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라이언즈>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많은 브랜드들이 Brand House를 만들지만 그것이 실제 브랜드의 행동과 경험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MINI는 Brand House를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MINI는 브랜드 전략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흥미로운 브랜드다. 그 글을 쓰고 난 뒤 MINI의 최신 글로벌 브랜드 전략 문서를 다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문서를 읽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미니는 왜 캐릭터를 이야기할까?"

브랜드 전략 문서를 보다 보면 가끔 한 문장 앞에서 오래 멈추게 될 때가 있다. 좋은 카피라서도 아니고 멋있어 보이는 영어 표현이라서도 아니다. 그 문장 하나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까지 설명해낼 때가 있다. 최근 다시 들여다본 MINI의 브랜드 전략 문서에서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Iconic Brands Grow Because They Are Based on Character, Not Size.
(아이코닉 브랜드는 크기가 아니라 캐릭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생각해보면 MINI만큼 이 문장이 잘 어울리는 브랜드도 드물다. 자동차 산업은 오랫동안 크기의 산업이었다. 더 큰 차체, 더 강한 엔진, 더 넓은 실내공간, 더 높은 출력. 브랜드 역시 얼마나 커졌는가로 평가받았다. 작은 차를 만들던 브랜드는 더 큰 차를 만들고, 특정 세그먼트에 머물던 브랜드는 더 많은 시장으로 확장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는 성장을 곧 Size의 확장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MINI는 처음부터 조금 달랐다. MINI는 자신이 작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작음을 정체성으로 만들었다. 작은 차라는 물리적 조건을 약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태도로 전환했다. 그래서 MINI는 작은 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작은 차를 통해 다른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래서 MINI의 최근 전략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MINI는 자동차보다 사람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가 기술과 성능, 전동화와 주행 경험을 중심으로 미래를 설명할 때 MINI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MINI는 새로운 Brand Promise를 통해 그 답을 분명하게 선언한다.
We Spark Individuality to Uplift People's Lives.
(우리는 사람들의 개성을 깨워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든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자동차 브랜드의 선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말도 아니고 더 빠른 이동수단을 제공하겠다는 말도 아니다. 개성을 깨운다는 이야기다.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 문장을 이해하는 순간 MINI가 왜 Character를 이야기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MINI에게 Character는 목적이 아니다. Character는 Individuality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이다. MINI는 자동차를 통해 사람들의 취향과 태도, 그리고 자신다움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MINI는 원래부터 그런 브랜드였다. MINI는 언제나 자동차 자체보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작은 차를 만들었지만 작은 삶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도시를 이야기했지만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는 태도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MINI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을 선택한다. MINI는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브랜드이기 전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에 가깝다.
이런 관점은 MINI가 고객을 정의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Our Tribe is united by a Progressive Mindset.
(우리의 부족은 진보적인 사고방식으로 연결된다.)
이 문장을 보면 MINI가 누구와 대화하고 싶은지가 보인다. MINI는 특정 연령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정 소득 수준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을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새로운 방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개성을 숨기지 않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MINI는 고객을 demographic으로 정의하지 않고 mindset으로 정의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다. 브랜드의 타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INI 전략 문서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The World is Becoming a Bit More MINI Every Day.
(세상은 매일 조금씩 더 MINI다워지고 있다.)

처음에는 브랜드 특유의 자신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흥미로운 관찰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획일적인 성공보다 자신만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더 커지는 것보다 더 자신다워지는 것에 관심을 갖고, 과시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소유보다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도시는 더욱 밀집되고 있고 공간은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 조건이 되었다. MINI가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온 가치들이 오히려 시대의 방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세상이 MINI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MINI가 오래전부터 읽고 있었던 방향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MINI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동차 전략이 아니다. 브랜드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여전히 크기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브랜드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캐릭터를 키운다. 그리고 MINI는 그 캐릭터를 통해 결국 Individuality를 이야기한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자신답게 살아가려는 태도. MINI는 작은 차를 만든 브랜드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개성을 믿어온 브랜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MINI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