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usheel Gurjar and Srajan Jain
House of Katha 공동 설립자
“이번 인터뷰는 인도 인도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두 창업자가, House of Katha을 통하여 인도 디자인을 관통하는 ‘이중성’과 균형 감각을 어떻게 브랜드 시스템으로 번역하는지 따라가 본다. 질서와 혼돈, 자연과 문화처럼 서로 반대편에 있는 요소들이 한 화면 안에서 조화로 이어지는 순간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코딩과 시스템 기반 사고가 브랜드 경험을 확장시키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결과물을 설명하기보다, 브랜드가 기억될 이야기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그들의 방법론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먼저 두 분의 배경을 소개해 주시고, House of Katha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들려주세요. 브랜딩을 단순한 디자인 결과물이 아니라, 서사와 의미 위에 세워지는 구조로 바라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희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왔고, 함께한 지는 8년 정도 되었습니다. 둘 다 인도르(Indore) 근교의 작은 마을 출신이고, 지금 House of Katha 역시 인도르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4년 이전에 우리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반드시 시작하자고 다섯 명의 친구가 약속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다른 친구들은 각자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스라잔(Srajan)과 저는 방갈로르(Bangalore)에서 함께 살며 각기 다른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이어갔습니다. 몇 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인도르에서 House of Katha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브랜딩을 공부하면서 저희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일이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를 설계하는 일과 매우 닮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 한 명을 정의하는 대신, 회사나 조직을 정의하고, 그 페르소나와 태도, 행동을 시각 언어로 만들어내는 일이니까요. 동시에 고(故) 피유시 판데이(Piyush Pandey)가 남긴 한 문장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사실을 배우고, 진실을 믿고, 이야기를 기억한다.” 이 문장이 저희에게 깊이 와닿았고, 브랜드 서사를 구축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House of Katha라는 이름 역시 같은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Katha’는 힌디어로 ‘이야기’를 뜻합니다.


House of Katha는 브랜딩을 단순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문화와 맥락, 스토리텔링으로 형성되는 시스템으로 접근합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강한 브랜드 스토리’란 무엇이며, 그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문제를 늘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입니다. 같은 브리프를 보면서도 예술가로, 디자이너로, 때로는 기술자처럼 역할을 바꿔가며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저희를 차별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점이 바뀌면 연결되는 지점도 달라지고,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연결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왜(Why)?”와 “왜 안 되지(Why not)?”를 계속 묻는 태도입니다. 이 두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 사이의 긴장이 디자인에서 꼭 필요한 핵심 요소를 드러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테크 브랜드를 작업할 때, 유행하는 트렌드를 모아 무드보드를 만들거나 깔끔한 디자인 레퍼런스를 쌓는 대신,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쓰는 방식처럼 스토리보드와 키 아트워크를 먼저 설계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를 월드 빌딩(world building) 방법론이라고 부릅니다. 브랜드의 관점에서 그 브랜드의 세계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먼저 정의하는 거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색을 쓰고, 어떤 요소와 공간을 ‘살고 있는지’를 상상하고 설정합니다. 이렇게 서사적 맥락을 깊게 탐색하는 과정이 결국 더 강하고, 더 일관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인도는 지역, 언어, 종교, 사회 구조가 매우 다양하게 다층화된 사회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데 어떤 기회가 있다고 보시나요?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인도가 하나의 공유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수많은 복잡한 층위 안에도 나라 전체에 공명하는 공통의 기질과 가치, 삶의 방식이 존재하거든요. 더 넓은 관점에서 저희는 ‘조화’를 믿고, 그 조화의 의미가 맥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중요하게 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조건이 공존하는 나라에서 큰 규모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역동적이고 유연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러 언어를 함께 담아내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일러스트레이션과 문화적 뉘앙스를 세밀하게 녹인 콘텐츠를 통해, 로컬 고객에게 더 깊이 닿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분의 작업은 전통적인 서사, 공예적 감각, 인간 중심의 관점을 현대적 브랜드 언어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며, 이 과정을 이끄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술과 전통은 생각보다 닮아 있는 점이 많다고 봅니다. 둘 다 서로 다른 맥락과 시간 속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저희는 손으로 짜는 직조(handloom weaving)를 떠올립니다. 직조는 전통과 기술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존재입니다. 실 한 올 한 올을 계산해 패턴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일종의 아날로그 계산에 가깝고, 이는 코드가 화면 위 픽셀을 한 줄씩 매핑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두는 원칙 중 하나는 전통적 실천 안에서 이런 패턴을 발견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논리를 이해한 뒤, 현대의 도구로 다시 해석해 보는 일입니다. 관점이나 스토리텔링을 아주 조금만 바꿔도, 예상 밖이면서도 깊이 공감되는 서사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고유한 개성은 유지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화를 배우고 싶다면 이야기를 들어라.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이야기를 바꿔라.”(Michael Margolis)


