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kihiro ikegoshi
“스포츠 디자인은 정체성과 감정, 그리고 경기라는 드라마가 교차하는 특별한 영역이며, 일본의 아트디렉터 아키히로 이케고시(Akihiro Ikegoshi)는 이 교차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야구장부터 국제 스포츠 무대까지 그의 작업은 시각 언어가 경기의 분위기와 관중의 열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이케고시는 스포츠 디자인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경기의 일부이자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이해하며, 상징성, 명확성, 사람 중심의 사고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구축한다. 그의 관점은 디자인이 기억을 만들고 공동체를 연결하며 승리를 향한 집중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번 인터뷰는 아시아 스포츠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안에서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책임과 태도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자기소개와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아키히로 이케고시라고 합니다. 도쿄와 오사카에 그래픽 디자인 회사 GWG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션과 음악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스트리트 감각을 더해 ‘좋은 의미의 위화감’을 표현하며, 무엇보다 ‘생각이 담긴 친절한 디자인’을 늘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국내외 브랜드와 제조사, 프로야구, J리그, V리그, B리그, 복싱, 스키, 로드바이크, 게임, 텔레비전, 심지어 스시 가게까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디자인을 포함해 수많은 스포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스포츠 디자인과 일반적인 상업 디자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스포츠 디자인은 일반 상업 디자인과 달리 ‘승패’라는 극적인 맥락 속에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팀의 로고나 유니폼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선수와 팬들의 ‘자부심 그 자체’입니다. 상업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스포츠 디자인은 응원과 일체감을 만들어내고 기억에 남는 체험을 창출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높이고, 팬들의 마음을 끌어올리는 디자인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 GWG는 항상 ‘경기의 순간’을 의식합니다. 멀리서 보는 관중석에서도 팀 컬러와 심볼이 단번에 보이고, TV 중계를 통해서도 강렬하게 인상이 남는 것. 이는 보통 광고나 패키지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요구 조건입니다. 스포츠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고 결과를 좌우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리와 단결을 상징하는 스포츠 이벤트의 디자인에서, 어떤 디자인 언어나 전략으로 그 가치를 표현하시나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경기장의 먼 거리에서도 확실히 보이고, 빠른 경기 속도 안에서도 강렬히 식별될 수 있는 아이콘적 힘. 이를 위해 색채, 형태, 타이포그래피를 철저히 검증합니다. 또한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도 매력이 있어 “갖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도록 합니다. 스포츠 디자인에는 감정을 고조시키는 힘이 필요합니다. 선수가 승리를 향해 전력으로 도전하는 순간, 관중이 열렬히 응원하는 순간, 그 순간에 디자인이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언제나 ‘승리를 위한 디자인’을 의식하면서도, 보는 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 비주얼을 추구합니다.

대규모 스포츠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비전, 팀 운영, 스튜디오 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진행하나요?
장기적인 스포츠 프로젝트는 한 명의 디자이너 힘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선수, 팀 관계자, 스포츠 브랜드, 스폰서, 미디어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공통의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GWG는 철저한 리서치로부터 시작합니다. 경기의 특성, 팀의 역사, 선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를 항상 확인하면서 진행합니다.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트마다 전담팀을 꾸려 역할을 명확히 나눕니다. 디렉션, 디자인 제작, 검증과 피드백, 현장 조정까지 일관된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스포츠 디자인은 국가적 아이덴티티와 국제적 매력을 동시에 담아야 합니다. 일본적 정체성을 어떻게 반영하면서도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는 디자인을 실현했나요?
스포츠 디자인에서 일본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해외에서도 이해되고 공감받아야 합니다. 저는 늘 ‘지나친 장식성을 피하는 것’을 의식하면서 일본 문화가 가진 본질적 아름다움과 정신성을 디자인에 녹여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전통색이나 소재감을 모티브로 삼아 은근히 일본스러움을 드러내면서도 누구나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도록 합니다. 일본 문화는 ‘단순함’, ‘조화’, ‘정신성’이 특징인데, 이를 로고나 유니폼에 반영해 선수와 관객 모두에게 ‘자부심’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국제적 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본 스타일의 디자인’이 아니라 문화 깊숙한 곳에 있는 철학을 파고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디자인 분야에서 입지를 다질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이나 단계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시간을 들여 꾸준히 쌓아올리는 것”과 “항상 스스로를 부정하며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포츠 디자인은 한 번의 성공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선수·팀·제조사와의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과거의 디자인을 깨뜨리며 그 속에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반복. 그 과정이 제 스타일과 신뢰를 다듬어주었습니다. 특히 스포츠 디자인은 결과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승패나 대회의 인상에 직결되기에 책임은 막중합니다. 하지만 그 압박을 이겨내며 프로젝트마다 성과를 쌓음으로써 서서히 “스포츠 디자인의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돌아봤을 때, 스포츠 디자인과 일반 브랜딩·상업 디자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인 접근은 비슷하지만, “승패가 존재하는가”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듭니다. 일반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까”가 핵심이지만, 스포츠 디자인에는 “선수를 어떻게 지원하고, 관객의 열정을 어떻게 끌어올릴까”가 더해집니다. 즉, 디자인이 경기와 대회의 일부가 되어 플레이와 응원의 에너지와 결합해 기능해야 합니다. 또한 스포츠 디자인은 순간 전달력이 요구됩니다. 경기의 한순간에 전해지는 힘과 기호성, 그리고 팀의 장기적 아이덴티티 형성.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점이 상업 디자인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국제적 협업을 통해 일본, 아시아, 서구 디자인의 차이를 느꼈요? 특히 인상 깊었던 문화적 특징이 있다면?
네, 큰 차이를 느꼈습니다. 서구의 디자인은 합리성과 직접성이 매우 강해, 짧은 시간 안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반면 아시아 디자인은 다층적인 성격과 상징성에 특징이 있고, 색채나 그라데이션 활용에도 문화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일본에서는 디테일에 깃든 아름다움, 그라데이션의 섬세한 표현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 진행 방식도 다릅니다. 서구는 스피드를 중시해 단기간에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이나 아시아는 시간을 들인 커뮤니케이션과 합의 과정을 중시합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차이로, 각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있어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저는 현지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의 체류를 통하여 상점, 음식, 경기, 비주얼, 거리 등 모든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며 흡수합니다.

아시아와 세계에서 스포츠 디자인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요? 또 차세대 디자이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앞으로의 스포츠 디자인은 더욱 다양화하면서 동시에 글로벌화할 것입니다. 아시아 브랜드와 팀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가운데, 각국 디자이너는 “자국 문화를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힘”과 “국제적으로 공감받는 힘”을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일본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도 큰 기회가 있다고 믿습니다. 차세대 디자이너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는 것입니다. 스포츠는 도전의 연속이며,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자신의 과거를 넘어서는 노력을 쌓아야만 진정 새로운 표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스포츠 디자인이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를 믿고, 함께 도전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