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영 | 디자인소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K-디자인 어워드 파운더
"디자인소리는 2008년 설립 이후 17년간 디자이너의 사유와 맥락, 시간이 축적된 본질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미디어로 자리해왔다. 김도영 대표는 디자인소리를 단순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철학을 ‘기억의 형태’로 보존하는 매체로 규정하며, 이번 리브랜딩은 이 깊이를 담아낼 더 큰 구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네 곳의 브랜딩 기업이 참여해 아카이브·담론·UI·브랜드 구조를 층위처럼 완성했고, 새 로고는 겹쳐 쌓이는 기록의 지층과 다수의 목소리가 하나의 소리(S)로 이어지는 정체성을 시각화했다. 오렌지와 모노톤의 컬러, 정제된 타이포그래피 등 새로운 브랜드 시스템은 ‘사유가 보이는 텍스트’라는 디자인소리의 본질을 강화한다."
2008년 디자인소리를 창업한 이후, 어떤 철학과 여정을 바탕으로 이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디자인소리 대표 김도영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디자인 어워드와 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이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 왔습니다. 2008년 디자인소리를 창업하면서 저는 디자인을 결과물 중심으로 소비하던 기존의 미디어 구조를 넘어, 창작자가 마주한 맥락·시간·사유의 흐름을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소리는 그렇게 한 명의 디자이너가 남긴 목소리가 세대의 기록으로 이어지는 '그릇'을 만들고자 탄생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미디어 운영자라기보다, 디자이너들의 시간과 철학을 ‘기억의 형태’로 남기는 아카이브 디렉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하고, 또 다른 창작의 불씨가 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저와 디자인소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17년 만의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문제의식과 필요성이 있었나요?
17년 동안 디자인소리는 흔들림 없이 디자이너의 목소리를 기록해왔습니다. 그러나 철학의 깊이에 비해 ‘그릇’은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디자이너, 인터뷰에서 아카이브로 확장된 콘텐츠의 스펙트럼, 그리고 디자인 담론을 견고한 구조로 묶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와 체계를 갖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한 시각 교체가 아니라, “디자인소리는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다시 쓰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의 미션인 ‘디자인의 본질을 기록하고, 그 이야기를 역사에 남긴다’는 곧 리브랜딩의 기준이자 출발점이었습니다.
디자인소리가 오래도록 지켜온 미션과 철학이 이번 리브랜딩의 방향과 구조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소리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디자인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며, 메시지가 아닌 목소리이며, 순간이 아닌 본질이라는 것. 이 철학은 리브랜딩 전 과정의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텍스트라는 매체가 지닌 고유의 깊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텍스트는 이미지가 전하지 못하는 ‘시간의 무게’를 기록하는 가장 정직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가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축적된 생각, 실패와 선택의 흔적, 그 속에 담긴 인간적 치열함을 기록하는 것이 디자인소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리브랜딩은 이 철학을 시각적 구조·웹 인터페이스·톤앤매너 전체에 일관되게 새겨 넣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을 위해 네 곳의 브랜딩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어떤 의도와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디자인소리의 리브랜딩은 단순히 예쁜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닌, ‘기록의 지층’을 설계하는 일로 보았습니다. 아카이브, 담론, 미디어 운영, 글로벌 디자인 생태계까지 포괄하려면 한 팀의 시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레이어·써니아일랜드·오컴스 브랜딩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파트너들이 모여 하나의 지층처럼 쌓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레이어는 새로운 컬러와 홈페이지로 디자인소리를 재탄생시켰고, 써니아일랜드는 앞으로 10년을 담아낼 로고을 만들었으며, 오컴스 브랜딩은 전 세계 디자이너와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소리 콘텐츠의 본질을 강화했습니다. 이 컨소시엄은 디자인소리 철학을 실체화하는 데 꼭 필요한 조합이었습니다.
'기억의 지층'이라고 하셨는데요, 디지털 시대에 이런 ‘느린 기록’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계신가요?
디지털 시대의 기록은 더 가볍고 빠르게 소비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느린 기록’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속도가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정보가 아니라 이미지만 남고, 사실이 아니라 감각만 떠오르며, 맥락은 쉽게 사라집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행위이며, 창작자는 결과물보다 더 많은 사유와 실패, 전환의 순간을 경험합니다. 디자인소리가 말하는 ‘기억의 지층’은 바로 이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는 구조이자, 개인의 목소리를 세대의 기록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매체적 방식입니다. 우리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축적의 구조’를 구축하는 미디어로 남고자 합니다.
