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어 김주황 대표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와 함께, 레이어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희는 브랜딩이라는 일의 목적을 '기억'을 만드는 일로 정의했습니다. 이 브랜드를 떠올리면 어떤 기억이 나는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이 브랜드가 떠오르는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죠. 레이어(lllayer)라는 이름 안에 layer는 고객들이 겪는 경험의 층을 의미합니다. 가장 앞에 'L'을 3번 겹쳐둔 것은 이 경험의 축적을 의미하고요. 저희가 만드는 디자인은 브랜드의 의도를 담은 전략적인 도구로서 작동하길 바랍니다. 이는 단순한 하나의 시각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태어난 후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모든 과정에서 활용되어야 하죠. 그렇게 의도를 담은 경험들이 차곡 차곡 쌓여야 우리가 원하는 브랜드의 기억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리뉴얼한 디자인소리 프로젝트는 오랜 역사를 가진 디자인 미디어 플랫폼의 새로운 정체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고민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디자인소리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었죠. 첫 번째는 이 브랜드가 앞으로 20년, 30년, 100년 동안 지켜가야 할 부분 무엇일까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죠. 디자인 소리는 15년이상 디자인 관련 정보를 차곡 차곡 쌓아온 디자인 미디어로서 Archive. Design. Essence. 디자인의 본질을 기록하다라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또, 아래의 5가지의 핵심 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Authenticity – 왜곡 없는 진정한 목소리의 기록
Legacy – 디자인을 문화적·시대적 유산으로 보존
Insight – 창작의 본질을 통찰하는 깊이 있는 접근
Curation – 시간성과 맥락을 고려한 설계된 아카이빙
Respect – 디자이너의 철학과 과정을 존중하는 태도
그동안 쌓여온 흔적들을 조사하고 파악한 후 두 번째로 진행해야 하는 것은 변해야할 부분은 무엇일까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아래 질문들로 답변하겠습니다.

디자인소리를 리뉴얼하면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적·문화적 의미를 어떻게 재정의하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UI/UX의 개선을 넘어서, ‘디자인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어떤 해석을 담았나요?
디자인 플랫폼은 단지 정보를 아카이빙 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양질의 정보를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1차적인 역할이고요. 2차적으로 이 사람들 간에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요. 일단, 정보 전달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적인 담론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를 넘어서 시대적인 흐름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제안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다양한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겠죠. 또 한가지는 실질적인 협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실력과 경력이 뛰어난 디자인 전문 회사들을 소개하고, 필요할 때는 그들에게 쉽게 연락해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 2가지 역할을 더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칼럼 섹션을 추가하여 전문가들의 더 깊고 넓은 시야를 콘텐츠로 발행할 예정이고요. 스튜디오 인덱스 페이지를 추가하여 국내 실력있는 디자인 회사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리뉴얼된 디자인소리는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아카이빙하고 공유하는 장(場)’이라는 의미를 강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각적 아이덴티티(로고, 컬러, 레이아웃)와 플랫폼 구조에 반영된 핵심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컬러]
일단 기존에 갖고 있던 '노란색'을 새로운 컬러로 변경했습니다. 이 컬러는 '코랄오렌지'라고 불리우는 컬러인데요. 이 컬러는 오렌지 계열의 기본 성격을 지니며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느낌과 감성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컬러입니다. 디자인소리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앞으로 이어가기에 적합한 컬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 이 컬러는 ADP의 레거시 레드와 KDA의 옐로우 컬러를 섞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컬러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소리라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2가지 디자인 어워드의 정체성을 담은 컬러로서 두 어워드의 가치를 포함할 수 있는 컬러라는 의미도 같고 있죠.
[로고]
이번에 홈페이지에서는 좌측 상단에 로고를 마우스 오버하였을 때 로고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애니메이션에는 DESIGNSORI 의 'O'가 다양한 도형으로 변화하는 데요. 이는 저희가 갖고 이는 5가지 핵심 가치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DESIGNSORI 라는 이름 안에 Authenticity, Legacy, Insight, Curation, Respect 라는 5가지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레이아웃]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PC와 태블릿 사이즈 기준으로 나눠져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텍스트를 활용해서 아카이빙한다라는 중요한 가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나온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전통적으로 이런 정보를 아카이빙 하는 '책'이라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저희는 어쩌면 디지털 도서관일 수도 있으니까요. 좌우로 나눠진 구조는 책을 펼쳐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우측에 있는 메뉴 버튼은 마치 책갈피 처럼 느끼지게 만들었습니다. 책 안에서 원하는 곳들을 바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책갈피의 역할을 하죠. 모바일에서는 좌우로 나누는 것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세로로 1열로 구조를 잡았두었고, 그럼에도 우측에 위치한 책갈피 메뉴 구조를 유지해서 전체적인 컨셉을 해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레이어의 철학은 보이지 않는 층위들이 모여 사용자 경험을 변화시킨다는 관점에 있습니다. 이 철학이 이번 디자인소리 리뉴얼 작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디자인소리 웹사이트 안에서도 여러가지의 경험의 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뉴스, 인터뷰, 칼럼' 이라는 아카이빙 안에서의 다양한 카테고리가 그렇고요. 국내 유수의 디자인 회사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스튜디오 인덱스'도 또 다른 콘텐츠 경험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웹사이트에서만의 경험으로 디자인소리의 모든 경험의 층을 표현할 수는 없겠죠. 이 디자인 소리 웹사이트를 들어오기 전에 겪을 수 있는 경험 부터,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난 후에 만들어지는 새로운 관계들 까지 모두 그 경험의 층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웹사이트를 중요한 축으로 활용해서 앞으로의 경험을 쌓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구축하였습니다.

