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ki Orihara
일본상업환경디자인협회 JCD 이사장 / Asia Design Prize 심사위원
“오리하라 미키는 정규 디자인 교육이 아닌 현장 경험과 독학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 디자인 방식을 구축한 일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다. 2011년 자신의 디자인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2023년 회사명을 ODO로 변경했다. 호텔, 레스토랑, 오피스, 상업시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공간 디자인의 범위를 비즈니스 모델, 운영, 브랜딩, 비주얼 제작까지 확장해 왔다. 최근에는 지역 장인과 함께하는 지역 기반 디자인 프로젝트와 체험형 학습 프로그램 투어링 스쿨을 통해 일본의 기술과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2026년에는 500명 이상의 상업공간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일본상업환경디자인협회 JCD의 첫 여성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도면에 담기 어려운 감각적 요소, 공간과 운영의 관계, 지역 공예의 계승, 그리고 아시아 디자인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먼저 본인 소개와 공간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은행을 그만둔 뒤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하고, 회계 업무와 디자인 실무를 병행한 끝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했습니다. 일반적인 디자인 교육과 다른 길을 걸어온 경험은 디자이너로서의 관점과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처음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따라야 할 고정된 이론이나 정해진 방식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선입견에서 자유로웠고, 특정한 공식에 얽매이지 않은 채 상업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정규 교육을 통해 디자인의 답을 미리 배우기보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생기는 질문을 발견하고,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며 배웠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출발점은 언제나 사용자와 운영자의 관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직원들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일상적인 운영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관찰합니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 환경과 유사 사례를 조사하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뒤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디자인 해법을 찾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지금도 제 작업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회계 업무 경험은 공간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디자인은 아름다운 결과를 만드는 일이지만 예산과 운영,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디자인과 경영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공간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서로 연결된 조건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RINN KYOTO MIYAGAWASUJI HITOTOSE-AKI-, 촬영: TOSHIHIDE KAJIHARA >
“인테리어 디자인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신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오리하라 디자이너에게 공간과 건축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능적으로 잘 작동하는 공간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입니까?
편안한 공간에는 도면만으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향기, 음악, 온도, 습도, 공기의 흐름과 같은 감각적 요소뿐 아니라 방문객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 머무르는 지점, 바라보는 대상, 경험이 이어지는 동안 느끼는 감정도 포함됩니다. 도면은 공간의 물리적 구조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는 시간의 밀도와 질감까지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노을을 매일 바라보더라도 어느 날은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또 어느 날은 눈물이 날 만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상황과 기억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기능적 요구를 충족하는 데서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간이 각자의 감정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기능적으로 잘 구성된 공간은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빛과 소리, 재료의 촉감, 사람 사이의 거리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연결합니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세심하게 조정하는 일이 공간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HITOORI, 촬영: © Nacása & Partners Inc. FUTA Moriishi >
호텔, 레스토랑, 오피스, 상업시설 등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했으며, 특히 레저호텔 분야에서는 2,000개가 넘는 객실을 설계했습니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하며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관해 어떤 중요한 통찰을 얻었나요? 오랜 경험을 쌓은 지금도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행동 방식과 개인의 취향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무엇을 편안하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지, 공간에서 얼마나 개방감이나 사생활 보호를 기대하는지는 모두 지역의 생활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라도 지역과 사용자에 따라 적절한 디자인 해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프로젝트를 그 장소를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주변 거리와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언제 식사하고 쉬는지, 어떤 재료와 색을 익숙하게 느끼는지, 어느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는지 관찰합니다. 장소를 이해하지 않은 채 외부의 스타일을 적용하면 시각적으로 새로워 보일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편안한 공간으로 남기는 어렵습니다. 동시에 지역의 관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는 익숙한 것을 존중하면서 사용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경험보다 한 걸음 앞선 가능성을 제안해야 합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일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 사이의 균형을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로 생각합니다.