디지털 세계가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소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수록, 느린 기록은 디자이너의 본질을 훼손되지 않은 채 보존하는 장치가 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남기는 아카이브가 아니라, 미래의 창작자들에게 다시 사유할 근거를 제공하는 지식의 기반입니다. 디자인소리가 선택한 아카이브 중심 구조는 시대의 빠른 흐름과 반대편에 존재하는 저항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필수적인 것’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디자인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소리는 그 존재의 증거를 남기고, 그 증거가 다시 다음 시대의 사유로 이어지도록 ‘시간을 견디는 기록’을 구축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디자인소리]브랜드 가이드 1204-3.png](https://www.designsori.com/./files/attach/images/1171159/315/213/001/db22328e98a24d53fc0b933fb8cdcba3.png)
![[디자인소리]브랜드 가이드 1204-5.png](https://www.designsori.com/./files/attach/images/1171159/315/213/001/07538b8a5679e38cc7510e7f9bb88b79.png)
새롭게 완성된 디자인소리 로고에는 어떤 상징과 브랜드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소리 로고는 아카이브 미디어로서 우리가 무엇을 남기는지 가장 명확하게 시각화한 상징입니다. 레이어가 겹쳐지듯 디자인이 축적되는 과정, 그리고 켜켜이 쌓인 기록들이 시간의 두께를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알파벳 D 두 개를 겹쳐 S를 만들어낸 구조는 수많은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소리(S)’가 된다는 디자인소리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3D적 입체감은 단순한 태그나 로고가 아니라, ‘계속 확장되는 아카이브’라는 브랜드 방향을 상징합니다. 로고는 앞으로 10년 동안 디자인소리가 쌓아갈 기록의 용기이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시각적으로 압축한 형태입니다.



컬러, 타이포그래피, 시각 시스템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들은 어떤 기준과 철학에 따라 구축되었나요?
브랜드 색상은 오렌지와 모노톤을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오렌지는 창작의 온도, 탐구의 에너지, 목소리의 생동감을 상징하고, 모노톤은 기록의 단단함, 사실성, 아카이브의 차분한 구조를 표현합니다. 국문은 ‘Noto Sans KR’, 영문은 ‘Kudos Sans’를 지정해 텍스트 기반 미디어로서의 명료성과 국제적 일관성을 강화했습니다. 디자인소리에게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록의 도구’이기 때문에, 글자의 숨, 여백, 균형 모두가 ‘사유가 잘 보이는 텍스트’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시스템 전체는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구조가 아닌,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기록물의 구조를 지향합니다.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 문장으로 제시된 디자인소리의 ‘Manifesto’는 브랜드의 근본적인 태도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이 선언이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설명하고 싶으신가요?
이번 리브랜딩의 중심에는 디자인소리의 매니페스토가 있습니다.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시간을 견디는 기억을 만든다.” 디자인소리는 결과물의 표면을 소비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그 표면 뒤에 숨어 있는 시간을 보는 미디어입니다.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의 사유, 선택, 맥락, 실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뎌낸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기억되지 않는 디자인은 잊히고, 기록되지 않은 디자인은 결국 사라집니다. 그렇기에 기록은 곧 보존이며, 보존은 곧 유산이 됩니다. 디자인소리는 이 유산을 남기는 일을 미디어의 존재 이유로 삼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도 절대 놓치지 않을 기준이며, 브랜드 철학의 가장 깊은 뿌리입니다.
![[디자인소리]브랜드 가이드 1204-4.png](https://www.designsori.com/./files/attach/images/1171159/315/213/001/bb5ebeb513b6ab9823164f896f96cc40.png)
디자인소리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의 디자이너들과도 깊은 접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시아 디자인 커뮤니티 속에서 디자인소리가 수행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소리가 아시아 전역의 디자이너들과 만나며 깨달은 것은, 아시아 디자인은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감각이 층위처럼 쌓여 있는 거대한 스펙트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디자인소리가 그 다양성을 하나의 규범으로 통일하려는 플랫폼이 아니라, 서로의 사유와 맥락이 교차하며 확장되는 ‘지적 교차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시아 각 지역은 고유한 디자인의 철학과 시각적 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왜 이 디자인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질문들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지역의 디자이너들이 남긴 목소리들을 하나의 축적된 담론으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인터뷰라는 형식을 넘어, 아시아 디자인의 시간성·감수성·사회적 맥락을 아카이브로 구축해 세계 디자인 커뮤니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디자인이 시장의 속도만으로 정의되지 않도록, 동시대 아시아 디자이너들의 깊이 있는 사고를 보존하고 국제적 담론의 문맥에 위치시키는 것, 그리고 그 축적이 다시 아시아 디자인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토대가 되는 것, 그것이 앞으로 디자인소리가 수행해야 할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브랜딩 이후의 디자인소리가 앞으로 어떤 미디어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디자인소리는 앞으로 ‘인터뷰를 하는 매체’를 넘어, ‘디자인의 본질을 보존하는 기록 기관’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트렌드의 속도가 아닌, 느리고 단단한 기록을 통해 디자인의 본질을 보존하는 역할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목소리를 내일의 역사로 남기고, 그 기록이 다시 미래의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는 선순환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브랜드의 과거 17년을 정리하는 작업이자, 앞으로 10년 동안 디자인소리가 확장해야 할 철학적 미디어 구조를 만드는 첫 문장이었습니다. 디자인소리는 계속해서 더 깊이 듣고, 더 정직하게 기록하며, 디자인이 문화적·창작적 유산으로 남도록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