디자인소리와 같은 플랫폼은 디자이너 개개인의 목소리를 연결해 집단적 내러티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앞으로 한국 혹은 아시아 디자인 플랫폼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요즘 같은 AI시대는 점점 개인의 힘이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들도 새로운 AI를 활용해서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여럿이 해야만 했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을 AI가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나의 생각과 관점을 세상에 내보여야 하고, 그런 디자이너들이 서로 만나서 협업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디자인 플랫폼은 그런 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너무나도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는 플랫폼 만이 살아남을 것 같고요.

이번 프로젝트가 레이어의 포트폴리오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브랜딩, 플랫폼, 경험 디자인을 아우르는 관점에서 디자인소리 리뉴얼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나요?
저희는 단지 비주얼만 만들어내는 회사는 아닙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에 쌓여진 방대한 자료를 재구성하고 그것들을 온라인 환경에서 사용자의 경험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설계하고, 그것들을 실제로 워킹할 수 있게 개발하는 것들이 더 큰 이슈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해결해내는 미션을 수행하였고, 브랜드의 온라인 경험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디자인소리 슬로건은 Archive. Design. Essence. 입니다. ADP의 슬로건과 일맥상통하는데요,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디자인소리 리뉴얼 작업은 어떻게 아시아 디자인 레거시를 이어가고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 슬로건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선언입니다. 아시아 디자인 유산을 아카이빙(보존), 디자인(해석), 에센스(증명)의 흐름으로 다루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디자인소리는 단순히 작품 이미지를 수집하는 차원을 넘어, 의도, 제작 과정 기록, 인터뷰, 심지어 실패 사례까지 포함해 주제·지역·연도·프로세스로 태깅되고 교차 검색 가능한 연결된 생태계로 아카이브를 재편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카이브는 미래 창작자와 연구자들이 직접 재사용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자원으로 변모했습니다.
동시에 플랫폼의 사회적 기능도 강화되었습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의 다국어 접근성, 담론을 제안하는 전문가 칼럼과 리뷰, 실제 협업을 가능케 하는 스튜디오 인덱스와 오픈콜 등은 아시아 전역에서 발견, 대화, 공동 창작을 촉진하기 위해 결합되었습니다. 교육과 연구 측면에서는 사례 연구, 제작 노트, 타임라인 등 자료들이 수업과 연구 프로젝트에서 직접 활용 가능하도록 구조화되었습니다. 즉, 이번 리뉴얼은 디자인소리를 단순히 공유의 장을 넘어, 아시아 디자인 유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플랫폼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기록을 보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며, 다음 세대가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마련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배움이나 성찰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앞으로 레이어가 추구하는 비전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시 한번 사전 기획에 대한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어쩌면 굉장히 간단한 콘텐츠 플랫폼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그 글을 볼 수 있는 화면, 그 글들 중에 일부를 메인에 노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프로젝트를 진입하고 안을 뜯어보니 그동안 쌓여온 막대한 정보들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는 꽤 난이도 높은 미션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브랜드의 기억을 만드는 일을 계속 할거에요. 이는 어쩌면 단순한 시각적인 디자인으로 그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결국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브랜드의 기억을 만들기 위해선 로고, 컬러, 폰트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을 하기도 하고, 광고나 콘텐츠를 통해서 브랜드를 경험하기도 할텐데, 그런 것들을 모두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는지에 따라 그 기억이 달라질테니까요. 더 넓은 범위에서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는 회사로 발전해나갈 계획입니다.
에디터 이용혁
Archive. Design. Ess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