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저자,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심사위원
분야 간의 경계가 허물어 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에 해당하는 것은 외면 당했다면, 이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분야가 융합되는 경계의 파괴와 의외성을 기대한다. 바로 그 생소함이 주는 재미가 주목을 받으며 남들과 다른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과거 믹스 앤 매치는 패션 씬에서의 정장 수트에 스니커즈 매치 정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분명 한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분야의 경계와 카테고리는 그야말로 혼돈에 가깝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종 (異種)의 조합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가치와 재미를 창출하는 트랜드, 뉴 믹스매치New Mix & Match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이고 표면적인 것을 섞는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가치의 산업, 기술, 감성 등이 융합되는 특징을 갖는다. 즉, 고정된 가치 패러다임을 재해석하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러한 트랜드는 앞서 말한 패션을 넘어서 제품, 공간, F&B,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분야를 가로 지르며 하나의 뚜렷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은 주목 할 만하다. 물론 그 여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야말로 핵심이다.

일본 도쿄, 다이칸 야마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 TSUTAYA 의 시도는 컨텍스트 믹스 앤 매치 context mix & match의 좋은 예시다. 사람들은 이곳에 단순히 책만 보러 오지 않는다. 서점과 같은 공간에 카페, 자전거 샵, 클리닉, 야채 가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음악 감상 라운지도 있다. 방문객은 책을 사러 갔다가 다른 한 손에는 야채와 딸기 쨈을 사가지고 나오는 식이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한 이 방식은 이제 전세계가 벤치마킹하는 훌륭한 사례로 남았다.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책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라이프 스타일” 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서점 내부는 카테고리가 아닌 제안 중심으로 믹스 앤 매치를 구현한다. 가령 여행서적 코너에는 관련 서적 뿐만 아니라 실제 여행에 필요한 가방, 카메라, 소품 등을 진열하고 전문 여행사 데스크까지 세팅하는 식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취향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매칭한 것이 인상적이다.

하이앤드 시계브랜드 오메가 OMEGA와 패스트 패션 시계 브랜드 스와치 swatch와의 콜라보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서로 동종 업계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양극단의 브랜드가 함께 협업을 진행한 것으로 당시 화제를 일으켰고 특히 스트랩 믹스 앤 매치 (일명 줄질 마케팅) 전략이 하나의 컬쳐로 자리잡기도 했다. 럭셔리의 헤리티지를 펀 fun 한 감성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 이미지 출처 : seoul coffee 1945, SWOOP Coffee >
믹스 앤 매치의 영역은 제품 분야를 넘어 공간, 건축, 서비스 분야로 스며들었다. 고즈넉한 한옥을 리모델링한 모던 스타일의 카페, 파인 다이닝의 고급 레시피 와 냉동식품의 결합, 고가의 와인과 길거리 음식의 조합, 건축 리모델링 증축과정에서 보여지는 올드 앤 뉴 Old & New의 조합까지.. 경계는 이미 흐릿해지다 못해 서로 스며드는 중이다.
경계를 넘어 혁신으로
물론 믹스 앤 매치를 단순한 개념으로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것 저것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교배 시키는 것은 혼동과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믹스 앤 매치 본연의 목적과 근간이 되는 스토리텔링을 시작부터 끝까지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어찌 보면 혁신적인 믹스 앤 매치의 공식은 1+1 =2 가 아닌 경우가 많다. 각 분야를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전혀 다른 결과물 (어찌 보면 예측조차 할 수 없는)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혁신의 상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대중에게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다채로운 기회가 주어진다.
새로운 경험을 인위적으로 창조 해 나간다는 것은 삭막 해져버린 현대사회를 기대와 상상력으로 채우는 바람직한 흐름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