< RINN KYOTO MIYAGAWASUJI HITOTOSE-AKI-, 촬영: TOSHIHIDE KAJIHARA >
ODO는 공간의 외형만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 브랜딩, 비주얼 제작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제안을 제공합니다. 공간 디자인이 비즈니스와 서비스,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이해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공간 디자인은 사용자가 한 장소에 관심을 갖고 방문을 결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환경만으로는 사람들의 재방문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서비스와 운영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서비스업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공간이 사람의 행동을 뒷받침할 때 비로소 긍정적인 경험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저는 환대를 한 사람의 시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바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손님이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는 순간 적절한 타이밍에 물수건이 건네진다면, 손님은 예상하지 못한 세심함에 감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가까운 곳에서 물수건을 준비해 즉시 제공할 수 있도록 공간이 계획되어 있지 않다면 이러한 서비스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좋은 운영은 직원의 노력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배치와 수납, 동선이 함께 뒷받침해야 합니다.
반대로 운영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개발된 디자인은 사용자와 직원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 과정,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약속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일관된 철학으로 연결될 때 유행이 변한 뒤에도 공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소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 RINN KYOTO MIYAGAWASUJI HITOTOSE-AKI-, 촬영: TOSHIHIDE KAJIHARA >
최근에는 지역 장인들과 협업하며 일본의 기술과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지역에서 조달하고 지역에서 지속하는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재료와 기술, 역사적 맥락을 현대 공간에 적용할 때 전통을 장식이나 이미지로 축소하지 않으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지역사회와 산업에 어떤 장기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까?
지역의 재료와 기술은 그곳의 기후와 일상, 사람의 지식이 오랜 시간 축적되며 발전해 왔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재료와 제작 방식은 장소마다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나 형태만 차용해서는 그 의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습니다. 먼저 그 기술이 왜 해당 지역에서 생겨났고, 어떤 삶을 뒷받침해 왔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 전역에는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도 그 가치를 널리 알리거나, 전승된 기술을 현대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는 장인이 많습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하나의 분야 전체가 쇠퇴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전통을 매력적인 장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문화와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장인과 함께 기존 기술이 오늘날 수행할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가 관심을 끌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장인과 기술 모두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낸다면, 협업은 일시적인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산업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이것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다시 지역과 그곳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디자인입니다.

< RINN KYOTO MIYAGAWASUJI HITOTOSE-AKI-, 촬영: TOSHIHIDE KAJIHARA >
지역의 문화와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체험형 학습 프로그램 투어링 스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소를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며 기술을 직접 경험하는 학습은 문서와 이미지 중심의 아카이브와 어떻게 다른가요? 공간과 공예처럼 신체적 경험을 통해 이해되는 디자인을 기록하고 전승하려면 어떤 아카이브가 필요합니까?
사람은 머리로만 이해한 것보다 몸으로 경험한 것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료를 만지고, 제작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장인의 손이 움직이는 속도를 관찰하며, 작업장의 분위기를 느끼면 문서나 사진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지식을 얻게 됩니다. 경험이 깊어지고 낯선 세계를 더 많이 발견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투어링 스쿨을 통해 한 사람의 경험이 말과 행동을 거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새로운 관심과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얻은 지식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 미래의 선택을 위한 기반이 됩니다. 디자이너가 재료를 선택하고 협업자를 정하며 지역 기술을 존중하는 방법을 더 다양하게 알게 되면 작업 역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아카이브는 완성된 이미지와 글을 보존하는 데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제작 과정과 장인의 목소리, 재료의 촉감과 소리, 사람들이 공간을 이동하며 느끼는 변화를 다양한 매체로 기록해야 합니다. 또한 기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가 현장을 방문해 직접 실험하고 새로운 해석을 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의 경험이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때 아카이브는 살아 있는 교육의 기반이 됩니다.

< RINN KYOTO MIYAGAWASUJI HITOTOSE-AKI-, 촬영: TOSHIHIDE KAJIHARA >
2026년, 500명 이상의 상업공간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일본상업환경디자인협회 JCD의 첫 여성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열고, 연결하고, 함께 만든다”는 JCD의 방향은 오늘날 디자인 업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세대와 지역, 분야를 넘어 디자이너들이 서로 배우고 지지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조직은 회원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주로 집중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을 지원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조직에 속하지 않은 디자이너와 기업,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교류할 기회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조직을 개방하면 새로운 관점이 들어오고 서로 다른 경험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열고, 연결하고, 함께 만든다”를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봅니다. 먼저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엽니다. 이어 정보와 고민, 공동의 목적의식을 나누며 사람들을 연결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와 가치를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공동체는 단순히 명함을 교환하는 네트워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인 협업과 성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현재 이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개최할 수 있는 새로운 행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기회가 좌우되지 않도록 JCD의 전국 지부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젊은 디자이너와 경험 많은 전문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JCD는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상업공간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를 넓힐 수 있습니다.

