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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더넛츠 송창렬 대표

<칸라이언즈>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우리는 오랫동안 기업 유튜브를 브랜드를 설명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혁신적인 기업인지 전달하는 공간. 기업 채널은 당연히 기업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믿어왔고, 실제로 대부분의 브랜드 콘텐츠는 그 믿음 위에서 만들어져 왔다. 기업의 성과를 설명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기업이 가진 강점을 전달하는 방식. 그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접근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유튜브 환경은 그 전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다릴 이유가 없어졌다. 지금 우리의 손 안에는 끝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한다. OTT, 숏폼, 웹예능, 인플루언서 영상,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들까지. 콘텐츠는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인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기업이 메시지를 만들고 그것을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도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브랜드 콘텐츠 역시 더 이상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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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단순히 플랫폼의 변화가 아니다.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제 사람들은 콘텐츠를 보는 순간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이 영상이 나에게 재미가 있는지, 도움이 되는지, 시간을 쓸 가치가 있는지. 그 판단은 몇 초 안에 끝난다. 그리고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콘텐츠는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선택받기 어렵다. 특히 브랜드가 전면에 드러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광고처럼 인식하기 시작한다. 광고처럼 느껴지는 콘텐츠는 이미 출발선에서 불리하다. 브랜드 메시지를 브랜드가 직접 전달하는 방식은 알고리즘에서도, 시청자 반응에서도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꽤 아이러니한 변화다. 기업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지만, 브랜드를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오히려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최근 성공하는 기업 콘텐츠들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 브랜드를 더 크게 보여주기보다 브랜드를 덜 드러낸다. 기업의 이야기를 먼저 하는 대신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이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Use-taining이다. Use-taining은 Useful와 Entertaining의 결합으로, 참고로 필자가 만든 조어다. 즉,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면서도 동시에 즐거움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보기 위해 유튜브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콘텐츠는 기꺼이(willingly) 소비한다. 결국 지금 시대 기업 콘텐츠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 노출이 아니라 콘텐츠 효용의 설계에 있다. 예전에는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왜 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봐야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한 기업 채널들이 모두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토스의 <머니그라피>, 여기어때의 <때때때TTT>, 컬리의 <일일칠>, KT의 <킅킅킅> 같은 채널들은 모두 기업이 운영하지만 채널 자체에서는 브랜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어떤 기업이 만든 채널인지 쉽게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채널들을 더 편하게 소비한다.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느낌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발견한 느낌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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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토스 / Brandless 채널의 예(1)- 머니그라프 >

 

 

 

이 채널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를 숨겼다’는 데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브랜드의 업의 본질을 사람들의 관심사 언어로 다시 번역했다는 점에 있다. 토스는 금융 서비스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돈’이라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 언어로 풀어낸다. 어렵고 복잡한 금융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며 브랜드 철학을 전달한다. 여기어때 역시 여행 예약 플랫폼이라는 기능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이 가진 설렘과 낯선 공간에서의 감정,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콘텐츠의 중심에 둔다.  컬리는 식자재 배송을 이야기하는 대신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은 식사의 순간과 취향의 만족을 보여준다.  KT 또한 통신 기술 자체보다 ‘연결’이라는 감정적 가치를 콘텐츠 안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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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여기어때 / Brandless 채널의 예(2)- 때때때 >

 

 

 

이 사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구조가 보인다. 기능(Function)을 설명하지 않고, 그 기능이 만들어내는 감정과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결국 사람들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서비스가 자신의 삶 속에서 만들어내는 감정적 효용을 기억한다. 금융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싶어 하고, 여행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설렘과 해방감을 원하며, 배송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브랜드의 기능은 결국 감정의 형태로 소비된다. 그래서 지금 시대 콘텐츠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얼마나 강하게 노출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업의 본질을 사람들의 관심사와 감정 언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Brandless 전략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Brandless 전략을 브랜드를 숨기는 방식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핵심은 조금 다르다. Brandless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를 끝까지 감추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가장 매력적인 순간에 드러내기 위한 타이밍을 설계하는 데 있다. 실제로 성공적인 디브랜드 채널들은 초기에는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먼저 오디언스를 만든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좋아하게 만들고, 채널 자체에 애정을 느끼게 만든다. 이후 채널 설명란, 영상 더보기, 자연스러운 제품 노출, 링크 연결 등을 통해 브랜드와 단계적으로 연결된다. 

 

이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시대 브랜드의 신뢰 형성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직접 자신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신뢰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브랜드의 설명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감정을 더 신뢰한다. 광고처럼 자신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보다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브랜드에 더 높은 호감을 느낀다. 결국 사람들은 브랜드 메시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며 느꼈던 경험을 기억한다.

 

특히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익숙해지는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이 흐름은 더욱 중요해진다. 사람들은 특정 채널을 반복적으로 시청하고, 구독하며, 점점 그 콘텐츠의 방식 자체에 익숙해진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광고처럼 소비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취향과 경험처럼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앞으로 강한 브랜드일수록 자신을 더 적게 설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콘텐츠의 방식 안에 녹여낼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방식. 어쩌면 지금 시대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크게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변화는 B2C 브랜드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오히려 B2B 기업들에게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많은 B2B 기업들은 여전히 “우리는 일반 소비자 대상 기업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시대 브랜드의 영향력은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선다. 정부 관계자, 투자자, 미래 인재, 협력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이제 광고보다 콘텐츠를 통해 먼저 형성된다. 평소 얼마나 사람들과 친숙하게 연결되어 있었는가. 얼마나 대중의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했는가. 그것이 위기 상황에서는 신뢰 자산이 되고, 채용에서는 기업 매력도가 되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지금 유튜브 시대의 브랜드는 더 이상 자신을 설명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존재에 가깝다. 그리고 앞으로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광고를 집행했는가 보다, 얼마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콘텐츠 경험을 만들었는가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변화는 과거 한때 이야기되었던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의 흐름과도 어딘가 맞닿아 있다. 물론 지금의 유튜브 환경을 단순히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오래된 개념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과거의 브랜드 저널리즘이 브랜드 관점의 스토리 발행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유튜브는 훨씬 더 콘텐츠 중심적이고 경험 중심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광고를 집행하는 존재를 넘어,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미디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브랜드의 메시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 안에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그래서 앞으로 브랜드의 역할은 더 이상 자신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붙잡고, 반복적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콘텐츠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쩌면 역설적으로, 브랜드를 조금 덜 드러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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