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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더넛츠 송창렬 대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대한민국광고대상> 심사위원

 

 

 


 

 

 

브랜딩은 복잡하다. 기업은 수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각종 비주얼과 캠페인, SNS 콘텐츠를 쏟아내지만 정작 브랜드의 본질을 단단히 붙잡아 줄 언어는 좀처럼 드물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이 아무리 명확해도 그것을 소비자의 마음속에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각인시킬 별도의 언어가 필요하다.

 

나는 최근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라는 개념에서 이 질문의 답을 발견했다.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는 단순한 의학 용어가 아니다. ‘천천히 늙는다’는 직관적 의미 속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삶의 방향, 즉 조금이라도 늦게 늙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응축되어 있다. 이 단어는 수십 편의 논문이나 전문 강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단어 하나가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희원 교수는 아산병원의 의사가 아니라 ‘저속노화 정희원’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유튜브 채널과 강연을 꾸준히 이어갔고, 유튜브 ‘정희원의 저속노화’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생활 속 언어로 확장되었다. 또한 CJ제일제당과 협업해 ‘저속노화 레시피’를 담은 즉석밥을 출시했으며, 출시 6개월 만에 3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며 연구자에서 사업가로의 길을 확장했다.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었고, 브랜드는 그의 정체성을 조직의 울타리 밖으로 확장시켰다.

 

잘 구축된 브랜드는 자유를 준다. 브랜드는 직함이나 기관에 종속된 정체성을 넘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성경 요한복음에는 “The truth will set you free”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Brand will set you free.” 브랜드가 점유해야 하는 단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슬로건은 시대와 캠페인에 따라 바뀌지만 코드언어는 변하지 않는다. 단어는 브랜드 철학을 압축한 정체성의 언어적 증거다. 코드언어는 슬로건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슬로건이 코드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코드언어는 슬로건으로 기능할 수 있으나 필수 조건은 아니며, 슬로건은 코드언어의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정희원 교수 = 저속노화

의학 연구의 본질을 생활 언어로 전환한 사례다. ‘저속노화’라는 조합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낯선 울림을 준다. 이를 통해 교수는 연구자에서 브랜드화된 전문가, 나아가 사업가로까지 확장했다.

 

정선근 교수 = 백년허리

단순한 책 제목이 아니라 “허리 건강 권위자”라는 포지션을 점유하기 위한 전략적 언어다. 대중은 ‘백년허리’를 통해 정선근 교수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 단어는 허리 건강의 대명사가 되었다.

 

송길영 작가 = Mind Miner

사람들의 데이터와 무의식을 발굴해 통찰을 끌어내는 정체성을 표현한 언어다.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는 은유를 통해 데이터 분석가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읽는 작가라는 브랜드를 완성했다.

 

Dove = Real Beauty

뷰티 브랜드를 넘어 “진짜 아름다움”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정체성으로 만든 경우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도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압축한 언어다.

 

유니클로 = LifeWear

단순히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삶을 입는다”라는 철학을 담은 코드언어다. 기능성과 일상성을 동시에 강조하며 옷을 넘어 삶의 방식과 연결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유니클로는 단순 저가 브랜드가 아닌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현대카드 = Architect of Change

단순 카드사가 아니라 “변화를 설계하는 브랜드”라는 철학을 담은 코드언어다. 금융회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는 슬로건 형태로 쓰이고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손색없는 언어다.

 

 

 

브랜드가 점유해야 할 단어는 억지로 지어낸 발명품이 아니다. 단어는 Invention(발명)이 아니라 Discovery(발견)다. 발견의 의미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억지로 꾸며낸 단어는 금세 사라진다. 둘째, 이미 존재하는 개념과 단어 속에서 브랜드의 본질을 담을 언어를 찾아야 한다. ‘저속노화’가 그 대표적 사례다. 셋째, 익숙한 단어를 조합하되 살짝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멈추어 서고, 해석하고, 기억한다. 흔한 단어 두 개의 결합이지만 낯선 조합이기에 ‘저속노화’는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브랜드의 단어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 그렇기에 오래 살아남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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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브랜딩을 로고 디자인이나 광고 캠페인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브랜딩의 본질은 다르다. 브랜딩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그 답을 단어로 발견했을 때 브랜드는 비로소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는다. 브랜드의 철학은 단어 안에 압축되고, 소비자와의 연결은 그 단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브랜드는 단어를 점유해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며, 본질을 깊이 탐구할 때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그리고 그 단어는 브랜드를 자유롭게 한다. Brand will set you free. 여기서 자유는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더 많은 기회와 확장, 그리고 선택지를 의미한다. 나는 이 브랜드의 핵심 코드언어를 One Cracking Word라고 부른다. 여기서 Word는 반드시 하나의 단어만을 뜻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각인될 수 있는 하나의 개념을 의미한다. 그것이 단어든 짧은 구절이든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본질을 압축해 기억되도록 만드는 힘이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One Cracking Word를 점유하고 있는가. 당신의 브랜드 핵심 코드언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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