글로벌 브랜드 언어가 점점 표준화되는 시대에, 문화적 특수성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요? 아시아 브랜드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정체성의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글로벌 브랜드 언어가 점점 표준화될수록, 오히려 문화적 특수성은 ‘단순함 속의 소속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문화권은 익숙한 디자인 개념을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 이런 관점은 더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확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구 디자인에서 흔히 말하는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는 일본 디자인에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로 불리곤 합니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성찰하고, 사유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죠. 용어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훨씬 깊은 철학적 태도가 드러납니다.
인도의 전통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이나 맥시멀리즘보다 ‘조화’라는 원칙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인도 사원은 표면 전체가 조각과 문양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지만, 단일한 재료로 구성되어 빛이 섬세하게 흐르면서 전체가 균형을 유지합니다. 단순히 미니멀도, 맥시멀도 아닌 감각이죠. 이러한 문화적 원칙을 지켜내는 일은 진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이고, 아시아 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분명히 구분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핵심 서사와 사회적 혹은 문화적 맥락이 가장 의미 있게 만났던 프로젝트를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그 프로젝트는 실천가로서 두 분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저희의 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는 찬디가르(Chandigarh)에서 열린 니코바(Nicobar)라는 컨템퍼러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런칭을 위해 프로젝션 맵핑 비주얼을 제작한 일이었습니다. 매장 오픈과 함께 신제품 컬렉션도 공개되는 자리였고, 브랜드는 그 도시의 정수를 담아낸 비주얼을 원했습니다. 저희는 찬디가르를 기리기 위해 도시의 격자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내믹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원이 10초마다 진화하고 증식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사람들과 행사 자체가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집단적 움직임이 확장되는 모습을 상징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콘셉트를 넘어, 도시의 삶과 축제의 에너지가 브랜드와 함께 서사로 펼쳐지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일관된 아이디어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늘 찾고자 하는 ‘의미 있는 연결’이 사실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 저희에게 그 연결은 도시의 지리적 구조 자체였고, 처음에는 문화적 맥락보다 브랜드에만 집중하느라 그걸 놓치고 있었습니다.

브랜딩이 속도와 즉각적인 결과로 밀리는 환경에서, 두 분은 장기적 브랜드 구축의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있나요? 의미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왜 필수라고 보시나요?
자연의 힘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산을 옮기고, 강을 만들고, 지형을 바꿉니다. 저희는 브랜딩도 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단기간에 반짝이는 인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반복해서 만나고 경험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의 축적이니까요. 그래서 속도와 즉각적인 성과가 강조되는 환경일수록, 오히려 장기적 구축의 가치를 의식적으로 지키려고 합니다. 저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금 당장 보기 좋아 보이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며, 어떤 태도로 말하고 행동할지 같은 원칙을 먼저 정리합니다. 이 기준이 분명해지면, 캠페인이나 콘텐츠가 바뀌어도 브랜드의 톤과 세계관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기준이 없으면, 빠른 실행을 반복할수록 결과물이 들쭉날쭉해지고, 브랜드는 점점 피로해지기 마련입니다.
또 하나는 ‘일관성’을 효율로 착각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일관성은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달라져도 같은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브랜드 시스템을 만들 때도 고정된 규칙만 나열하기보다, 다양한 지역과 언어, 채널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합니다. 인도처럼 맥락이 복잡한 환경에서는 특히 이 유연함이 장기적 지속성을 만들어 줍니다.

아시아 전체를 놓고 볼 때, 현재 디자인과 브랜딩 지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서구 중심의 디자인 담론과 다른, 아시아 디자인만의 사고방식이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요즘은 분야 간 교차와 융합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건축가들이 바이오테크놀로지스트와 협업해 ‘살아 있는 구조물’을 만들기도 하고,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와 함께 비주얼을 생성하는 도구와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기도 하죠. 이런 흐름은 브랜드가 전통적인 매체를 넘어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더 미래 지향적인 형태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저희가 처음 크리에이티브 코딩을 접했을 때, 그 세계의 시각 언어는 강한 흑백 대비, RGB 컬러, 글리치 기반 그래픽이 주류였습니다. 많은 실무자들이 서구권에 기반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미학이 자연스럽게 표준처럼 자리 잡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직접 실험을 시작하면서, 인도의 모티프와 패턴, 고유한 컬러 팔레트를 작업에 끌어들였습니다. 그 결과 전통과 기술이 섞인 표현이 만들어졌고, 동시에 우리만의 차별점도 분명해졌습니다.
저희는 아시아 디자인이 앞으로 더 강해지려면, 바깥을 따라가기보다 안쪽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공예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동시대의 언어로 다시 해석해 내는 방식이야말로 아시아 디자인만이 가진 힘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아시아 디자인 시장 안에서 연대와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앞으로 House of Katha는 더 넓은 아시아 디자인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시나요?
저희는 무엇보다 ‘경이로움’을 추구하는 팀입니다. 익숙한 길을 반복하기보다, 아직 가보지 않은 영역을 탐험하려면 아이 같은 창작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시아라는 거대한 공동체도 함께 탐험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각 문화가 가진 디자인 철학이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일, 혹은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만들기 위해 만드는’ 순수한 협업이 더 많이 생기는 일 말입니다.
저희는 이미 작은 규모로 그런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산업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결과나 수익보다 ‘공유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프로젝트를 협업해 왔거든요. 이런 방식은 시야를 넓혀 주었고, 단발성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런 ‘반 장르적’ 방식의 작업을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각 문화가 가진 풍부함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태도도 함께요.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