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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더넛츠 송창렬 대표

<칸라이언즈> ,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하나의 브랜드는 어떻게 두 개의 세계를 갖게 되었을까

 

브랜드 전략이라는 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거창한 프로젝트 회의에서보다 일상의 사소한 대화 속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며칠 전 저녁 식사를 하다가도 그랬다. 별 의미 없이 던진 질문 하나가 이상하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왜 미쉐린 타이어라고 하면서 미슐랭 가이드라고 부를까?" 같은 Michelin인데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미쉐린 타이어라고 말하면서도, 레스토랑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에는 거의 반사적으로 미슐랭 가이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외래어 표기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어 발음에 조금 더 가깝다거나, 한국에 들어온 시기의 차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내가 웃으며 던진 한마디 때문에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미쉐린 가이드라고 하면 왠지 타이어 맛이 날 것 같잖아." 농담처럼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단순한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브랜드를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구분하는지를 설명하는 매우 직관적인 문장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찾아보니 사실은 더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Michelin의 공식 표기는 타이어도, 가이드도 모두 '미쉐린'이다. 한국 법인의 이름도 미쉐린이고, 한국에서 정식 발간되는 책의 이름도 '미쉐린 가이드'다. 다시 말해 기업은 단 한 번도 두 개의 이름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미슐랭 가이드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언론과 대중이 사용해 온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식 명칭이 자연스럽게 대중의 언어를 대체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는 미쉐린을, 미식을 이야기할 때는 미슐랭을 사용하고 있었고, 누구도 그것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이 질문은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딩의 문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브랜드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기업들이 네이밍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수백 개의 후보를 검토하고, 상표 등록 가능성을 확인하며, 해외 발음과 문화적 의미까지 하나하나 검토한다. 그렇게 어렵게 하나의 이름을 결정하면 이제 브랜딩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이름은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오래 할수록 이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이다. 같은 이름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신뢰를 의미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싸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또 다른 사람에게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기업이 만드는 것은 이름이지만,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언제나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둘러싼 경험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브랜드를 단어로 기억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한다. 스타벅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초록색 로고보다 노트북을 펼쳐 놓고 몇 시간을 보내던 공간이 먼저 떠오르고, IKEA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구보다도 거대한 동선과 쇼룸을 따라 걸으며 미래의 집을 상상하던 경험이 먼저 떠오른다.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Apple이라는 철자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아이폰을 손에 쥐었던 순간이나, 제품 박스를 열었을 때의 감각을 기억한다. 결국 브랜드는 이름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저장하는 장치에 가깝다. 이름은 그 경험을 꺼내기 위한 작은 스위치일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 Michelin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보인다.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Michelin은 기술과 안전, 오랜 역사와 엔지니어링의 세계에 가깝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이야기하는 순간 Michelin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별 하나를 받기 위해 수년을 준비하는 셰프들, 여행지에서 믿고 찾아가는 작은 레스토랑, 예약조차 쉽지 않은 미식의 경험이 하나의 이름 안으로 들어온다. 기업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미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기를 원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쉐린과 미슐랭이라는 두 개의 언어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성공한 브랜드를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려고 한다. 이미 신뢰를 얻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하나의 세계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사업이 기존의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브랜드는 더 강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의 이미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 확장은 단순히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이름 안에 얼마나 새로운 세계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 결국 브랜드의 경쟁력은 이름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그 이름이 얼마나 다양한 맥락 속에서도 일관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사소한 질문이 꽤 중요한 브랜딩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흔히 브랜딩을 좋은 이름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은 이름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의미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기업은 브랜드의 이름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이름이 어떤 장면과 연결되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어떤 문화 속에서 사용될지는 결국 사람들의 경험이 결정한다. 브랜드는 기업의 회의실에서 탄생하지만,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다시 해석되고, 때로는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어쩌면 '미슐랭 가이드'라는 표현은 잘못된 발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나의 브랜드를 자신들의 문화 속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또 하나의 브랜드 경험인지도 모른다.
 
브랜딩은 이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이름 안에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정말 위대한 브랜드는 하나의 이름으로도 서로 다른 세계를 품을 수 있을 만큼 깊은 의미를 축적한다. 그래서 브랜드를 설계할 때 우리가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이름이 얼마나 멋진가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그 이름을 통해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인가이다. 결국 브랜드의 진짜 자산은 상표등록증 위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축적된 의미이기 때문이다.
  • Founder: Do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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