< RINN KYOTO MIYAGAWASUJI HITOTOSE-AKI-, 촬영: TOSHIHIDE KAJIHARA >
Asia Design Prize 심사위원으로서 아시아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출품된 디자인을 평가하게 됩니다. 공간 디자인 실무와 비즈니스 개발, 지역 장인과의 협업, JCD 디자인 공동체에서 쌓은 경험이 심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나요? 완성된 이미지 외에 프로젝트의 배경과 지속 가능성,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살펴볼 예정입니까?
개별 공간의 완성도와 아름다움은 물론 중요한 평가 기준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고립된 결과물로 보기보다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도 살펴보고 싶습니다. 디자인이 지역의 기후와 문화, 생활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반영했는지, 새로운 공간이 기존 환경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단순히 친환경 재료의 사용 여부로만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존 건물과 재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공간이 오랫동안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 유지와 관리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인과 시공자, 운영자,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 역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일부입니다.
디자인이 구체적인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해결하는지도 중요하게 봅니다.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분명한 태도와 사람들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과정이 뒷받침된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한 디자인은 시공이 끝나는 순간 종료되지 않습니다. 그 가치는 시간이 흐르며 계속 커집니다.

< HITOORI, 촬영: © Nacása & Partners Inc. FUTA Moriishi >
아시아의 국가와 지역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기후, 산업 환경을 지니는 동시에 급격한 도시 변화와 지역 정체성 보존 같은 공통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오늘날 아시아 공간 디자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가능성은 무엇이며, 지역을 넘어 공유되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국가별 디자인을 단순히 비교하는 데서 나아가, 디자인 어워드와 전문 단체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무엇보다 각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외부의 기준만으로 장소를 해석하거나 하나의 관점을 정답처럼 적용하면 디자인이 존중해야 할 정체성을 오히려 약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관점이 지나치게 좁거나 편향되어 있지 않은지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언제나 최선의 답인지도 질문해야 합니다. 다시 짓기 전에 기존 건물과 재료, 기술, 생활 방식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시아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된 방대한 지역 자원과 지식이 있습니다. 이를 오늘날의 필요와 연결하면 표준화된 개발과는 다른 공간 디자인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어워드와 전문 단체는 결과를 비교하고 순위를 정하는 데 역할을 한정해서는 안 됩니다. 각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역사적·사회적 조건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지역의 디자이너를 연결해 성공적인 해법뿐 아니라 그 뒤의 과정과 실패까지 공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차이가 경쟁만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배움의 자원이 될 때 아시아 디자인의 연대는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디자인 어워드는 뛰어난 작품을 인정하는 제도인 동시에 동시대 디자인을 미래 세대를 위해 기록하는 아카이브입니다. Asia Design Prize가 아시아 각 지역의 디자인 언어와 사회 변화를 기록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때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까? 마지막으로 이번 심사에서 어떤 디자인을 만나고 싶으며, 아시아의 미래를 만들어갈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우리는 환경 문제와 인구 구조의 변화, 지역 쇠퇴, 기술 전환 등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디자인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회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태도로 문제와 디자인에 접근한다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구를 위한 디자인이며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Asia Design Prize가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뿐 아니라 그것이 등장한 사회적 맥락과 문제를 해결해 온 과정까지 기록하기를 바랍니다. 미래 세대는 아카이브를 다시 찾아 당시 사회가 어떤 문제와 마주했고 디자이너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록이 축적되면 어워드는 단순히 수상을 결정하는 제도를 넘어 아시아 사회와 디자인의 변화를 추적하는 지식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이 사람과 사회의 행복에 기여하는 힘으로 남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지역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며,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 실제 문제를 끝까지 살펴보길 바랍니다. 올해 심사에서는 시각적 완성도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