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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최연길 책임매니저

<K-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

 

 

 


 

 

 

서울의 유명한 아파트 단지가 준공하면 이내 부동산 커뮤니티에 큰 이슈가 되곤 한다. 아파트의 입지, 분양가, 현재 시세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은 단지 조경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회자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소유주야 자기 집을 자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조경에 대한 소개 글을 적극적으로 올리겠지만, 일반인들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조경 디자인과 품질에 대해 사뭇 진지한 논의를 이어간다. 마치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었을 때 다른 브랜드의 상품들과 비교를 거듭하며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준공 시점에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공간으로서 아파트 조경은 입주자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주거의 가치와 질을 가늠하는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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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미안 트리니원 _ 독특한 선큰 조경으로 인기를 끌었다 >

 

 

 

이러한 현상은 조경을 계획하는 조경가에게도 흥미로운 일이다. 시간을 들여 디자인하고 시공한 작품이 클라이언트에게 첫 선을 보이는 기회일 뿐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주거 공간이면서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적인 공간에 대해 다양하고 즉각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는 점차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되는 특성을 고려하자면, 준공 즈음은 아파트 조경 디자인이 공적인 논의의 장에 가감 없이 노출되는 거의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조경가는 우선적으로 이용자들이 의도된 경험을 실제로 누리는지, 특정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경관으로 작동해 주변에 널리 공유되는지, 혹은 디자인 의도에 따라 적절히 감춰진 요소들을 발견하며 공간의 매력과 편안함을 느끼는지 주목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고객의 피드백이 조경가의 공간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조경 상품의 가치를 넘어 아파트 브랜드 자체를 평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는 점이다. 

 

조경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주차장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지상 공간의 대부분을 조경 공간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다. 이전에는 법적 조경면적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조경 디자인이 넓은 지상 공간을 확보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생활 공간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동시대에 진행된 아파트의 브랜드화와 맞물려 조경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우고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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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이치 아너힐즈 _ 아파트 외부 대부분을 조경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

 

 

 

조경의 브랜드화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신문 기사를 분석한 나의 연구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동주택 조경의 변화 분석」(2021)에서도 확인된다. 연구 결과, 아파트 관련 기사에서 조경에 대한 관심과 보도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특히 조경이 아파트의 브랜드와 프리미엄을 차별화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조경은 단지의 녹지를 확보하는 일을 넘어 주택 상품의 경쟁력을 만드는 요소로 발전해 온 것이다. 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오히려 아파트를 대표하는 상품 요소로서 조경의 위상은 여전히 더 높아질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제안하는 최근에 이르러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급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설사는 건축과 실내 공간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조경 상품도 함께 제안해야 한다. 고객 역시 넓은 녹지 면적만이 아니라 산책과 휴식, 놀이와 만남, 자연과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한다. 조경은 건설사가 브랜드의 가치를 공간으로 구현하는 수단이자, 고객이 그 가치를 일상에서 체감하는 접점이 되었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조경을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고급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의 조경 콘셉트를 ‘현대미술관’으로 제안해 수목과 시설물, 공간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작동하는 조경 디자인을 구현했다. 예술과 조경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작가의 정원, 예술가의 놀이터, 디자이너의 가구와 같은 독보적인 감각의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조경은 여러 국내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으며, 특히 2022년 선정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경작품 50선’에서 아파트 조경 중 첫머리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아너힐즈의 성공적인 정착 이후 ‘현대미술관’은 디에이치 조경의 강력한 브랜딩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2026년 K-Design Award 그랑프리를 수상한 디에이치 방배의 ‘Blossom Garden’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조각가 Marc Fornes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정원은 꽃이 피어나듯 중심에서 동심원적으로 확장되는 조형적 언어를 통해 조경과 예술의 감각적인 결합을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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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이치 방배 _ Blossom Garden >

 

 

 

연말연시에 발간되는 ‘주거공간 트렌드 보고서’나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단지 내 조경 디자인’은 ‘주택 구입 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특화 디자인 항목’으로 반복해서 선정되곤 한다. 단지 내 조경 공간이 아파트의 주거 만족도와 브랜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아파트가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지금, 조경 디자인이 주거 환경의 질과 브랜드의 언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던 조경가로서는 반길 만한 변화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곱씹어 볼 만한 새로운 질문들도 생겨난다.

 

아파트의 가치와 연계되어 작동하는 조경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공간의 기능과 삶의 경험을 살피기에 앞서 ‘바깥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겉보기의 향연으로 이어지기 쉽다. 사람들의 심리와 이용 행태, 조경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의 본질적인 매력을 고민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치열한 작업보다는, 잠깐 시선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키치를 반복하는 쉬운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미술관’은 단순히 유명한 예술 작품을 반복해서 설치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장소에서나 볼 수 있던 예술의 세계를 주거 공간으로 끌어들여 일상의 예술을 경험하고자 하는 본질에서 출발한다.

 

결국 아파트 브랜드는 이름으로 알려지지만, 그 가치는 생활 속에서 확인된다. 입주민이 매일 걷는 길과 머무는 정원,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만든다. 좋은 브랜드 조경은 처음 보았을 때 감탄하게 만드는 공간을 넘어, 오래 살아도 계속 이용하고 싶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깊어지는 환경이어야 한다. 아파트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며 동시에 오래도록 삶의 경험이 되는 주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조경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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