속되는 경험으로 남기를 바라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마다 서로 다른 조건과 맥락이 존재할 텐데, 이러한 흐름의 개념은 어떻게 각 프로젝트에 맞게 변형되고 적용되는지 궁금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조건과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흐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되기보다 그에 맞게 변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하나의 정해진 형식을 반복하기보다, 매 프로젝트마다 새롭게 정의되는 구조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먼저 브랜드의 가치와 의도, 컨셉을 기반으로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개념적 구조나 키워드를 추출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동선, 매스, 빛, 재료의 관계를 조율하며, 각 프로젝트에 맞는 플루에잇스튜디오만의 공간적 흐름으로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흐름’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맥락에 따라 새롭게 정의되고 적용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에게 흐름은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변화하며 작동하는 설계의 원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간 디자인에서는 경험, 지속가능성,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이 함께 고려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플루에잇스튜디오만의 차별화된 접근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최근 공간 디자인에서는 경험, 지속가능성,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고 있지만, 저희는 이를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접근하기보다 하나의 공간적, 경험적 흐름 안에서 통합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즉, 개별 요소를 병렬적으로 추가하기보다, 하나의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는 프로젝트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맥락을 바탕으로 하나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공간이 어떻게 경험되어야 하는지를 설계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험은 공간의 구조적인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경험을 인위적으로 연출하기보다, 공간의 구성 자체를 통해 경험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또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역시 사용자가 공간을 따라가며 인지하고 느끼는 과정 속에서 전달되도록 구성합니다. 이는 시각적 요소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차별점은 다양한 요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과 흐름 안에서 일관된 경험으로 정리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공간은 기능과 개념을 동시에 담아내는 하나의 완결된 경험으로 작동하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루에잇스튜디오가 앞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공간의 방향성과, 장기적으로 구축하고 싶은 디자인적 가치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플루에잇스튜디오는 앞으로도 시각적인 형태보다는 각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구조와 흐름을 통해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합니다. 이는 보이는 결과보다, 공간이 어떻게 인식되고 경험되는지를 중심에 두는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다른 맥락 속에서도 공간이 일관된 경험으로 인식되고 자연스럽게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한 스타일을 구축하기보다, 플루에잇스튜디오만의 철학이 담긴 디자인 방식과 언어를 통해 공간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즉, 형태적 특징이 아닌 사고방식과 설계 방식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식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가치는 사람의 인식과 경험 속에 기억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잔존하는 감각과 기억을 통해,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