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저자,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는 수 많은 디자인 미디어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바로 전세계 디자인 업계가 주목하는 밀란 디자인 위크 Milan Design Week가 열렸기 때문. 디자인 종사자들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중요한 요충지로 주목 받은 지 이미 오래다. 눈 여겨 볼 것은 최근 들어 구글, 삼성, 아우디, 프라다, 루이비통, 무인양품 등의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브랜드 경험 brand experience 의 각축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 소개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비젼을 특별한 공간 구성과 큐레이션을 통해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방식은 직접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은유적이고 시적이기까지하다.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도 함께 진화하는 것을 본다.
경험을 경험하다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은 오랜 역사를 지나오며 자리잡은 아주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행위다. 지금의 우리는 가게에 들러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하고, 혹은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클릭 몇 번으로 집에서 편히 받아 볼 수 있다. 이 단순한 행위가 이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구매의 행위를 넘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는 이른바 경험 마케팅 experience marketing 의 등장이 흥미로운 이유다. 이제 브랜드들은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와 소비자와의 간극을 줄이고 소통은 늘리는 모양새다. 그 방식도 다양하다. 팝업 스토어를 열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의 방식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고객들과 나누고 있는 것. 얼마 전 방문한 2026 상하이 디자인 위크 Shanghai Design Week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선명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상하이 중심가에 오픈한 국내 아이 웨어 브랜드 젠틀 몬스터 Gentle Monster 는 흡사 미술관 전시를 떠올리게 하는 매장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안경이라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매장의 주 목적이지만 다양한 시각적 볼거리와 공간 구성은 그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방향성을 훌륭하게 전달한다. 덕분에 그들의 매장은 전세계 주요 도시에 오픈 동시에 주목 받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의 행보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상하이 해안가에 거대한 크루즈 전체를 브랜드 큐레이션의 무대로 활용하며 젊은 층에게 힙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제품 진열을 넘어 브랜드의 역사, 현재, 나아갈 비젼을 전시하고 있다. 이제 상하이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찾아야 할 힙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 ARKET 역시 중심에 있다. 주요 아이템은 패션이지만 매장 안 카페, 생활용품 코너도 함께 운영하며 고객이 오래 머무르며 찬찬히 그들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을 추구한다. 북유럽 특유의 간결하고 여유로운 무드가 고객의 머묾을 부추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무인양품이 호텔 사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객실은 모두 무인양품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고, 투숙객은 머무는 동안 직접 모든 제품을 경험 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심지어 조식도 무지 다이닝 Muji Dining에서 제공한다. 그야말로 브랜드의 통합 경험 total experience이 완벽하게 작동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Keep it real , 있는 그대로
아마 우리는 직접 경험 直接经验 hands-on experience’ 에 목말라 있었는지도 모른다. SNS 와 인터넷을 통해 넘쳐나는 컨텐츠는 진짜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보고 만지는 것만이 진짜 내 경험이 된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상향 평준화 high standard trend라는 트랜드가 존재한다. 혁신적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산업 전반의 퀄리티를 높여 놓았기에 직관적인 경험 없이는 변별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더 좋은, 더 나은 제품만을 찾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더 나은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경험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이제는 경험도 디자인 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넘어 총체적 경험 설계 과정까지 디자이너의 역할은 요구된다. 때문에 디자이너는 소위 말하는 - 헬리콥터 뷰 helicopter view 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스케치북에 선하나로 시작되는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완성품이 소비자의 손에 도착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내려다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모든 경험의 장면에는 세심한 공력으로 ‘디자인’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경험만이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